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 스님 목숨 건 단식 100일째

▲ 천성산 고속철도터널공사에 반대하며 100일째 단식중인 지율스님.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정토회관 3층 염화실(조실스님이 거처했던 방)에 창백한 모습으로 누워 있는 지율 스님의 모습이 기자들에게 공개됐다. ⓒ사진공동취재단

특히 사태를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한 정부의 무성의, 무능력에 대한 비판과 환경운동단체들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율 스님이 단식을 하고 있는 불교수행공동체 정토회는 철통같은 경비를 서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계종 법장 총무원장은 2일 정토회관을 찾아 지율 스님을 만난 뒤 "천성산 문제에 대한 해법은 지금이라도 재조사가 이뤄지는 것 뿐"이라고 밝히고, 지율 스님에게도 단식중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지율 스님은 법장 총무원장스님께 드린 쪽지에서 "티끌처럼 낮아지고 가벼워져야 제 원력도 끝이 날 것 같습니다. 바라건대 천성산과 함께 한 모든 인연을 자애로운 마음으로 거둬 주소서"라고 써 단식 중단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신현대 경희의료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 등 전문의들은 "물과 염분을 계속 먹더라도 단식이 한 달 정도만 지나면 언제든지 갑작스럽게 사망할 수 있다"며 "스님의 경우 평소 종교인으로서의 수양이 몸에 배어 있고, 이번 단식의 목적이 뚜렷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지율 스님을 타협이라고는 모르고 현실감이 없는 '고집불통 비구니' 로 보고 있지만, 스님의 요구 수준은 단식을 거듭하면서 계속 낮아져 왔다.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부분만 보더라도 영향평가를 4계절 동안 하라고 한 데서, 영향조사를 6개월간 하자는 것으로 바꾸었고, 지금은 다시 기간을 3개월로 줄였다. 

지율 스님은 "말라가는 것은 내가 아니라 우리의 산과 샘, 개울"이라며, 자신이 아니라 죽어가는 생명을 봐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스님은 이미 도롱뇽, 나비, 고란초 등 천성산의 수많은 생명들과 한몸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한편 도롱뇽의 친구들과 민주노동당, 시민단체들은 지율 스님 단식 100째를 맞아 3일 오후 6시30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마산 창동 등 전국 20여곳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한다.

한정희 기자  dalbit@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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