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개헌저지선 확보 103석
지역주의·양당제 고착화 우려

민주당 지역한계 민낯 드러나
전직 도지사 3명은 모두 당선

진보정당 사면초가 신세 전락
유권자들 정당보다 인물 택해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일인 15일 거창군 거창실내체육관에서 개표사무원들이 분주히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 산청·함양·거창·합천 선거구 투표율은 72.45%로 집계됐다. 지역별 투표율은 함양군 72.4%, 산청군 72.4%, 거창군 72.6%, 합천군 72.4%. <사진: 김정중 거창군 주무관>

코로나19 사태 속에 치러진 21대 총선의 민심은 여당의 일방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15일 치러진 개표 결과 지역구 253석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163석, 미래통합당 84석, 정의당 1석, 무소속 5석을 차지했다.

전국 성적과는 다르게 경남은 16개 지역구 가운데 미래통합당 12석, 더불어민주당 3석, 무소속 1석을 차지했다.

전직 경남도지사인 김태호·김두관·홍준표 3명은 모두 당선되면서 기사회생했다. 반면 정의당은 ‘진보정치 1번지’로 통하는 창원 성산구 사수에 실패하면서 사면초가 신세로 전락했다.

산청·함양·거창·합천 선거구 유권자들은 정당보다는 인물을 택했다. 무소속 김태호 후보는 42.59%(4만9123표)를 얻어 36.46%(4만2061표)를 얻은 미래통합당 강석진 후보를 가볍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미래통합당, 당 지지율에 훨씬 못미쳐= 이번 21대 총선은 사실상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양강 구도로 치러졌고, 산청·함양·거창·합천 선거구는 미래통합당과 무소속 경쟁 구도로 치러지면서 강석진 후보는 당 지지율에 큰 기대를 걸었다.

여론조사 결과 미래통합당 지지율이 54.6%까지 나오는 등 난공불락의 요새라서 당 공천이 바로 당선과 연결됐던 곳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모두 미래통합당의 우세였다.

그러나 강석진 후보의 지지율이 35~39%까지 올라갔지만 당 지지율에는 크게 못 미쳤다. 확장성이 약했던 게 결정적 패인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기타 정당 후보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하더라도 20%를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론조사에서 40%를 돌파했어야 했는데 한 번도 넘기지 못했다.

실제 득표율은 36.46%로 마무리되면서 강 후보는 재선 고지를 밟는데 실패했다. 패인은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무소속과 대결에서 패했다는 것은 강 후보 개인적인 득표력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줬다. 거창과 함양에서 강석진 후보는 김태호 후보에게 10% 이상 뒤졌다. 산청에서는 3% 정도 밀렸고, 합천에서만 4% 정도 앞섰을 뿐이다.

큰 인물을 내세운 김태호 후보와의 구도에서 당 지지율에 기대는 것 외에는 개인적인 역량 비교에서 밀렸다고 볼 수 있다. 지역 민심이 지난 4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거기간 동안 이슈를 점령하지 못한 것도 패인이다. 유권자들의 관심은 김태호가 생환할 수 있느냐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강석진 후보 개인에 대한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탈당한 무소속이 당 조직과의 대결에서 승리했다는 것은 유권자들이 인물에 중점을 둔 선택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상대적으로 지명도 떨어져= 더불어민주당 서필상 후보로서는 김태호, 강석진 이라는 큰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남 16곳의 민주당 후보 가운데 산청·함양·거창·합천 선거구와 창원 성산구를 제외한 14곳의 후보가 모두 30%이상 득표율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20%대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 그 반증이다. 서 후보는 17.94% 득표에 그쳤다.

게다가 창원 성산구는 20대 총선에서는 정의당이 의석을 차지한 곳으로 21대 총선에도 미래통합당과 격전 끝에 패한 곳으로 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화 요구가 높았다. 단일화 됐을 때는 정의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단일화가 실패했을 때는 미래통합당 후보가 당선될 만큼 다른 선거구와는 차별화가 되는 지역이다.

낮은 득표율을 얻은 것은 후보의 인지도가 높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지역 출신으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강준석(함양·부산 남구갑), 문미옥(산청·서울 송파갑 경선 패배) 차관이 있었지만 타 지역으로 출마했다. 문성현(함양·경사노위 위원장), 김도호(합천·군인공제회 이사장), 권문상(합천·20대 총선 출마) 등도 출마를 끝내 외면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김태호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미래통합당 강석진 후보와 황금의 삼각구도 대결이 기대됐지만, 실제 출마에는 모두가 꺼려했다”며 “사실상 민주당이 선거를 포기한 곳”이라며 자책했다. 다만, 김태경 전 민주당 비례대표 군의원의 열정은 인상 깊었다.

앞서 총선에서는 20대 민주당 권문상 25.5%, 19대 무소속 강석진 28.6%, 18대 친박연대 양동인 31.6%, 17대 열린우리당 변범식 31.9%의 지지를 받은 바 있다.

◇민중당, 진보정당의 존재마저 의미를 잃어=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라는 두 거대 보수 정당 사이에서 산청·함양·거창·합천 선거구도 진보정당인 민중당이 농민후보를 내세웠으나 지역의 보수적인 정서상 기대를 걸기는 어려웠다. 성적보다는 완주에 의미를 둔 모습이다.

전성기 민중당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0.75%로 김태영 국가혁명배당금당 1.06%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까지는 진보정당인 통합진보당 인사들이 출마했으나, 2016년 20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계열 인사들이 무더기로 민주당으로 입당하면서 이 지역에서 진보정당의 입지는 멀어지게 됐다. 19대 총선에서 권문상 후보는 진보정당으로 출마해 무소속 강석진 후보에 이어 16.4%를 득표하면서 나름대로 선전했다.

진보정당이 자리 잡기 위한 마지노선인 3%대 득표율이 필요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민중당에 민생당·우리공화당·국가혁명배당금당 4개 정당을 모두 더해도 얻은 성적은 2.98%였다.

이는 지역에서 민중당이 갖는 한계로도 평가할 수 있지만 어딘가 부족하다. 진보정당과 시민단체들이 힘을 얻기 위해 2016년 20대 총선에서 대부분 민주당으로 입당하면서 진보정당의 싹이 말라버리면서 기인한 것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진보 인사들이 민주당과 시민단체를 넘나들면서 그 경계가 얇아진 것도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로 보인다. 군민들이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기에는 모두 민주당으로 보이기 때문에 진보정당의 영향력이 그 만큼 축소한 것이다.

이에 앞으로 정당과 시민단체의 경계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더욱더 건강하게 보수정당을 견제하고, 지자체에 대해 바른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선택은 양당제, 제3세력 길 잃어= 이번 총선의 특징은 양당제로 다시 고착화됐다는 점이다.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 돌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정의당의 꿈인 원내교섭단체는 또 다시 멀어졌다. 민생당은 사실상 해체수순에 들어갈 전망이다.

제도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실패는 제3세력의 와해를 낳았다. 국가 전체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념 대결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화해 거대 양당 쏠림을 낳았다.

정치권에서는 극한의 이념 대결이 강화될 거라는 시각이다. 살아남은 두 정당, 정의당·국민의당을 합쳐야 9석에 불과해 중재자 역할을 기대하기에는 어려울 전망이다. 두 당은 틈새정당을 벗어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22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양당제와 지역주의 구도가 재고착 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진영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청·함양·거창·합천 선거구는 정당대결보다 인물론도 강해 무소속이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있다.

이은정 기자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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