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 강구항의 영덕대게.

11월 중순. 비스듬한 오후의 햇살이 내리쬐는 즈음 경북 영덕 강구항에 도착했다. 7번 국도에서 강구항을 건너려면 다리를 건너야 한다. 다리 가운데는 커다란 대게 조형물이 붙어있는 아치가 있어 이곳을 찾는 이는 누구나 대게를 바라보며 건널 수 밖에 없다.

대게는 몸집이 크다고 해서 대게가 아니다. 대게의 다리가 대나무처럼 곧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게는 12월부터 5월까지만 잡는다. 6월부터 11월까지는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잡지 않는다. 어획 기간 중에도 등딱지가 9㎝ 이하인 어린 게는 그물에 걸려도 놓아 준다. 그중에 최고는 영덕 박달대게다.

대게는 영덕을 중심으로 해서 포항의 구룡포항과 울진의 후포항, 죽변항, 그리고 영덕의 축산항과 강구항, 울산의 정자항 등에서만 위판 된다고 한다. 특히 다른 항구에서는 12월부터 위판이 되는데 반해 강구항은 11월부터 위판이 시작되어 어선들이 모두 이곳으로 모여들기에 보다 싼 값에 대게를 맛볼 수 있다.

항구 안쪽으로 쭉 들어가면 대게를 파는 상가가 길 양옆으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금새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다. 동쪽 해안선을 따라 자리 잡은 상가에는 집집마다 게 찌는 수증기가 뿌옇게 피어난다. 대게를 먹고 가는 사람, 스티로폼 박스에 포장해 들고 가는 사람들로 거리는 도심처럼 흥청거린다.

손님들이 수족 속의 게를 고르면 가게 주인은 네모난 찜통에다 대게를 넣고 쪄낸다. 주인은 찜통에 달린 조그만 호스를 뽑아내어 살아 버둥거리는 게의 딱지를 벌리고 그 속에다 뜨거운 수증기를 쏘인다. 산채로 찜통에 넣으면 게가 버둥거려서 다리가 다 부러지기 때문이다.

기절시킨 게는 배가 위쪽을 향하도록 찜통에 담아야 한다. 배가 아래를 향하도록 놓으면 찌는 동안에 맛있는 게장과 진액이 밖으로 흘러 내려가 버리기 때문이다. 20분 정도 찐 다음 7분 정도 뜸을 들이면 최고의 대게 맛을 맛 볼 수 있다.

게는 껍질만 빼고 다 먹을 수 있으며 다리 살은 맨 끝 마디가 있는 부분을 부러뜨려서 당기면 살 전체가 빠져나와 쉽게 먹을 수 있다. 또한 대게 끝부분을 부러뜨린 후 다리껍질을 길쭉하게 가위질 한 후 파내어 먹는다.

몸통은 게 뚜껑을 연 뒤 연한 겉껍질을 하나만 벗기면 맛있는 몸통 살이 그대로 들어나며 반대쪽 게장을 한곳에 모아 고소한 참기름 몇 방울, 잘게 썬 김치와 가슬가슬한 김 몇 장에 공기밥과 함께 비벼 먹으면 이것이야 말로 대게의 참맛이라 할 수 있다.

그림 같은 동해의 겨울바다를 따라 연인과 친구, 온가족이 함께 작지만 아름답고 활기가 넘치는 대게의 고장에서 참맛을 맛보며 즐거운 주말을 만끽하는 것은 어떨까?

김정화 기자  kimjh@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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