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근 산청군 단성면 석대마을 거주, 한국국토정보공사 산청지사장 퇴임.

‘도들볕’은 ‘아침 첫 햇볕’ 이라는 순우리말이다. 우연히 문학 강좌를 듣다가 배운 말인데 너무 좋아서 농장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실 전원생활을 시작한 가장 큰 동기라고 한다면 햇볕보다는 밤하늘 별빛에 반해서이다. 어릴 때 수없이 보았던 그 수많은 별들! 정말 까맣게 잊고 살았는데 이곳에서 우연히 다시 찾은 것이다. 그 감동이 너무 커서 전원생활을 결심하였고 지금도 맑은 날에는 늦은 밤중에 별이 제일 잘 보이는 나만의 장소에 서서 목이 아프도록 쳐다보곤 한다.

캄캄한 밤일수록 가까운 별과 먼 별들의 입체감이 더욱 뚜렷하다. 크고 작은 빛을 내며 반짝이는 별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답다. 길게 섬광을 그리며 사라지는 별똥별이 유난히 많이 떨어지는 날이나 시간이 있는데 그날은 그야말로 횡재를 한 기분이다.

‘아침 첫 햇볕’이 새삼스레 특별할 게 있겠냐고 하겠지만 겨울아침 추분 때보다 한참 남쪽방향으로 치우쳐 올라오는 해가 동쪽 앞산을 물들이다가 이내 나의 키를 넘어 하늘의 새털구름과 뒷산 바위와 소나무에 부어대는 주홍빛 볕의 향연은 보고 또 봐도 그 감동은 매번 배가 된다.

아내가 허리 아프다고 끙끙대면서도 매일 정성 들여 가꾼 정원은 봄이 되면서 튤립, 함박꽃, 패랭이, 할미꽃, 개양귀비, 수레국화, 별꽃, 만리향, 청포하며 이루 셀 수도 없는 꽃으로 가득 채워진다.

몇 년 전 장날 어느 날 사서 심은 매실나무와 감나무도 제법 열매를 달았다. 농사일은 단지 먹거리를 만들려는 노동이 아니라 생명을 만나는 숭고한 일이고 자연이 주는 만큼을 기다리는 겸손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햇볕과 바람과 비는 옥수수 한 알을 수백 개의 알을 꽉 채운 두 개의 큰 옥수수로 만들어 내고 고추, 참깨, 토마토 등 모든 작물들이 수백 배의 결실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

볕 좋은 가을이면 단풍나무 그늘 밑 평상에 앉아 푸르디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어느 스님의 말처럼 사람의 몸은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이루어져 있어 죽으면 살은 땅(地)으로, 70%인 수분은 물(水)로 가고, 36.5도 열은 화(火)로, 뼈는 바람(風)으로 가고 만다. 잠시 형태였던 사람은 본디 자연이라는 말이 참으로 실감이 난다.

거미줄에 달린 수많은 이슬과 꽃잎이나 하찮은 풀잎에 맺힌 이슬 하나하나에도 빠짐없이 빛은 반짝인다. 햇빛은 말한다. 진정한 평등은 생명이 있거나 생명이 없는 것 까지 머문다는 것을… 크다고 많이 주거나 작다고 적게 주지 않으며, 귀천이 없고 노소도 없고 자기가 감당하는 만큼 나눠준다고 저렇게 반짝이며 가르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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