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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드문 걸어도 황소걸음
박수연 아동문학가.

흰소의 해다.

해마다 12간지에 새로운 색을 덧입힌다. 올해는 흰색이다. 2021년 유행하는 색은 노랑, 회색, 하늘색이라고 한다. 노랑과 흰색 그리고 회색과 흰색 또는 하늘색과 흰색을 맞추어 보면 기분이 상쾌하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코로나 블루를 지울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적이고 차분한 색이다. 외출을 위한 옷이 아니라도 좋다. 가볍게 슈퍼를 다녀오면서 노랑 티셔츠와 흰색 운동화 차림을 상상하는 일이 무미건조한 일상에 색을 입히기도 하니까.

흰소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찾아 볼 수 있고 또 화가 이중섭의 흰소 그림에서도 보아 왔다. 소가 주는 이미지는 우직함과 성실함 든든함 등 가볍지 않은 말들이지만 싸움소에게서 느껴지는 용맹함이나 거친 몸짓에는 두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내 안의 흰소는 깡이 있지만 상대에게는 부드러운 내유외강한 존재다. 사람들의 목적에 따라 생이 결정되는 비육소나 싸움소가 아닌 자연스럽게 나고 죽는 아프리카 대륙의 흰소떼를 상상한다. 그 자유로움에 목이 메여온다.

흰소의 해를 맞고 또 변화하는 세상에 눈맞춤을 하면 어느새 소통되는 신조어를 만난다. 주식초보를 말하는 주린이, 코로나로 외국인이 매도한 주식을 사들이는 개인투자자 동학개미, 외국 주식을 사들이는 개인투자자 서학개미, 금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금린이, 부동산에 투자하는 부린이 등등이다.

부지런히 따라잡지 않으면 같은 시대에 살면서 상황을 공감할 수도 없을 정도다. 매일 발행되는 매체에서도 가타부타 설명 없이 신조어를 넣어 기사화하면 우리말이지만 뜻을 찾아가며 기사를 읽어야 한다. 한자와 한글을 섞어 쓰던 시절처럼 말이다.

코로나로 주식이 떨어졌던 지난해 초 나도 작은 자금이지만 동학개미가 되었다. 우량주를 몇 주 사놓고 일어나면 주식을 들여다보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됐다. 지금 내 상황이 개선될 기대치가 희망고문이라는 것을. 주식을 샀지만 실은 그 회사의 재무구조나 발전 가능성을 본 것이 아니다. 남 따라 장에 가는 식이었으니 장님 코끼리 만지기였다.

꿈속에 소가 나타나면 조상을 보는 것이라고 어른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후손의 안녕과 번영을 바라는 조상이 소로 변신해서 언질을 주는 거라고도 했다. 좋은 일이 일어나면 조상이 돌본 것이고 나쁜 일이 일어나도 조상이 돌본 일이라 거기까지만 생긴 것이라고 했다. 돌이켜 생각하면 소가 꿈에 나타난 일이 길조거나 흉조거나 상관없는 것이다.

흰소떼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뛰고 쉬고 먹으며 큰 요행을 바라지 않는 것처럼 조상들이 일구어 놓은 곳에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일보다 더 큰 요행이 없다는 것을 안다.

코로나로 온 세계가 죽고 사는 일에 힘겨워하는 지금이다. 안전한 내 나라에서 남 따라서가 아니라 한걸음을 걸어도 안전하게, 드문드문 걸어도 황소걸음처럼 걸어가야겠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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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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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토리 2021-02-10 10:49:25

    ‘드문드문 걸어도 황소 걸음처럼~’ 멋지네요, 맛깔나요~ 코로나 시대의 해법이에요. 삶의 속도를 살짝 늦추고 천천히! 건강하게! 의지로! ~   삭제

    • 정해림 2021-02-10 10:45:42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맘에 와닫네요 멋있으셔요 엄지척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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