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자
나보다 더 좋아하셨던 부모님
지금도 눈시울이 뜨거워

11개 읍면에 농악팀 만든 것
지금 생각해도 가슴 뿌듯
공무원불자회 구성 기억남아

공직자 최초로 퇴임 시 사진전
‘참 머슴 사진 이야기’ 발간

함양 같은 소규모의 도시에서는
공무원들의 생각과 행동이 중요
군민 위한다면 어려움도 극복

함양군공무원불자회장 재임시 축사를 하고 있는 강성갑 전 함양읍장.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찌든 가난 속에서 유년시절을 부모님 슬하에서 농사일을 도우며 학업을 병행하여 오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지방공무원 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하자, 부모님이 나보다 더 좋아하시던 모습이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낀다.

겨울바람이 세차게 불던 1978년 2월, 서하면에 첫 발령을 받아 비포장도로인 신작로 길을 걸으면서 우리 지역을 위하여, 우리 군민을 위하여 봉직하겠노라고 다짐한 후, 한 길로만 열심히 그리고 묵묵히 걸어온 38년의 공직생활을 큰 과오 없이 마치고 제2의 인생은 그동안 누려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길을 찾아 걸어가겠노라는 새로운 다짐 속에 세상을 탐닉하고 있다.

첫 발령지 서하면에서는 당시 최대정책인 식량증산을 위해 통일벼 재배를 권장하며 변소칸 위에 쌓아둔 농자재를 확인하고 퇴비증산 목표달성을 위해 마을마다 다녀야하고, 반상회하는 날은 차편이 없어 마을 이장집에서 자기도 하면서 쌓은 좋은 추억들을 간직하고 있다.

이렇듯 식량증산, 산림녹화, 경제성장목표달성 등 정부정책집행의 최일선에서 겪은 어려움 속에서도 열심히 일하고 보람을 느꼈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갈 때가 있다. 특히 내무행정은 조장행정업무로서 겨울철엔 산불예방, 봄·여름철엔 가뭄극복, 홍수태풍 등으로 인한 재해극복 업무에 동원되어 밤낮으로 일을 해야 했으므로 집안일과 가족일은 내몰라라 했던 시간도 참 많았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세월이 흐르고 경력이 쌓이는 동안 열심히 일해 온 노력의 대가로 2007년 지방공무원의 꽃이라 하는 사무관에 승진되어 주민복지과장, 유림면장, 문화관광과장, 경제과장, 병곡면장, 재무과장, 의회사무과장, 행정과장, 함양읍장을 역임하는 영예도 얻었다.

함양군의회 사무과장으로 재직 당시의 모습.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1988년 세계적 축제인 ‘88서울올림픽’ 개최 때 당시 8급 졸병으로서 행정계에 근무하면서 축제의 분위기 확산을 위해 주제가인 ‘손에 손 잡고(hand in hand)’ 노래를 당시 관선 군수이셨던 최낙건 군수를 비롯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가르쳤고, 또한 사회 저변 확대를 위해 지금의 상림공원 다볕당(당시 공설운동장)에서 유관기관 사회단체원을 대상으로 노래를 선창했던 일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그 인연이 지속되어 전 최낙건 군수께서 나의 퇴임식에 직접 오셔서 축하해 주심은 참으로 감사드린다.

1998년도에 문화예술담당으로 보직 받아 함양군의 문화예술 업무를 맡게 된 것은 어쩌면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관계로 나에겐 예술적 감각이 조금은 있었던 탓인지 업무 자체가 즐겁고 4년여 동안 정말 열심히 할 수 있었으며 우리군의 문화재, 예술, 관광분야를 공부하고 알게 된 보람이 있었다.

특기할 만한 일은 예전에 마을마다 농악놀이를 해 왔었는데 농촌의 급격한 인구감소 등으로 80년 중반부터 우리 군에는 농악놀이 팀이 모두 없어진 것을 알고 11개 읍면에 농악팀을 만들었다. 그때 만들어진 농악팀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면서 매년 축제 때마다 농악경연대회를 해 오는 것을 보면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또 농악육성차원에서 공무원 27명이 참여한 풍물 동아리팀을 만들어 일과 시간 후에 풍물을 배웠으나,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포기자가 늘어 나를 포함 10여명이 물레방아풍물패로 명명하여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하게 된 것 또한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함양군은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과 제10호인 덕유산 등의 명산이 있어 곳곳에 주요 명찰이 있는 불심 또한 깊은 고장으로, 50여명이 참여한 공무원불자회를 만들어 공무원불자회장을 맡아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와 도불자연합회 등의 행사에도 열심히 참여하여 함양군을 알리고 불심을 자랑한 것 또한 업적이라 생각되어 보람을 느끼고 있다. 퇴직 한 지가 4년여 되었는데도 지금도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주요 명찰순례 등을 하는 좋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문화예술계장 4년, 문화관광과장 1년 반 정도 문화관광 업무를 맡아 전통사찰을 지정하고 보존관리는 물론, 불교 유물들을 문화재로 지정토록 한 것 또한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사무관으로서의 첫 보임지인 유림면장 근무 시에는 모든 정열을 다 쏟을 정도로 열심히 면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발로 뛰어 다니는 현장 행정을 한 것이 많은 면민들의 호감을 얻어, 부임 1년 즈음에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난다는 소리를 들은 주민 대표들이 군수와 담판으로 없던 일로 만들었던 해프닝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시작되는 1991년 지방의회가 개원되는 시점에 개원 준비요원으로 발령받아 의회업무의 기틀을 마련하였는데, 후에 승진하여 의회사무과장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의회와 집행부의 가교 역할을 해 왔던 역할도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이외에도 고향면인 병곡면장, 그리고 본청의 재무과장, 경제과장, 주민복지과장 등의 부서장을 거치면서 어떤 자리에서건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 해 왔다고 자부한다.

행정과장 재임 시 신규 공무원 워크숍에서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라는 논어구절을 들려 준 것이 인상에 남았는지 얼굴도 몰랐던 후배들이 훗날 “좋은 이야기 들었습니다”라고 다가와 인사할 때는 참으로 흐뭇하였다.

문화관광과장 재임 시 완공된 문화예술회관, 박물관, 종합사회복지관이 빛을 보기 시작하던 때 종합사회복지관엔 많은 문화교양강좌가 시작되어 업무를 보다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취미생활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사진반에 등록하여 2년 동안 야간 강좌에 참여하고 배우면서 사진에 푹 빠지게 되었다. 한국공무원미술대전 사진부문 입상과 경남도전 입상, 제5회 함양군 문화관광공모전에서 ‘은상’ 수상, 그리고 전국 각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사진공모전에서 입상하는 등의 기쁨도 맛보면서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 된 것 또한 영광으로 여긴다.

함양읍장으로 공직을 마감하면서 퇴임식을 의례적인 형태에서 탈피하여 그동안 공직생활 하면서 담아 왔던 사진으로 ‘참 머슴 사진 이야기’ 제하의 책을 발간하여 사진전시회를 겸한 새로운 퇴임식 패턴을 만들었다. 나의 전시회가 계기가 되어 후배공무원 2명이 퇴임과 동시 사진 개인전을 갖게 되는 것을 보며 가슴 뿌듯함을 느꼈다.

퇴임식에는 최낙건 전 함양군수(사진 오른쪽)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옛날에는 당신의 취미가 무엇입니까? 였었는데 지금은 취미가 몇 개입니까? 묻는 시대다. 취미는 생활의 한 구성요소다. 취미가 없으면 생활이 까칠해지고 윤택이 없다. 몰취미, 무취미한 인생은 싱겁다. 중국 임제선사의 어록 중에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지금 처한 그곳의 참 주인이 되라”는 말씀을 내 자신이 공직생활 때 교훈으로 삼았다.

함양 같은 소규모의 도시에서는 공무원들의 생각과 행동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하겠다. 참 주인이다 생각하며 군을 위하고 군민을 위한 일이라면 어떤 어려움도 다 헤쳐 나가면서 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젊은 시절 패기 있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건만 세월이 흘러 이순의 나이가 되어 돌아보니, 밀려드는 추억과 그리움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2016년 7월부터 자연인으로 돌아와 퇴직 후 제2의 인생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봐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회사에서 행정일을 도우면서 새로운 사회를 탐닉해 보는 보람과 즐거움도 느끼고 있다. 또한 가족 먹거리를 위해 작은 주말 농장의 텃밭을 가꾸며 사는 소소한 기쁨과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언제가 후배들을 초청하여 농장에서 삼겹살 파티를 해 볼 꿈도 가지며 미소를 띄워본다.

지금은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함양지회장을 맡아 우리 지역의 문화예술발전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아주 바쁜 일정을 보내며 익어간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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