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월정 복원의 전제조건

지난 해 불에 타버려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함양 농월정이 복원될 예정이라고 한다. 함양군은 내년 말까지 총 3억원을 들여 복원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정자문화를 대표하고 선비문화를 상징하는 문화재인만큼 반갑기 그지없다.

하지만 복원에 앞서 걱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난히 타 지자체에 비해 화재로 인한 문화재손실이 많았던 곳이 함양이었기 때문이다. 농월정이 지난해 10월 불탔고, 허삼둘 가옥과, 정여창 선생의 고택, 서하면 봉전리의 고택 등도 지난 1년 사이에 불에 타버렸던 것이다.

이처럼 화재사건이 빈발했음에도 그간 범인이 잡혔다는 말도 없었고, 정확한 화재원인이 밝혀지지도 않았다. 찜찜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때문에 함양군이 농월정의 문화재적 가치를 높이 사서 복원하려고 하는 의지는 반가우나 그간 문화재보존 및 관리실태에 허점을 드러낸 점으로 미뤄 다짐해둬야 할 것이 있다.

우선 함양군은 경찰과 함께 그동안의 농월정을 비롯한 문화재 화재사건의 경과를 밝혀야한다. 문화재훼손은 중범죄인데도 단서조차 잡지 못하고 흐지부지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선 제2, 제3의 사건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또 화재사건을 둘러싸고 가옥경매를 둘러싼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소문도 떠돌았던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아닌게 아니라 허삼둘 가옥은 전기시설도 없는 데다 기름냄새가 났던 점으로 미뤄 누군가 기름을 붓고 방화했다는 추정이 충분히 가능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뿐 이었다.

그리고 공공의 자산인 문화재를 함부로 다루는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화재방지시설을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 평소 제대로 관리해야함은 물론이다.

더불어 문화재복원시 전소된 농월정의 원형에 가깝도록 충분한 고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둔다. 지자체별 문화재복원작업이 때때로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었던 이유다.

여기에다 관광효과까지 감안한다면 단순복원보다 다각도의 기획성도 요구된다. 이왕 복원한다면 정자만 달랑 새로 세울게 아니라 조금 더 신경을 써야한다. 해당 공무원과 지역의 문화재전문가와 머리를 맞대어 찾고싶은 문화재로 거듭나길 바란다. /경남도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