진정 대중의 고통을 대변하는가, 관념화된 승가에 쓴 소리

18세에 출가한 스님은 90년대 초 불교결사체 '선우도량'을 만들어 청정불교운동을 이끌었고, 실상사 주지직을 맡으면서 '화엄학림'을 통해 불교사상과 전통을 재정립하고, 귀농학교,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운동 등을 통해 대안적 세계관을 제시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신 분이다.

급기야 스님은 실상사 주지직을 내놓으시고 직접 '속세'로 내려오셨다. 3년여의 탁발수행을 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생명평화라는 화두를 실현키 위한 '어려운' 임무나 부담 때문이 아니라, 땅의 뭇 생명과 뭇 대중들을 구체적으로 보고 듣고 만지고 생각하여 스님의 머릿속에서 구체화하기 위한 '도리'였을 것이라고 감히 짐작해본다.

온갖 수행론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지만 정작 인생의 의문에 대해서 시의적절하고 속시원하게 답변해주지 못하는 관념화된 한국 불교에 대한 절박함도 한 몫 거들었을 것이다. 아래 스님의 말씀으로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승려의 입장에서 사적 실리와 자신의 안일을 모색하는 것말고 곁에 있는 도반과 승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 또 자신과 승단의 이익을 뒤로하고 진정 대중의 고통을 대변하고 사회의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 어떤 일들을 했는가. 솔직히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 현실이 이런데도 산중불교냐 도심불교냐, 선이냐 교냐, 돈오냐 점수냐, 이판이냐 사판이냐, 수행이냐 포교냐를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스님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라는 당나라 임제 선사의 말에 주목한다. 책에서는 부처님의 일생을 탄생, 발심(發心), 출가, 수행, 깨달음, 전법(傳法), 계율, 교단, 이부승가(비구니), 입멸, 이렇게 10개의 장으로 나누고 있으며, 그 속에서 한국 불교의 문제점, 즉 승가의 개인주의화, 안이한 수행풍토, 타종교와 경쟁하듯 벌이는 도심 포교당의 대형화, 정권과의 타협 등을 꼬집어내 '무책임' '무원칙' '자아도취'의 표현을 빌어 일침을 가한다.

누구나 자기가 속한 조직과 단체에 대해 쓴 소리를 하기란 쉽지 않다. 그것은 '누워서 침 뱉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님의 쓰라린 자기 반성과 성찰을 통한 '쓴 소리'는 언젠가는 한국 불교의 앞날과 잡다한 번뇌로 괴로워하는 대중들에게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인 철학과 대안이 담긴 '단 소리'가 될 것이다.

아름다운 인생의 승부사들

김창남 엮음
한울 / 10,000원

문화지식인 10명이 이야기하는 나의 삶, 나의 일

'뜬구름 잡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렇게 말하면 비현실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꿈을 위해 하는 헛짓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디서 이런 말도 보았다. '그 뜬구름을 정조준 할 것'. 그렇게 해서 화살을 날린다면 뜬구름은 손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정조준'이란 단어는 빗나가지 않게 확실히 대상을 향한다라는 뜻이다.

우리들의 꿈을 향한 집념과 실천력은 과연 그 "뜬구름"을 정조준하고 있을까? 여기 <아름다운 인생의 승부사>가 있다. 그들은 과연 어떠한 내용을 가지고 어떠한 방식으로 인생의 승부를 걸었을까?

이 책은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 '매스컴특강'이라는 과목에서 문화언론계 10인이 '일과 자질'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국립극장장으로 대한민국 예술행정의 일익을 맡고 있는 김명곤, <느낌표>로 잘 알려진 MBC의 김영희 PD, 시사만화가에서 애니메이션 제작가로 변신한 박재동 화백, 윤도현 밴드와 강산에 정태춘·박은옥이 소속된 기획사 '다음기획' 대표 김영준, 정칟경제적인 한계에 맞선 한국 최초 비디오 저널리스트 안해룡, <여고괴담> <고양이를 부탁해> <장화 홍련> 등 소외된 삶과 잔잔한 문제의식을 담는 영화사 '마술피리' 대표 오기민, '모든 시민은 기자'라는 새로운 발상으로 언론권력의 지형을 뒤바꾼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 진정한 풀뿌리 언론으로서 옥천을 안티조선의 성지로 바꾸어낸 ≪옥천신문≫ 오한흥 대표, '안티조선' 전문기자라는 별칭이 붙은 발로 뛰는 성실한 언론인 ≪시민의신문≫의 정지환 기자,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등 부천을 문화도시로 자리매김시킨 국회의원 원혜영의 현재의 위치에 오기까지의 도전과 좌절, 극복의 경험담을 만날 수 있다.

한정희 기자  dalbit@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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