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개면 중 7곳은 출생아 0명
면 지역은 한 달에 1명 그쳐
인구감소 넘어 지방소멸 거론

60대가 가장 많은 인구 분포
20~30대 차지하는 비중 적어

지방정부 역량으로는 역부족
‘인구특별법안’ 제정마련필요
김태호 ‘인구장관’ 신설 주장

합천군 적중면에서 올해 1월1일 김태우(34) 문영정(35) 부부 사이에서 셋째로 태어난 첫 신생아. 합천군은 출산장려금을 첫째 50만원에서 100만원, 둘째 70만원에서 300만원, 셋째 이상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각각 인상했다. <사진: 합천군>

산청·함양·거창·합천 51개면 지역 가운데 7곳은 올해 9월까지 출생아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 중 13.7%에 달했다.

올해 9월까지 태어난 출생아는 산청군 61명, 함양군 77명, 거창군 194명, 합천군 83명이다. 거창군을 제외하고는 한 달 평균 10명 미만의 저출산으로 인구감소를 넘어 지방소멸까지 거론되는 심각한 수준이다.

산청군 생초면·생비량면, 함양군 마천면, 거창군 북상면·마리면·신원면, 합천군 용주면은 9월말 기준으로 출생아가 없었다. 지난해 거창군 주상면·남하면·신원면·가북면, 합천군 대병면 5곳은 아이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았다.

사정은 올해도 마찬가지. 산청군 오부면·신등면, 함양군 유림면·지곡면·백전면, 거창군 남상면·가북면, 합천군 묘산면·율곡면·덕곡면·청덕면 11곳은 9월까지 출생아 수가 1명에 그칠 정도로 아이 울음소리가 끊기다시피 했다.

게다가 산청읍·함양읍·거창읍·합천읍 등 읍 지역을 제외하고 47개면 가운데 산청군 신안면(15명) 1곳을 빼고는 태어난 아기는 10명 미만으로 한 달에 한 명에 그쳐 현재 농촌지역이 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출산율 높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가임여성(20~39세) 감소와 수도권 인구 유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지역소멸 위험지수’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226곳 가운데 소멸위험이 가장 높은 시군구에는 경북 군위군(0.133)이 1위를 기록했으며 합천군(0.148)이 전국 4위를 차지했다. 산청군(0.168) 12위, 함양군(0.206) 30위, 거창군(0.297)이 64위로 그 뒤를 이었다.

면지역은 더욱 위태롭다. 산청군 11개 읍면 중 8곳, 함양군 11개 읍면 중 10곳, 거창군 12개 읍면 중 11곳, 합천군 17개 읍면 중 16곳이 5등급(인구감소 위험지역)에 해당된다. 면 지역에서 4등급(인구감소 신중검토지역)에 해당되는 곳은 산청군 시천면·신안면 2곳 밖에 없다.

게다가 합천군 덕곡면은 인구가 870명으로 1000명 미만으로 떨어져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산청군 오부면도 1072명으로 위태로운 순간이다.

면 지역에서 5000명을 넘는 곳은 산청군 단성면(5638명), 신안면(5776명) 2곳뿐이다. 면세가 강했던 함양군 안의면(4598명), 거창군 가조면(3740명), 합천군 가야면(4329명)도 5000명 아래에서 머물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아기가 태어나면 동네뿐 아니라 면 전체가 나서 축하를 나눈다. 합천군 덕곡면은 지난달 22일 올해 처음으로 관내에서 신생아를 출산한 가정을 방문하여 기저귀, 물티슈 등 육아용품을 전달하고 출산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거창 가북면은 1월28일 2015년 이후 5년 만에 아기가 태어나면서 면 전체가 떠들썩했다.

이는 합천군 뿐만 아니라 산청군·함양군·거창군 모두 마찬가지 상황이다. 지자체는 매년 감소하고 있는 인구증가 시책으로 출산장려금, 영유아 물품지원, 영유아 양육비 및 학습비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은 역부족이다.

이같은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는 경제에도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산청·함양·거창·합천 연령별 인구를 보면 60대가 18.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5년 뒤에는 면 지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28일 거창군 가북면에서 5년 만에 처음으로 출생신고가 접수돼 면 전체가 떠들썩했다. 이번 아기 탄생은 2015년 이후 처음으로 평균연령이 61.7세인 초고령 면에서 5년 만에 듣는 아기 울음소리라며 주민들은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사진: 거창군>

이처럼 농촌지역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지만, 인구소멸에 대응하는 노력은 부족한 편이다. 이제 지방의 노력만으로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국가적 차원에서 지역이 스스로의 아이디어로 활력이 넘치고, 경제가 회복되며, 청년들이 혁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각 지자체 인구담당 관계자들은 “인구 소멸위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시책을 추진 중에 있다. 중앙정부와 공모해 지방에서 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태호 의원(산청·함양·거창·합천)은 지난 4월 총선 당시 “인구감소는 국가의 존폐가 달린 문제인 만큼 특단의 조치로서 인구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인구장관 신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의 인구문제를 해결하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이며, 더 나아가 국가인구문제에 함께 대응할 수 있도록 ‘지방소멸대응을 위한 인구특별법안’도 하루 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