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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거창국제연극제는 마녀사냥이 끊이지 않는가

거창군과 집행위가 합의한 사항
군의회서 부결되면서 무산 지경
연극제 2015년 이후 5년째 방치

법원은 6월말까지 화해권고결정
화해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

266억원 경제적 파급효과 가진
연극제 살려야 지역경제도 살아

2013년 제25회 거창국제연극제 개막작인 ‘100인의 햄릿’. 무대 위에 쓰러져 있는 햄릿이 현재 집행위 측의 모습과 오버랩으로 겹쳐 씁쓸함을 자아내고 있다. 남은 1명의 햄릿이 희망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사진: 거창국제연극제>

거창국제연극제의 정상화가 올해도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2015년 이후 보조금 지급이 끊기면서 상표권을 둘러싸고 집행위 측과 거창군이 합의에 접근했으나, 거창군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5년째 무산될 지경에 처했다.

거창군의회는 지난 1일 의장실에서 11명의 전 의원들이 모여 거창군과 집행위 측이 합의안 협상 제안내용을 두고 의논을 나누었으나, 이를 수용하기에는 불가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거창국제연극제의 올해 개최도 불투명하게 됐다. 하지만 연극제 개최 무산에 대한 원인을 군의회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어딘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이날 올라온 ‘집행위의 연극제 협상 제안내용 보고’가 집행위의 자체 안으로 알고 있는 의원들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결에는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가지고 있는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 임원들에 대한 불신임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 연극제 정상화는 필요하지만, 현재 집행위원들을 배제한 채 연극제 개최를 희망하는 의사도 다분히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거창국제연극제가 거창군민 공공의 자산이라는 이유로 30년 동안 연극제를 이끌어 온 집행위 임원들을 철저하게 배척하면서 ‘마녀사냥’ 식으로 끊임없이 여론을 왜곡하면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준 것에 기인하고 있다. 물론 집행위의 책임도 일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2014년 경남발전연구원과 한국공연예술컨설팅연구소의 조사결과 266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키는 거창국제연극제를 산소호흡기도 없이 식물인간처럼 방치하는 것은 거창군과 군의회가 책임소재에서 마냥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름 한철 거창 원학동(수승대·월성계곡)은 피서와 연극구경을 겸하면서 관람객들이 가득 차 음식점, 펜션, 식당들이 성황을 이루었지만, 지금 상인들이 입는 타격은 예년의 반 토막으로 수입이 줄어들면서 처참한 수준이다.

이충세 원학골상가발전위원회 회장은 “지난 4년 동안 거창국제연극제가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아 상가의 타격이 큰 상태인데, 올해도 아예 연극제가 개최되지 않는다면 민박집과 상인들이 겪는 이중고는 너무 크다”며 “올해는 꼭 연극제가 정상적으로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창군과 연극제 집행위가 합의한 내용은

거창국제연극제 정상화를 위해 거창군과 집행위는 몇 차례 논의 끝에 협상안을 마련했고, 이 협상안을 지난 1일 거창군의회 간담회에 제출했으나 부결됐다.

앞서 거창군은 2018년 12월19일 집행위와 맺은 계약서(안)을 거창군의회에 보고하고, 집행위와는 5일 뒤인 12월24일 연극제 상표권을 매입하기로 공식적인 계약을 체결했다. 핵심은 양측 감정가의 중간 금액을 연극제 측에 보상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거창군과 군의회가 잠정적으로 예상한 보상가보다 턱없이 높게 나온 것이다.

거창군이 선임한 전문가 평가팀의 감정가는 11억261만원. 집행위가 선임한 전문가 감정가는 26억3705만원. 산술 평균값이 18억6983만원으로 잡혔다.

이런 상황이 되자 거창군은 “경제적 파급효과와 기여도에 차이가 있다”며 재감정을 요구했고, 2019년 12월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강제조정으로 14억8473만원의 금액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양측의 입장이 부딪히자 법원은 2020년 4월24일 거창국제연극제 기여도에 대한 가액 산정의 현실적인 어려움, 거창군의 재정상황, 최초로 제시한 감정가액, 연극제가 지역사회에 갖는 영향 등을 고려해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다.

최종 확정된 화해권고결정 금액은 거창군이 당초 평가한 감정가액인 11억261만원. 거창군은 이 금액을 오는 6월30일까지 지급해야 한다. 미지급할 경우 7월1일부터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재판상 화해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그렇지만 거창군과 집행위 양측 모두 법원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군민들 여론에 부담을 느껴 합의를 통해 문제해결에 나섰다. 올해는 거창연극고등학교가 개교를 한 해이기에 어떻게든 연극제를 정상화시켜야 하는 당위성까지 제기됐다.

거창군과 집행위가 합의한 내용은 △상표권 이전에 대한 보상금 8억원 △군수 현 임기동안 집행위원장·예술감독 임기보장 △거창겨울연극제 등 삭감된 6개 사업 연극제 예산 원상회복(연 1억5000만원~2억원) △거창문화재단 문화사업2단 수승내 축제극장 사무실로 배치요구 4가지였다.

이에 대한 거창군의회는 상표권 이전에 대한 보상금 8억원 이외 나머지 3가지 요구사항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원들은 “집행위의 일방적인 요구에 끌려갈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자세한 사항을 모르는 일부 의원들은 양측 합의사항이라기 보다는 집행위의 독자적인 안으로 파악한 것이다. 이는 사전에 협상내용을 의장 등 일부에게만 제공하고 나머지 의원들에게는 정확히 공지하지 않은 거창군의 잘못도 기인한다.

또한 몇몇 의원들이 연극제 집행위 임원들에게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감정도 부결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연극제는 개최해야 하지만 지금 임원진들에게는 맡길 수 없다는 논리가 그동안 암암리에 퍼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 A의원은 “5억(8억) 먹고 떨어지라 해” 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원인들이 합치면서 결국 집행위 측에 감정가에 대한 돈은 줄 수 있지만 그 외에는 요구사항은 수용할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예술계 한 관계자는 “연극제 정상화보다는 헤게모니 장악에 관심이 더 많다보니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고 일침을 가했다.

여름축제 예산 5억원은 별도로 책정

올해 거창국제연극제가 정상적으로 개최되지 않아도 다른 대안이 있다는 게 문제해결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 거창군은 지난 3월30일 코로나19 장기화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338억원 규모의 재난지원금을 편성하면서 여름축제 예산 5억원을 별도로 책정했다.

이 예산은 올해 거창국제연극제가 정상적으로 개최될 경우 집행될 예산이었다. 군은 올해 연극제를 오는 7월31일부터 8월9일까지 10일간 실시하기로 잠정 계획을 잡아 놨다.

하지만 연극제가 무산될 경우 거창군의 복안은 수승대 아트페스티벌 또는 거창물빛예술축제 등으로 물축제·빛축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안에는 3~4명의 의원들이 현실적인 안이라며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태여 연극제를 개최하지 않아도 위천면 수승대나 남상면 창포원에서 대체할 축제가 있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B의원은 “연극제가 30년 되었으니 그만 접고 ‘물의 축제’로 가자고 요구하며, 본인이 예술감독 등 전문가들을 데리고 올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C의원은 “TV조선의 미스터트롯 가수들을 섭외해 창포원이나 거창읍에서 열자”는 주장도 나왔다. D의원은 “거창군수가 배임제”라며 몰아붙여 당혹감을 금치 못할 정도다.

사실상 30년 역사를 가진 거창국제연극제를 포기하자는 주장이다. 거창군과 집행위 측의 합의사항이 통과할 수 없었던 부분이기도 했다. 여기에 합의사항 4가지 가운데 집행위 측의 거창문화재단 근무가 명확히 해명되지 않은 것도 불신을 가지게 된 주요 원인에 속한다.

집행위 측은 “거창군에 독립 재단법인 설립요청을 했지만 지금은 설립이 어렵고 일단 거창문화재단 문화사업2단에 들어와서 연극제를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사단법인 주관으로는 연극제를 개최할 수 없으며, 거창문화재단 직원 자격으로만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문화사업2단의 수승대 근무에 대해서는 “축제업무의 효용성을 위해 매년 사용해왔던 축제극장 사무실을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안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집행위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런 안들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채 지난 1일 거창군의회 간담회에 협상제안 내용을 테이블에 올렸고, 의원들도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던 것으로 충분히 예상된다. 의원들이 보기에는 보상과 명예 둘 다 요구한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극제 살릴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거창국제연극제로 인해 ‘연극도시’라는 명칭을 얻은 거창군에는 옛 위천중학교 자리에 연극고등학교가 올해 개교됐다. 연극제가 아니었다면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밀양·거제·진해로 갈 수도 있는 학교가 거창으로 온 것이다.

또 위천면 황산마을이 2013년 경남에서 두 번째로 전국에서 ‘아름다운 마을 7호’로 선정된 이유 중 하나도 연극제와의 시너지 효과 덕분이다. 사업비 50억원을 전액 국비로 지원받았다.

게다가 2005년에는 거창국제연극제와 연계한 문화타운 조성사업으로 거창군이 108억원을 지원받아 강남권 지역균형 개발 사업비로 집행했다. 앞서 2001년에는 거창국제연극제 문화관광 상품화 성공으로 담당 공무원이 대통령상 포상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거창국제연극제가 거창군의 효도 문화관광 상품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럼, 이처럼 초라한 모습으로 변질된 거창국제연극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살릴 수 있는 방안은 분명 있다.

문화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지원을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 길이 원칙’에 따르면 된다. 문화는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행정은 지원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흔들리면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 된다.

지금 거창연극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은 이 원칙이 훼손된 데 있다. 문화예술에 거창군의회와 군청의 지나친 간섭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이 원칙만 지킨다면 거창국제연극제는 예전의 그 화려한 명성을 분명 되찾을 수 있다. 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저녁마다 연극을 보기 위해 수승대는 관객들로 북적였다. 이 광경을 한번이라도 봤다면 결코 거창국제연극제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거창국제연극제는 거창을 대표하고, 거창 지역경제를 살찌우고, 거창 사람들의 문화적 자부심이다” 거창군민들과 관객들의 이 외침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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