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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걷는다 ‘함양선비문화축제’
  • 이은정 기자
  • 승인 2019.09.28 22:07
  • 호수 27
  • 댓글 0

내달 12일 서하면 다볕자연학교
가을 물들인 황금빛구간 이어져

영남 제일의 동천 거연정·군자정
선비들 노닐며 마음 수련하던 곳

한석봉 글 쓰고 떡 썰기 대회와
90세 방랑인문학자 특강도 열려

너른 초록빛 시야로 한 줄기 빛이 들어온다. 초록인가 싶더니 형형색색 천연색 물감들을 금세 풀어헤친 듯 가을이 가슴 속으로 성큼 다가왔다.

조용히 길을 걷는다. 옛 선비들이 걸어갔을 그 길을 흐르는 물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조용히 걷는다. 가지런히 걷다보니 외부로만 향했던 시선이 나도 모르게 안으로 거두어들인다. 걷는다는 게 본래의 마음을 지키는 것임을 깨닫는 순간이다.

선비문화축제가 열리는 곳은 영남(嶺南) 제일의 동천(洞天)으로 쳤던 안의삼동(安義三洞) 가운데 한 곳으로 함양군 서하면 다볕자연학교 일원이다. 안의삼동은 함양군 화림동(花林洞), 심진동(尋眞洞)과 함께 지금은 거창군인 원학동(猿鶴洞)을 일컫는 말이다.

왼쪽부터 군자정, 거연정.

선비문화축제의 백미는 농월정(弄月亭)에서 다볕자연학교로 이어지는 6㎞ 구간인 선비탐방로 걷기이다. 가을을 물들인 황금빛 물결은 청순하면서도 강렬하게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으로 다가올 것이다.

조선시대 문신 임헌회(任憲晦·1811~1876) “영남의 명승 중에서 안의삼동(安義三洞)이 가장 빼어나고 그 중에서도 화림동(花林洞)이 최고이고 화림동의 명승 중에서 거연정이 단연 으뜸”이라고 거연정(居然亭) 기문(記文)에 적고 있다.

거연(居然)은 주자의 시 정사잡영(精舍雜詠) 12수 중에 ‘거연아천석(居然我泉石)’에서 딴 것으로, 물과 돌이 어울린 자연에 편안하게 사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또한 거연정 맞은 편에는 군자정(君子亭)이 자리하고 있다. 이 정자는 퇴계 이황 선생과 일두 정여창 선생의 숭고한 학덕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윤수정 안의현감(1802~1805년)은 “정자 앞의 유리처럼 흐르는 푸른 물결/정자 아래 비탈진 반석은 백옥 같은 상(床)이로다”며 “벼랑에 핀 꽃은 흡사 꿈에서 본 것 같은 신선들의 웃음소리/물결 따라 굽이 떠내려 오는 산엽(山葉)은 술잔이로다”고 노래했다.

선비들이 걸었던 탐방로를 걷고, 가을에 흠뻑 물들기를 원한다면 내달 12일 함양선비문화축제가 열리는 함양군으로 떠나보자. 나를 찾는 시간이 기다려 질 것이다.

‘가을 감성’ 선비의 고장 함양으로 초대

선비문화탐방로를 걷고 있는 모습.

가을 나들이객이 증가하는 이때, 10월12일 함양에서는 ‘가을을 밟아보는’ 멋진 걷기대회가 열린다.

‘함양군 선비문화축제위원회’에 따르면 전통문화관광마을인 서하면 봉전리 봉전마을 다볕자연학교 일원에서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선비문화 탐방로’ 걷기대회가 열린다.

전통혼례식.

선비문화축제위원회 주관으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오전 10부터 낮 12시까지 2시간 동안 농월정을 기점으로 동호정, 군자정, 거연정을 지나 다볕자연학교까지 6km를 걷는 일정이다. 특히 모든 축제 참가자들에게는 산양산삼 마스크팩 1박스(1만8000원)를 비롯해 생수, 주먹밥, 수제비누를 제공한다.

걷기대회 행사가 열리는 선비문화탐방로는 남덕유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화림계곡을 따라 옛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정자들이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깨끗한 자연 속에서 선조의 멋과 풍류를 즐기며 걷다보면 힐링이 되는 느낌이 절로 든다.

걷기대회에 참가하면 일상의 시름을 툭툭 털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옛 선비들처럼 휘적휘적 걸어보는 멋스러운 정취도 즐길 수 있다.

특히 이날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90세 방랑인문학자 박상설 옹의 ‘인문학 캠프’가 열릴 예정이라 벌써부터 원로의 강의를 듣는 설렘에 빠지기도 한다.

이외수 작가의 토크쇼.

뿐만이 아니다. 한석봉 글쓰고 떡썰기 대회, 전통놀이 체험(투호·떡메치기·제기차기·고무줄놀이), 종이배 띄우기, 선비(최치원·박지원·정여창) 포토인 운영, 선비목인 회화나무묘목 나누기(500그루), 불로장수 산삼막걸리 나누기, 심강정 선비 다례체험 등 부대행사를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게 느낄 수 있다. 또한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생태체험과 함께 ‘버드리’ 난타 공연, ‘미인’ 국악 퓨전 공연, 박성현·미기 가수 공연, 박종선 하모니카 공연, 서하면민들의 밸리댄스·합창·하모니카·건강체조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전현익 함양선비축제위원회 위원장은 “깨끗한 자연 속에서 선조의 멋과 풍류를 즐기며 걷다 보면 힐링이 되는 느낌이 절로 들 것”이라며 “선비의 고장 함양을 알고 가슴 속에 담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함양선비문화축제 문의사항은 선비문화축제위원회(010-4029-3398)으로 하면 된다.

이은정 기자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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