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순규 경남대 석좌교수·한국지방정치연구원장]

어떤 국가이던 그 국가 내부에는 언제나 모순과 갈등? 대립이 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잘 극복하고 국민대통합을 이루느냐 여하에 따라 국운이 판가름 난다. 여기서 기대되는 것이 바로 건전한 리더십으로의 전환 요청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3년간 참여정부 아래 분열의 정치로 국력을 낭비해 왔다. 내일로 노무현정부의 집권 만 3년이 된다. 더 이상 상쟁(相爭)의 파열음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펴 온 ‘적의(敵意)의 리더십’을 버리고 남은 2년만이라도 그간의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국민대통합의 길로 나가야 한다.

지금 세계 각국은 급변하는 국제환경에 따라 다투어 국부(國富)의 길로 나서고 있다. 제각기 국가번영과 평화. 경제와 안보의 실익(實益)을 위해 한편으론 무한경쟁을 벌이면서 다른 한편에선 국가간 협력 체제를 다각적으로 벌이는 경쟁과 협력의 두 바퀴로 미래를 향해 달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이런 국제경쟁에 뒤져서는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양극화문제 해소만으론 미흡하다. 보다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비전과 방책으로 미래를 향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

명실공히 2006년은 대한민국이 20세기형 이념의 틀을 깨고 21세기형 선진 패러다임을 가시화하는 전환기가 돼야 한다.

그런데 불행스럽게도 당장 우리 앞엔 수많은 비정상적 정치난제들이 지뢰처럼 널려있다. 자칫하면 국민대통합은커녕 오히려 분열과 대립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벌써 지난 20일부터의 민주노동당 2기 지도부 경선 스타트가 그렇고. 오는 2·18 전당대회를 앞둔 열린우리당의 당권경쟁 역시 내년의 대선 전초전인양 10명 가까운 출마자 난립 속에 후보 간 티격태격 다투는 험한 모습도 보인다.

거기에 오는 5월 31일에는 4대 지방선거가 있다. 5·31지방선거는 과거와는 다르다. 지방의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제가 됨으로써 이 선거가 2007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지 않을 수 없기에 보나마나 여야 각 정당은 사생결단식으로 달려들어 과열 혼탁 양상을 벌일 것임이 자명하다.

이후 7월 초 한나라당이 당권·대권을 분리하는 전당대회를 치르고 나면 정계재편에 개헌논의까지 본격화 될 것이다. 이 모든 정치 일정들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 치러져야 한다. 정부의 엄정 중립은 말할 것도 없고 여야 정치권도 눈앞의 이익보다 국가 백년대계를 먼저 생각하길 기대한다. 그래야 나라가 바로 서고 우리 모두 더불어 함께 편하게 잘살 수 있다.

17세기 중엽 영국의 크롬웰은 엘리자베스 1세가 죽은 후 쇠퇴의 길로 들어섰던 영국을 재차 유럽 열강 지위에 끌어올린 지도자이다. 그의 리더십은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국가를 위해 지극히 헌신적이었다. 그러기에 크롬웰은 훗날 난마와 같이 얽히고 병든 당시 영국사회를 뛰어난 혜안과 신선한 리더십으로 새 질서를 구축. 국민대통합을 이루고 국가를 재건한 애국적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사례에서와 같이 노무현 대통령도 이후 역사 속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려면 차제에 리더십에 관한 한 일대 전환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적의의 리더십’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머슴 같은 자세. 하인(下人)으로서의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으로 바꾸어야 한다. ‘서번트 리더십’ 이란 국민 위에 군림. 국민을 통제. 관리하면서 코드를 맞춰 편 가르는 것이 아니고 모든 국민의 뜻에 따라 무조건 무한 봉사하고 후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번트 리더십’의 중심 덕목 그 으뜸은 ‘경청(傾聽)’이다. 경청은 남의 말을 공경하는 태도로 듣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 동안 말이 너무 많았고 헤펐다. 언제나 현명한 지도자는 말은 적게 하고 귀는 크게 열어둔다. 귀에 거슬리는 쓴소리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노무현 정부는 이제 나머지 집권 2년만이라도 절대 다수 국민의 여망에 따라 미래를 위해 국민대통합으로 국가총력을 결집시키는 그런 건전한 리더십을 발휘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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