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국사, 등구사보고 크게 감탄
가야국의 마지막 구형왕 대궐터
하늘을 비추는 촛불명당터 불려

‘등구사에서 바라본 지리산’ 지리산 등구사는 가야국의 마지막 왕이 떠난 빈대궐 터에 세워진 절이다. 주지 인담스님 뒤로 지리산의 주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이곳에서 지리산을 바라보면 하봉은 이마, 중봉은 코, 천왕봉은 입술의 모습으로 연꽃 위에 누워 웃고 계신 부처님 모습이 보인다. <사진: 등구사>

신라시대 고승 도선국사(827~898)는 함양군 마천면에 있는 지리산 등구사와 안국사 두 절을 보고 “우리나라 산수도 삼천팔백 선맥과 비보할 위치다”고 크게 감탄했다.

해인사 성보박물관에 소장된 등구사 사적기(1716년)에 따르면 등구사는 가야국이 멸망하기 직전인 구형왕때 터를 닦아 656년(신라 태종 무열왕 2년)에 창건한 사찰로 등구사 내력과 도선국사의 구전이 기록돼있다. 가야의 마지막 왕이 떠난 빈대궐 터에 세워진 절이 등구사다.

우리나라 산맥은 백두산에서 남으로 맥을 뻗어 낭림산,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을 거쳐 태백산에 이른 다음에 다시 남쪽으로 소백산, 월악산, 속리산, 덕유산을 거쳐 지리산에 이르는 큰 줄기가 있다.

이는 1개의 대간과 1개의 정간, 13개의 정맥 체계로 되어 있어 우리나라 국토의 비보처가 삼천팔백여 곳이나 된다는 뜻이다. 등구사와 안국사에 대한 도선국사의 해석은 이런 인식이 뒷받침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팔도 열 곳의 길지인 십승지(十勝地·풍수지리상 재난을 피할 수 있는 복된 터)의 개념은 널리 알려졌지만, 등구사와 안국사가 우리나라 삼천팔백 선맥을 비보하는 종찰이라는 것은 생소한 사실이다. 비보란 지기(地氣)가 센 곳은 눌러주고, 허한 곳은 채워주는 풍수지리의 방책이다.

1751년 이중환이 편찬한 ‘택리지’ ‘복거총론’은 백성들이 살 만한 곳을 지리(地理), 생리(生利), 인심(人心), 산수(山水) 등 네 가지 기준으로 골랐다.

정감록과 남사고의 십승지는 대부분 겹친다. 영주시 풍기 금계촌, 예천군 금당실, 봉화군 춘양, 속리산 우복동, 개령의 용궁, 합천군 가야산 만수동, 공주시의 유구·마곡, 남원군 운봉, 무주군 무풍, 부안군 호암아래 변산, 태백산, 영월군 연하리 등 태백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백두대간에 접한 곳이다.

이외에도 ‘택리지’ ‘남격암’ ‘두사충비결’ ‘피장처’ 등이 추천하는 명당은 정선, 하동, 함양, 산청, 영종도, 영천, 구례, 양주, 강화, 포천, 곡산 등이다. 귀촌·귀농지역으로 선호하는 이상향이기도 하다.

등구사는 지리산 준령이 마치 연꽃봉우리처럼 소복하게 둘러쳐진 삼봉산 줄기 아래 자리 잡아 이 거대한 거북이가 기어 올라가는 모습과 흡사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또 ‘하늘을 비추는 촛불명당’ 이란 뜻의 ‘조천납촉(照天蠟燭)’의 명당이라고도 한다.

등구사 주지 인담스님은 “등구사는 우리나라 삼천팔백 선맥을 비보할 뿐 아니라 가야국의 마지막 구형왕이 이곳에 터를 잡아 궁궐을 짓고 나라를 다시 되찾으시려는 염원을 세웠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터만 닦고 비워 놓은 곳”이라며 “정부의 가야문화 복원에 따라 재조명이 반드시 필요한 곳”이라고 밝혔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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