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행복하기 위해서 태어났다. 행복에 충족조건이 있을까? 그럼 그 조건의 기준은 무엇일까?

불교에서는 인간의 영원한 행복을 가지지 않은, 가지지 않으려는 무소유 정신에서 찾고 있으며, 또 견유학파(키니코스학파)들은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는 것이 신의 특징이며, 필요한 것이 적을수록 신의 가까운 자유로운 인간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인간본성이 가지는 보편적 원리가 한국인의 몸짓으로 표현되어 세계에서도 통했다. 경남의 극단 '입체'는 문화예술의 본고장 프랑스 파리에서 메닐몽땅 극장의 초청으로 2007년 11월 22일과 23일 두 차례 <해피 오 해피> 작품 공연을 가졌다.

결코 개답지 않은 변모를 지닌 ‘분실물 센터 집중구구 산하 중앙보관소 산하 판도라 보관소’의 견유학파 해피와 그의 주인 소장은 사람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보관해 두고 있다.

무대 배경이 말해주듯 이글거리는 태양과 목마름만이 존재하는 사막에 위치한 보관소는 행복을 찾으려는 그들의 의지를 실험한다. 그렇게 해서 보관소에 도착한 이들은 해피가 내는 수수께끼를 맞춰야 잃어버린 물건을 찾을 수 있다.

험난하고 긴 과정을 거쳐 그 곳을 찾은 부인, 교수, 경찰, 도둑이 진정 찾으려고 하는 것은 정신적 행복의 기본조건이다. 순수했던 시절 잃어버린 부인의 사랑, 죽고자 하는 용기만 남기 채 사라져 버린 교수의 삶의 용기, 동생처럼 믿었던 도둑에게 배신당한 경찰의 믿음, 더 이상 생겨나지 않는 훔치고자 하는 도둑의 소망 등.

그러나 이러한 정신적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는 물질의 소유욕 앞에서 무너진다.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본색을 드러내는 주인공들은 지배자 알렉산더 대왕이 잃어버린 상자 속에는 전 세계를 정복한 영웅답게 위대한 것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 여긴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소장과 해피를 억류하고 그들이 직접 분실물 센터 안으로 들어가서 사람들이 잃어버린 상자로 가득 찬 창고를 뒤지기 시작한다.

결국 그들에게 있어서 사랑은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삶의 용기는 소리만 요란한 빈 깡통에 불과하며, 믿음 또한 쉽게 터져버리는 풍선과 같다. 소망도 쉽게 식어버리는 양은냄비에 지나지 않는다. 밑바닥에 잠재되어 있는 인간 군상을 보여주며 그들은 알렉산더 대왕의 분실물을 손에 넣게 된다.

그들이 그토록 찾던 사랑, 용기, 믿음, 소망과 맞바꾼 알렉산더 대왕의 분실물 상자를 여는 순간 그들은 허탈해 졌다. 알렉산더 대왕의 분실물 상자는 텅 비어 있었다. 결국 알렉산더 대왕이 잃어버린 것은 무소유였던 것이다.

어쩌면 그들이 찾던 것과 그들의 신분 자체가 아이러니인지도 모른다. 현재의 가정보다 옛사랑이 그리운 부인, 지식보다 안이한 삶에 집착하는 교수, 도둑을 믿는 경찰, 훔치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도둑이 찾는 사랑, 용기, 믿음, 소망은 처음부터 그들의 집착대상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해피 오 해피>는 인간의 끊임없는 욕구는 이성의 자제력을 상실할 욕심을 부르고, 그 욕심은 욕망으로 자칫 인생의 진정한 행복을 빼앗아 갈 수 있다는 철학적, 도덕적 반성을 블랙코미디로 표현한 작품이다.

극단 입체는 지역연극의 세계화를 위해 지난 2000년부터 정기적으로 프랑스 파리 공연을 진행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공연이 뜻 깊은 것은 참된 행복의 진귀함은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시공간을 공유하는 물음의 작품 이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작품이 해외에 주목받기 위한 가장 쉬운 수단은 한국 전통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극단 '입체' 또한 <초분>, <태>, <다시라기> 등 한국 전통의 소품과 무대, 소재를 활용한 작품들을 해외 초청 작품으로 선택해 왔다.

그러나 이번 <해피 오 해피>의 경우 순전히 텍스트를 중점으로 주제의식에 의존, 작품 선정에 변화를 주면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도덕적, 철학적 메시지를 웃음으로 전달하는 블랙코미디로서 역할을 잘 살리지 못한 텍스트의 아쉬움을 연출과 배우의 템포를 잘 맞추어 가면서 적절하게 극을 이끌어 갔다.

김정화 기자  kimjh@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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