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넘는 사업비 투자 유치
현실성에는 여전히 의문 남아

타당성 용역 결과는 가능으로
재원은 부지·모래판매로 충당

‘시대착오적’이란 비판도 일어
선거 때마다 등장한 단골메뉴

합천군이 지난 9일 군청 소회의실에서 ‘남부내륙 중심도시건설’ 타당성 검토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황강 직강화공사’를 공식화했다. <사진: 합천군>

합천군이 ‘남부내륙 중심도시건설 타당성 검토용역 최종 보고회’를 열어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인 ‘황강 직강화공사’를 공식화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남부내륙 중심도시는 율곡면 임북·문림리 일원 874만㎡(264만평)에 산업단지·국제복합도시·물류단지·주거지 등으로 구성된 신도시를 개발해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는 합천대교부터 영전교까지 반원 모양의 기존 하천 8.7㎞를 4.4㎞로 직강화하여 발생하는 230만㎡(70만평)의 폐천과 임북·문림지구 330만㎡(100만평) 등을 개발하는 황강 직강공사도 포함됐다.

합천군은 지난 8일 타당성 검토 용역결과 총 사업비용 1조1148억원에 도시건설에 따른 토지분양 등 수입이 1조1629억원으로 ‘편익·비용 비율’의 최소 기준인 1.0을 상회하는 1.04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해당 용역은 1년 동안 과제를 수행했다.

이 공사는 과거 일제강점기 때부터 논의됐던 것으로, 지난 1993년 군에서 황강 직강공사 사업구상안을 마련한 뒤 1995년 (주)대우가 당시 건설교통부에 비관리청 하천공사 시행허가를 신청한 바 있다.

이후 1997년에 황강 하천정비기본계획이 승인·고시됐으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인해 대우에서 황강 직강공사를 유보함으로써 2005년에 기본계획 고시가 폐지됐었다. 이후로도 사업 추진의 필요성이 지역사회 안팎에서 간헐적으로 나왔으나 합천지역의 교통 접근성이 낙후된 탓에 탄력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합천을 경유하는 함양~울산 간 고속도로 건설이 공사에 들어간 데다 KTX 합천역사가 포함된 김천~거제 간 남부내륙고속철도 건설사업이 가시화되면서 황강 직강을 통한 신도시 건설사업 논의가 다시 점화됐다.

문준희 합천군수는 황강 직강사업을 통한 신도시 건설 외에는 농촌지역 인구감소로 인한 합천군의 소멸위험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다. 문 군수는 지역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이 사업 추진을 자신의 ‘1호 공약사업’으로 내세웠다.

합천 황강 개발사업 조감도. <사진: 합천군>

황강은 국가하천으로 환경부 등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업이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규모 하천개발 사업으로 진주역 신도시보다 1.3배나 큰 사업이며 현재 합천읍 도심의 3배 규모에 달한다. 정부에서 이런 개발 사업을 승인해 줄지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합천군은 1조원이 넘는 사업의 재원은 폐천부지에서 대량 발생하는 모래 판매와 조성부지 분양을 통해 마련하다는 구상이다. 황강 모래의 품질은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아 예상수익 달성이 어렵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규모로 조성된 사업부지를 어떻게 분양할 것인지와, 누가 농촌지역에 거대 자본과 공사를 투입하는 사업주체가 되느냐가 과제로 남아 있다.

게다가 황강 직강공사는 시대착오적 사업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권영식 합천군의원은 “황강에 삽을 들이대는 순간 자연파괴는 물론 합천의 젖줄을 끊게 될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의 악몽이 끝나기도 전에 황강 직강하천 공사를 시행한다면 전국 환경단체뿐만 아니라 합천군민과 국민으로부터 지탄받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문준희 군수는 “남부내륙 중심도시건설 사업이 이제 첫발을 떼게 되었다”며 “해당사업은 대기업 또는 외국자본이 필요로 하는 사업인 만큼 이제부터는 사업투자를 찾아 조기에 사업을 착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합천군은 남부내륙중심도시 건설을 위한 대기업 및 외국인 투자유치, 남부내륙고속철도 역사 유치 등 현안사업과 연계하고, 내달 초 주민공청회를 열어 군민 반응을 경청하겠다는 계획이다.

권선형 기자  kwonsh@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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