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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열며
정지담 시인.

유례없이 길고 지루했던 장마가 지나고 한낮은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기상대는 올 여름은 혹독한 무더위가 닥칠 거라고 주눅이 들게 하더니 느닷없는 긴 장마와 폭우로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로 여름을 힘들게 합니다. 연초 창궐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잘 정비된 방역 체제로 안정화 되는가 싶더니 느슨해진 틈을 타 또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들이 자연재해로 보기에는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마음으로 우리들 삶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문명과 문화의 발달로 인하여 우리는 많은 편리함과 혜택을 받고 살지만, 그로 인한 오만한 부조리들이 우리들 삶을 피폐하고 병들게 하고 있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결코 가벼운 무게이지는 않습니다. 에어컨 열기와 자동차 배기가스, 화력발전소 매연 공장식 축사, 일회용 용기와 불필요한 비닐봉투,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 산업폐기물과 건설 부자재 쓰레기, 농촌에서 버려지는 농사용 폐비닐과 빈 농약병들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넘쳐나는 생활 쓰레기로 이 땅은 몸살을 앓고 있으며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들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 오염의 주범이 되어 바다 생명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7배정도 되는 쓰레기 섬들이 태평양을 떠돌아다니고 있으며 부유 물질들은 다시 우리의 식탁으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버려진 폐그물에 갇혀 죽어가는 돌고래, 비닐과 스티로폼을 삼키고 고통스러워하는 바다거북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의 이기적 삶이 낳은 생명 경시의 결과를 온 몸으로 비난 받으며 부끄러움에 고개 숙여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반성하는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지구는 지금 병들어 신음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크고 작은 상처를 입고 고통 속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심각한 기후변화로 인하여 북극과 남극의 만년설이 녹고 있으며 종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류의 멸망을 최촉하는 끔찍한 재앙들이 이 순간에도 사람들에 의해 행해지고 있습니다.

“문명 이전에는 숲이 있었고 문명 이후에 사막이 존재 한다”는 말은 이 삭막한 이기적 시대에 절박한 경종의 의미가 담긴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발이냐 보존이냐 하는 인간 본위의 차원이 아닌 생명의 입장에서 깊이 있게 성찰하고 바라보아야 하는 고뇌가 우리들 앞에 놓여 있습니다. 시대의 무거운 질문에 진실 되고 용기 있는 답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내놓아야 합니다. 집단적 반목과 질시를 내려놓고 서로의 지혜와 슬기를 모아 뜨겁게 발현해야 합니다.

계절은 또 어김없이 가을을 알리는 분주한 들녘의 움직임으로, 저녁으로 풀벌레 울음이 마당 가득합니다. 봉숭아 맨드라미가 꽃등을 켜고 매미는 생명의 위대함을 노래합니다.

문득 가을입니다. 청안청락 하십시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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