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민예총의 빛사진연구회 세번째 사진전 열어

칼을 쥐고 있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그 칼이 활인(活人)의 도구로 쓰이기도 하고 살생(殺人)의 무기로 전락하기도 한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사진은 물체의 화상(畵像)을 빛으로 담은 한 장의 종이조각일 뿐이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사람에 따라 그것은 진실을 감추기도 하고 진실을 드러내기도 한다. 인화지가 빛을 머금을 때 사진을 찍는 사람의 영혼도 같이 머금기 때문일까?

올해로 세 번째 사진전을 여는 빛사진연구회는 거창민예총 소속의 사진 소모임이다. 아날로그의 느려터진 움직임이 답답하고 고지식한 예술로 취급받는 요즘, 주로 흑백사진을 연구하고 사진을 인화하고 현상하는 과정 그 자체를 중요시 여기는 이 모임은 그래서인지 사진들에 찍은 사람의 영혼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하다.

▲ 世波                          ⓒ빛사진연구회 이기태

게다가 이번 사진전은 홀로 사는 독거 노인들을 찾아뵙고 말벗을 해드리는 봉사활동까지 겸한 결과물들이어서 그런지 "세월의 흔적"이란 주제만큼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 따뜻하게 만든다.

사진 속 할머니들의 웃음과 골골이 패인 깊은 주름, 반쯤 열린 녹슨 철대문 등은 마치 아름등걸의 고목나무를 보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자연이 비바람의 흔적들을 조금씩, 그러나 고스란히 간직하듯이 우리네 어르신들의 모습도 모진 풍파가 이는 삶의 흔적들을 훈장처럼 간직하고 계신다. 정지되어 있는 그 훈장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어릴 적 할머니 품속 내음이 살아나고 거북 등처럼 깔깔한 손길이 느껴지고 훈훈한 바람이 불어온다. 사진에서 말이다.

빛사진연구회의 첫 전시회를 보고 회원이 되었다는 이남엽(교사·33) 씨는 이번 활동이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회원의 절반 이상이 교사이기 때문에 퇴근하고 밤에 어르신들을 찾아뵈면 허탕치기가 일쑤였다는 것이다. "대부분 사진 찍는 것을 싫어들 하셔서 그저 어르신들 말벗만 하고 돌아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찾아뵌 분 중에 정신대할머니도 계셨었는데 그저 아픈 이야기들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할 일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라고 이 번 활동의 고충 아닌 고충을 얘기했다.

▲ 미소                          ⓒ빛사진연구회 유미래

하지만 사진을 찍는 주체와 그 대상간의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찍고 싶다는 열망과 그것을 발현해내는 과정에 대한 정성, 한 장의 사진이 나올 때까지 들이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다면 보는 이에게 그 사진이 다가서는 순간은 디지털 카메라의 그것보다 순식간일 것이다.

전시회는 이달 6일부터 9일까지 거창문화센터 2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자세한 문의는 빛사진연구회 홈페이지( http://kpoto.net) 또는 회장 김일용 씨(016-694-2637)에게로 문의 바란다.

한정희 기자  dalbit@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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