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로 참여자 130여명 감시
인권침해에 문제의식 못 느껴
일감 몰아주기·참여자들에 갑질

자활센터 보조금만 한해 22억원
평가는 상위 10% 해당 ‘최우수’
실제 운영과 지침에서 큰 차이

자활센터 ‘편향된 보고서’ 주장
문제제기 내용은 사실 아니다

함양참여연대가 함양지역자활센터 실태보고서를 통해 각종 사업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자활센터는 참여연대의 보고서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진은 자활센터가 매월 마지막 주 펼치는 ‘행복나눔 금요장터’ 모습. <사진: 함양군>

함양참여연대가 함양지역자활센터 실태보고서를 통해 인권유린과 카드깡, 지리산한우곰탕 사업단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함양참여연대는 매년 22억원의 보조금을 받는 공적기관인 함양자활센터는 8개 사업단을 운영하면서 관내 11개 읍면의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와 조건부 수급자, 실직자, 저소득 주민의 자활·자립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에 대한 ‘갑질’이 이뤄졌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앞서 함양참여연대는 참여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CCTV(폐쇄회로텔레비전), 식대, 월차휴가 사용, 카드깡 등의 내용이 담긴 실태보고서1을 발표했다. 앞으로 나올 실태보고서2에는 지리산한우곰탕 사업단 문제점을 집중 추궁해 밝혀낼 예정이다.

하지만 함양자활센터는 13일 “함양참여연대가 작성한 실태보고서의 편향되고 왜곡된 사항에 대해 사실을 기반으로 바로잡고자 한다”며 “자활·자립의 희망을 품고 성실히 참여하는 함양군 기초생활수급자 및 참여자에 대해 본 센터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알린다”며 반박 입장문을 발표했다.

CCTV로 사업참여자 감시

함양자활센터는 지난 6월 10일 CCTV를 총 8대 설치했다. 자활센터 참여자 130여명은 이러한 설치 목적에 공감했기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CCTV 설치 동의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CCTV는 원래의 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는 것.

6월 말경, 자활센터의 청소 사업단 ‘해피클린청소’의 전담관리자인 반장이 전화를 받았다. 청소 사업단 팀장이 건 전화였다. 팀장은 “CCTV로 보고 있다”며 출근 상황을 체크했고, 화면에 안 보이는 참여자들의 상황을 물었다.

이에 반장은 자활센터가 CCTV로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팀장과 센터장에게 항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센터장은 자신이 팀장들에게 CCTV로 참여자들을 지켜보라고 했다며, CCTV를 이용한 감시를 사실상 인정했다.

함양참여연대는 “자활센터 참여자 중 몇 분이 이러한 사실을 제보했다”면서 “자활센터는 ‘갑’이고 자신들은 ‘을’의 관계이다 보니, 민원이나 진정을 넣기가 겁이 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함양참여연대는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함양자활센터는 “사실이 아니다. CCTV 설치목적은 시설 안전 및 화재예방, 주민 및 고객의 안전을 위한 범죄예방이라고 명시하였으며, 이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았다. 해당 사업단의 CCTV 열람 당일 참여주민과 다툼이 있었다는 제보가 있었고, 그 당사자 중 한 명이 무단결근했다는 보고를 받았으며 상황 확인 차 CCTV 설치 후 최초 1회 열람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CCTV에 대한 사업단의 거부감을 반영하여 요청에 따라 비품창고실 겸 휴게공간 CCTV 1대를 철회했다”며 “해당 자료는 인권위에도 제기되었기에 소명자료를 성실히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급여인상·월차휴가 공지 못 받아

함양참여연대는 참여자들과의 면담에 따르면 대다수가 자신의 급여에 대해 설명을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심지어 8년 넘게 일한 참여자도 자신의 급여가 어떻게 해서 그 액수로 지급되는지 자활센터로부터 안내를 받은 적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지침에는 급여에 관한 사항을 반드시 서면으로 명시하라고 나와 있지만, 대다수의 참여자는 서면으로 된 급여 관련 사항을 한 번도 본 적 없고,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심지어 구두 (口頭)로도 이런 사항에 대한 설명을 대다수가 듣지 못했다. 자활센터는 2021년 자활근로 급여단가 인상에 관한 내용도 분명 서면으로 명시했어야 한다.

또한 함양참여연대는 참여자 어느 누구도 월차휴가 사용 일수, 잔여 일수, 수당지급가능 일수를 서면으로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자활센터에서 월차휴가 사용을 독려한 적도 없었으며, 월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참여자에게 휴가일을 지정한 적도 전혀 없었다는 게 함양참여연대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함양자활센터는 “사실이 아니다. 매년 초 ‘자활근로 참여신청서’를 모든 참여주민과 작성하고 있다. 자활근로참여자들은 해당 내용을 숙지 후 직접 서명 날인한다. 그리고 자활근로사업 참여자는 매월 말 급여 수령 후 담당자로부터 급여명세서를 개인별로 지급받고 있다”고 밝혔다.

식대규정 있는지 알지도 못해

함양참여연대는 면담한 모든 사례자가 식대 관련 규정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 식대에 관한 내용을 자활센터를 통해 들어본 적도 없었다는 것. 함양참여연대가 자활센터 참여자들과 면담한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센터장은 최근에야 참여자들에게 식대가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함양참여연대는 “만약 참여연대의 면담이 없었다면, 자활센터는 식대에 관한 사항을 공지했을까”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사업의 특성상 거의 모든 작업을 외부에서 진행하는 청소 사업단의 경우는 식대와 관련해서 심각한 상황이었다 것. 청소 사업단의 참여자들은 작업을 나가면 사비로 외부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거나, 각자 사비를 갹출해서 식재료를 구입한 뒤 점심을 직접 해 먹고 있었다. 이런 경우는 지침에서 밝히고 있듯이, ‘사업단의 특성을 고려하여 필요한 경우 자활참여자의 식대 사용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함양참여연대는 “식대 사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은 청소 사업단의 참여자들은 만약 자활센터로부터 이러한 사실을 공지 받았다면, 식대 영수증을 첨부해서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했을 것”이라며 “참여자들에게 의무만을 강요하고, 권리에 대해서는 전혀 통보하지 않는 자활센터에 대해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함양자활센터는 “식대에 대한 내용은 2020년 지침 당시 7000원이었으나 1000원이 인상되어 8000원으로 올랐음을 참여자에게 안내했고, 식당 메뉴 선택 및 식사 예약 시 해당 금액에 맞게 집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식대 지출 시 첨부서류로 현장 사진과 개인별 서명을 받아 구비해야 하기에 당연히 사전 설명을 하며, 해당 사항을 참여자가 모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농약방에서 ‘카드깡’ 사용

함양참여연대에 따르면 사례자는 2017년 영농 사업단의 팀장이 농약방 등에서 10%의 수수료를 떼고 ‘카드깡’을 한 현금으로 고구마 모종을 구입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례자가 판단한 바로는 이런 행태가 관행적·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는 것.

함양참여연대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보조금이 이런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에 사례자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지침에는 농어촌 지역이나 카드 미가맹점에 대해서는 계좌 입금을 활용하여 지출하라고 명시되어 있다”며 “자활센터는 왜 이러한 지침을 어기면서까지 ‘카드깡’을 하는가 분명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함양참여연대는 “자활센터를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는 함양군과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행태가 관행적으로 지속되었음을 파악하지 못했다면, 자신들의 무능에 대해 심판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불법적 행위를 알고도 눈감았다면, 불법을 묵인한 점에 대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 사안에 대해서 감사원,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함양자활센터는 “사실이 아니다. 농약·농자재·종자를 판매하는 거래처에서 고구마모종을 납품받아 영농사업단 파종 작업을 하였으며, 구비서류 및 사진 등 정확한 집행 절차에 의해 구매를 하였다”고 반론했다.

지리산한우공탐 사업 의혹

함양참여연대는 “자활센터의 ‘지리산한우곰탕 사업단’은 2015년에 시작되었다. 곰탕 사업단은 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 주 식자재인 한우 사골을 대전에서 공급받았다. 참여자들은 함양에도 대형 정육점 등 한우 사골을 공급받을 곳이 많은데, 왜 굳이 대전에서 식자재를 납품받는지 의아했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그 의문은 이내 밝혀졌다. 대전의 정육점 사장이 센터장의 제부(弟夫)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좀 지나고 몇몇 참여자분들이 센터장에게 한우 사골을 함양에서 공급받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센터장은 ‘사골을 직접 구입해서 한번 해봐라’라고 대답했다”고 의아함을 표시했다.

함양참여연대는 “문제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사골을 고아낸 곰탕은 1300g을 한 팩으로 포장하고, 사업단에서 직접 판매를 할 때 개당 8000원을 받는다. 하지만 센터장의 제부에게는 소뼈를 구입할 뿐만 아니라, 곰탕 1300g 한 팩을 4000원에 판매한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함양자활센터는 “자활참여자 몇 명의 이야기만 듣고 본 센터에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 보고서를 만들어 언론에 유포한 사실에 분노한다”며 “센터는 모든 참여주민들에게 함양참여연대의 보고서를 공유하였고, 참여 주민들은 함앙지역자활센터에 대한 실태보고서는 잘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일방적이고 과장되었다고 얘기하였다. 센터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에 분개한다”고 밝혔다.

정수천 함양참여연대 사무국장은 “자활센터에서 제일 중요한 일은 참여자에 대한 서비스가 아니라, 뒤탈 없는 문서 작업이었다”며 “세금이 분배되는 곳에 대한 감시가 없다면 부패는 필연적이다”고 말했다.

한편 함양지역자활센터는 지난 7월 보건복지부 주관 전국 237개 지역자활센터 ‘2019~2020년 성과평가’에서 상위 10%에 해당하는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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