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회피 내부갈등 커지는 양상
자성·쇄신과는 온도차 커 보여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 쥐고 있어
사퇴 결정은 쉽게 내리지 못해

4·7 함양군 도의원 보궐선거 투표장 모습. <사진: 서부경남신문>

지난 4·7 함양군 도의원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이 당선된 이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당원들과 지지자들에게 패배에 대해 사과하며 자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두 당 모두 지역위원장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태 유지에 방점을 찍고 있어 자성과 쇄신에는 온도 차가 커 보인다. 선거에 패배한 정당은 지도부가 사퇴하는 모습이 일반적인 것에 비쳐 볼 때, 지역위원장 자리를 유지하려는 태도는 괴리감이 있어 보이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서필상 위원장은 <서부경남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기대를 한 만큼 표가 나오지 않아 할 말이 없다”며 선거를 총괄한 당사자로서 책임감을 나타냈다.

서 위원장은 이번 선거의 패배 원인으로 “누적된 민심 여론이 폭발했고, 험지에다, 내부 사정으로 인해 선거 준비가 늦게 출발한 점”을 꼽았다. 또 “후보의 인지도가 없었고, 예비 후보자 2명의 이탈과 출마 포기 등으로 인해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거비용 보전 기준인 15%를 넘기지 못한 것은 최근의 선거에서 상당히 저조한 성적이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너무 나이 어린 후보를 내보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 위원장은 “청년후보를 낸 것은 미래 세대이자 젊은 세대로서 지역의 오래되고 낡은 분위기를 바꾸려고 한 의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과 지방선거를 잘 준비하겠다”면서 지역위원장은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산청·함양·거창·합천이 민주당 입장에서는 험지이다 보니, 지역위원장으로 마땅하게 나서는 인물이 없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선거 책임론를 놓고 내부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강석진 지역위원장이 선거 다음날인 8일 “부족했고 죄송하다”고 선거 패배에 사과하면서도 “김태호 의원이 함양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고, 국민의힘을 지지하라는 전화 한 통 없었다“며 비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태호 의원 측 관계자는 “지역의 당 차원에서 총동원을 했지만 결과가 안타깝다”면서 “패배의 책임은 지역 군민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강석진 지역위원장의 비난을 에둘러 반박했다.

김태호 의원 지지자들은 강석진 지역위원장을 향해 “적반하장에 후안무치하다”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후보 선정을 비롯해 모든 과정을 강석진 위원장이 주도해 놓고 패배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함양을 한 번도 안 찾은 것에 대해 김태호 의원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더라도 선거를 총괄한 사람은 강석진 위원장이라는 점에서, 책임은 강석진 위원장이 져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지역위원장 사퇴는 당연한 수순인데, 이를 회피하면서 내부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정치적 책임을 피하려는 태도가 구차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우선 물러난 후 나중에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게 정상인데, 끝까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는 정치인으로서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호 의원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강석진 위원장이 물러나는 건 시간 문제”라며, 지켜보자는 기류도 읽힌다.

지역위원장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경우 김태호 의원이 지역위원장을 맡는 게 당연시되면서 내년 지방선거 공천 물갈이는 필수고, 폭이 어느 정도냐에 관심이 쏠려 있다.

국민의힘이 차지하고 있는 거창, 산청, 합천군수가 어느 정도 바뀔지에 대해 추측이 무성하다. 신성범 전 의원이 지역위원장을 맡았을 당시의 군수와 도의원, 군의원들이 강석진 전 의원이 지역위원장을 맡으면서 대거 물갈이됐다. 일부는 지역위원장과의 갈등으로 탈당을 선택하기도 했다. 김태호 의원이 지역위원장을 맡을 경우 비슷한 결과가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도 차이가 없다. 지역위원장이 공천과정에서 막강한 입김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반성과 쇄신을 말하면서도 어떻게든 지역위원장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은정·최상두 기자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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