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을 놓고 지난 6일 국회 법사위에서 여야 난투극을 벌이고, 보안법 폐지는 연내 처리가 유보된 가운데 산청 간디학교 최보경 선생님이 '국보법 폐지 1인 시위'를 벌이면서 느낀 소감을 보내왔다. 이 글은 일주일치 분량으로 최 선생님의 허락을 얻어 기재한다. <서부경남신문>은 이후 글도 곧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 11월 22일 첫날 학생들에게 보낸 글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나의 제자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작년 파병반대 1인 시위를 이어 그대들의 삶의 실천은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 역사의 주인으로서 당당히 나서는 한 걸음입니다.

11월 22일부터 방학식이 있는 12월 19일까지 매일 아침 8시부터 대중과 함께 호흡합시다. 국보법 철폐를 위한 간디학교 청춘들의 몸짓이 자랑스럽습니다

 # 첫날

첫날 몹시 추웠다.

나와 가영이와 양소. 비롯 선전물이 둘 뿐이라 따로 20미터의 간격을 두고 했지만 우리는 하나라... '국가보안법 폐지에 동참합시다', '당신도 불고지죄'라고 적힌 우리의 피켓을 들고 시린 손 참아가며 첫날을 보낸 우리 친구들...

가영이는 실내화를 신고 와서 얼마나 발이 시렸을까? 가영아 정세를 잘 분석하고 이에 따라 투쟁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그렇게 강조했거늘. 날씨 정세를 잊다니, 실내화가 뭐다냐...

그래도 손짓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경적을 울려주는 이들이 있었다. 저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시린 손... 볼이 찢어질 듯한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출근길 1인 시위에 기꺼이 함께 한

양소야, 가영아!

너희들이 희망이다.

 # 둘째날  

둘째 날. 어제보다 바람이 더 거세다. 지리산과 경호강에서 불어대는 이 겨울바람은 정말이지... 그러나 더욱 싫은 것은 진아와 승아가 말하듯 대형 트럭이다. 트럭이 지나가면 저절로 몸이 움츠려 든다. 트럭에서 이는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볼이 찢어질듯....

진아가 가장 앞서고... 승아는 둔철로 빠져나오는 길에 서고... 나는 가장 뒷쪽에 섰다.

한 20분쯤 지났을까? 정면 앞산 위로 살짝 솟아 나를 강렬히 찌르는 저 빛... 나를 감싸는 저 빛, 태양이 나를 감쌌다. 녹아나는 얼음장같은 내 몸을 휘감는 저 따스함. 순간 티코 한대가 달려온다. 그리고 밝은 미소로 손짓을 한다. 나도 모르게 손짓을 같이 한다.

그 태양은 민중의 숨결이 아닐까... 그 따스함은 민중의 손길이 아닐까... 통일세상 민중세상의 빛이 아닐까... 지난밤부터 새벽까지 꽁꽁 얼어버린 대지를 태양은 희망과 승리의 대지로 바꾸어버렸다.

역사는 언제나 고통과 시련을 주었다. 그러나 역사는 고통과 시련을 넘어 승리의 역사를 함께 주었다. 역사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어 그렇다.

 # 3일째  

오늘도 무지 추웠다.

준재와 영규. 준재 놈은 장갑도 없이 그냥 왔다. 쯧쯧... 얼마나 추운 줄 이제는 알 거다. 준재놈 영규 장갑 빌려 끼고, 영규는 내 장갑 끼고.

어제보다 손짓하는 이들이 많아졌음을 보며 기분이 좋다. 영규는 춥지만 이런분들 때문에 힘이 난단다. 1인 시위 내내 웃는 표정 짓느라고 근육이 얼얼하단다.

3일째 드디어 효과가 있었나? 경찰이 전화를 했다. 이것저것 물어본다. 자기 본분에 충실한 사람이다? ㅋㅋㅋ 과장에게 욕 먹었다나...

자꾸 묻는다. 내가 따뜻한 차라도 1인 시위 중에 가져다 주면 더 많은 정보를 주겠다고 하니 자기도 웃기는지 허허 웃는다.

우리는 내일도 모레도, 계속 할 것이다. 국가보안법이 춥다고 적용하지 않는 게 아니지 않는가?

 # 4일째  

현정이. 은정이가 좀 늦게 왔다. 내 잘못이다. 미리 정확한 장소가 인지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는데... 어제 즐거운 역사 만들기 대회 여파인가? 좀 피곤했다... 아침엔 정말이지 일어나기 힘들었다.

어제 산청서 홍경사가 계속 전화하더니... 오늘 아침 흰색 차량이 우리를 지나면서 결국... 속도를 줄이기에 혹시나 했다. 순간 사진을 찍고 달아났다. 분명 경찰이다. 산청서에서 뭐라 뭐라 한다더니...

어제는 공노 산청지부에 갔다. 민중연대가 군수 항의방문 하는 날이었다. 거기에 오신 신부님께서 언제 한번 들리신단다. 따뜻한 차 가지고, 고맙다.

역사를 개척하는 것은 나의 작은 실천에서부터 일어남을 잊지 말자!

 #. 5일째 겨울비 오다

겨울비다. 혹시나 걱정했는데 집을 나설 때 가랑비더니, 진주 지나 산청 오니 제법 많이 온다. 승완이가 우산 쓰고 나타났다. 예은이는 피곤했는지 깜박했는지 오지 않았다.

비는 계속 내린다. 참 다행스러운 것은 바람이 차지 않다는 것이다. 트럭이 지날 때면 갓길로 비바람이 친다... 트럭 아저씨 미워^^

오늘부터 <공무원 부당징계 철회하라!!> 라는 피켓을 같이 들고 시작했다. 어제 경남도청에서 인사위원회가 열렸는데 어찌되었나?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것은 탄압이지만 승리의 역사인 것이다. 탄압이 거세어질수록 역사는 더욱 힘을 낸다.

얼마나 되었을까? 누군가 다가왔다. 이틀 전 공무원노조 사무실에서 뵌 산청성당 신부님이다. 참 반갑다. 그리고 내내 같이 했다. 그리고 종이 가방을 내민다. 따뜻한 녹차와 빵이다. 고맙습니다. 승완이가 학교 와서 함께 하는 친구들과 나누었다. 차 한잔과 빵...

겨울비가 참 따뜻하다.

 # 6일째  

오늘로 벌써 1인 시위도 한주가 지났네... 예은이가 이미 와 있었다. 고생 많았다. 예은아. 식구총회 마치고 모여서 한 주를 간단히 평가했다. 진아가 대표를 맡기로 하고... 다음주 일정도 짰다...

국가보안법... 이 지겨운 이름...

이제 끝을 보자. 니가 없어지는 그 날!
미친놈처럼 술 한잔 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