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천령문화제가 명패를 바꿔달았다. 57회를 개최해오는 동안 천령문화제로 시작하여 물레방아축제, 물레방아골축제로 명명하다가 이번에 다시 천령문화제로 환원했다. 천령문화제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이제야 함양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천령문화제는 거주민이든 출향인이든 함양사람 모두에게 역사성과 지역성을 간직한 축제이다.

천령문화제는 함양의 문화상품이다. 천령문화제는 문화제답게 천령골의 얼을 살리는 인문, 문화 등 많은 제목들을 생각게 한다. 물레방아골축제보다 부흥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천령문화제의 부활의 키는 콘텐츠와 스토리다. 콘텐츠가 있어야 스토리가 힘을 얻는다. 스토리는 감성의 문제다. 천령인이 자랑하는 고운 최치원, 점필제 김종직, 연암 박지원은 모두 시인이요 문장가였다. 함양은 옛부터 서라벌에서, 개경에서, 한양에서 온 관료나 유배 온 사대부는 물론 과객도 시 한수쯤 남기곤 하는 지역이었다.

천령문화제는 선조들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리는 문화제가 되어야 한다. 인간은 많은 것을 보고 기억하며 살아간다. 상림을 조성한 고운 최치원은 당나라 유학을 통해서, 연암은 사절단으로 다녀온 청나라에서 선진 문물을 보았다. 그들은 있었던 세계 ,그리고 있는 세계에 대한 비판과 통찰을 통해 있어야 할 세계를 전망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천령문화제는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문화제의 본질과 시대적 흐름을 적절히 결합해 콘텐츠를 재구성했어야 했다. 그런데 내용면에서는 물레방아골축제와 바뀐 것이 없다. 술 먹고 노래하는 밤 문화 위주 그대로다. 낮 문화가 없었다. 축제 때 마다 꼭 비싼 돈 주고 가수나 연예인을 초청하는 천편일률적인 행사는 동네잔치로 끝나게 마련이다. 행사전문기획사에 의뢰해서라도 우리만의 특색 있는 행사를 발굴해 볼 때이다. 콘텐츠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다.

문화제라면 적어도 문화적 차원의 의식으로 수준을 높여야 한다. 이야깃거리를 찾는 주민들의 사랑을 못 받으면 문화제 명칭변경은 의미 없는 몸짓이다. 이야깃거리는 동네행사로 인식되는 축제의 외연확장을 가능케 한다.

과감한 시도를 해보자. 될성부른 식물은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하지 않는가. 이번 행사를 보면서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꿰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자색꽃 감자는 캐보나 마나라는 생각을 들게 해서는 곤란하다. 군민에게 희망과 꿈을 주는 축제로 하루속히 정착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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