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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용식 옥동교회 목사

함양 유림면 옥매리 20번지 옥동교회 엄용식(54) 담임 목사. 그가 적은 힘이지만 사회에 책임을 지는 활동을 펼치는 이유다.

이는 98년 함양기독교환경연대를 꾸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함양관내 하천 청소, 환경세제 보급, 자전거 타기 운동, 샴푸 덜 쓰기 등 일상생활 속에서 환경운동을 펼쳐나갔다. 그러나 같은 해 지리산 댐 건설문제가 불거졌다.

"예수님의 정신은 생명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생명을 사랑하는 일은 목회의 한 부분이라 생각했죠."  이내 함양 군내 시민단체를 비롯한 17개 단체 등과 연대해 댐이 들어서는 것을 막았다. 이 운동은 댐 반대국민행동 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함양은 현재 지곡면과 서상면에 골프장을 지으려는 군청과 농민들이 대립하고 있다. 현재 군민들은 '함양군골프장백지화 공동대책위원회' 를 만들어 활발하게 반대투쟁을 일구는 중. 여기에 엄 목사도 힘을 보태고 있다.

엄 목사는 갑자기 대책위가 발행한 유인물 한 장을 건넸다.

'정부는 이제 농사 지을 땅에도, 지리산에도, 새만금에도 골프장을 짓기 위해 악법을 통과시키려 합니다', '골프귀신 들린 노무현정부….'  곧장 말을 이어간다.

"기대를 걸었던 참여정부였습니다. 하지만, 경제논리, 성장과 개발밖에 모르는 것 같아요. 사실 골프장은 농민들에게 '백해무익'한 시설입니다. 세수와 지역 경제활성화 명분을 들이대지만, 농약오염, 지하수 고갈, 마을 공동체 파괴…. 견줘보면 잃는 게 훨씬 많습니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함양군도 문젭니다. 재정자립도가 10%수준이니 세수를 늘리기 위해 골프장을 건설해야한다는 논리를 내세우지요. 특히 지금 있는 군수(천사령)가 내년 지방 선거 때문에 하나라도 가시적인 정책을 내놓으려는 것 같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논리를 폈다. "지금처럼 골프장을 지으면 다른 도시나 지역과 차별성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일정부분 성과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다른 지역과 똑같아져서는 평생 낙후된 지역으로 남게 됩니다. 지리산으로 상징되는 함양만의 장점인 환경을 살리는 쪽으로 행정이 힘을 실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친환경적으로."

초기에는 이러한 대외활동에 대한 어려움도 많았다. '목회자가 밖으로만 나다닌다' 핀잔부터 특히 어려운 시골교회 살림살이가 대외활동 때문에 가중되는 것 아닌가하고 속앓이도 많이 했단다.

"그래도 꾸준히 걸어오니 교인들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는 것을 지켜보게 됩니다." 엄 목사의 '안티 무임승차론'을 받아들인 청·장년 교인들의 경우 여러 시민단체에 회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옥동교회는 한해 예산이 5000만원 정도다. 이 가운데 절반을 도시 2곳, 시골 2곳 교회에 다달이 10만원씩 후원을 하고, 독거노인과 배움을 익히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지리산 평안의 집을 돕는데 할애하고 있다.

"농촌 교회가 도움 받는 교회가 아닌 도움을 주는 교회, 이 땅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좋은 교회의 본보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촌으로 내려온 지 올해로 옹근 20년. 갈수록 덩치를 키워가려는 교회에 대해선 날선 눈을 했다.

"교회가 크다고 해서 도매금으로 비난할 수 는 없겠지요. 하지만 교회가 갈수록 사유화, 기업화, 물량화, 거대화만 되는 지금의 모습은 걱정이 됩니다. 큰 교회가 혼자만 크려는 것은 문제입니다. 저는 이것을 암세포에 비유합니다. 자기만 살기 위해 다른 것을 닥치는대로 잡아먹는 암세포. 덩치만 키우는 것을 지양하면서 사회적 책임과 환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옥동교회 2층 예배당 들머리에는 '사랑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라는 영구표어가 걸려있는데, 뭇 생명과 소외된 자 모두를 껴안으려는 엄 목사의 의지가 그대로 응축되어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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