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연극협회 주최 특별 세미나 첫 공개토론
창단에 전원 공감  …  타 장르와 형평성 제기

▲ 경남도립극단 창단을 위한 세미나 모습

경남도립극단 창단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경남연극협회는 2008년 3월 4일 ‘제26회 경상남도 연극제’ 특별기획으로 창원 성산아트홀 소극장에서 대학교수, 공무원, 각계 전문가와 연극인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남도립극단 창단을 위한 구체적 방안제시 및 방향모색’을 주제로 세미나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현태영 창원예술극단 대표의 사회로 이종훈 전 한국협회 이사장(현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과 이종일 경남예총회장이 발제자로 나서고, 민병욱(부산대 교수) 손기룡(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 김종원(경남대 교수) 김종명(경남도 문화예술과장) 이훈호(경남연극협회 부지회장)씨가 토론자로 참석해 2시간여 동안 활발한 토론을 진행했다.

경남연극제 부대행사 중 하나로, ‘도립극단’이라는 화두를 내걸고 열린 이날 세미나는 경남연극의 현주소와 경남도의 입장 등 여러 과제들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경남도립극단 창단을 위한 논의는 그동안 수없이 이야기되어 온 소재였지만 공개적인 자리에서 틀을 갖춰 접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번 세미나는 지역 연극 발전에 어떤 효과가 있을 지, 조직은 어떠해야 할 지 등 여러 지적에도 불구하고 일단 이번 세미나를 통해 도립극단에 관한 공론화의 장이 처음 열렸다는 것은 중요한 성과를 가진다.

◇당위성에 공감=세미나에 참석한 토론자 전원이 도립극단 창단의 당위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발제자 중 한명인 이종훈 예술감독은 “경남은 유수의 연극제가 많아 연극열기가 높고 시설면에서도 충분한 유·무형의 연극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며 “이러한 인프라를 꽃 피울 콘텐츠 수립을 위해 도립극단이 필요하다”고 당위성을 내세웠다.

이 감독은 도립극단 창단을 위해 재정적인 지원의 보장, 자체 레퍼토리 제작이 가능한 효율적인 인적 구성, 지역민의 문화수요를 충족시켜 줄 다양한 작품제작, 전용극장 등을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이종일 회장은 발제문에서 논쟁적인 자료 하나를 제시했다. 해당 자료는 ‘지자체 및 중앙정부 운영 예술단 현황’과 ‘전국 시도별 예산 현황’으로 경남도의 한 해 예산 규모는 서울·경기에 이어 3번째로 높은 반면, 예술단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예산이 경남보다 수조 원씩이나 적은 강원·전북·전남·경북 등이 적어도 1∼2개씩의 ‘도립 예술단(국악단·창극단·극단·무용단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종일 회장은 “전국에서 경남에만 예술단이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사실로 가장 낙후된 문화 불모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경남도는 도립극단 창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남해안 시대 문화와 관광 환경의 도시 경남을 꿈꾸기 위해서라도 경남도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기된 문제점=토론자로 참석한 이훈호 경남연극협회 부회장은 “충북의 경우 활발하게 진행 되던 도립극단 창단 논의가 각 예술단체의 장르 이기주의로 인해 답보상태”라고 지적하고, 타 장르와의 의견 조정을 위한 예총차원의 대책을 물었다. 손기룡 예술감독은 “현재 기획된 예산 마련 방안 등 계획의 현실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종일 회장은 “단번에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경상남도 예술단을 설립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안 된다면 합심해서 점진적으로 하나하나 예술단 창단을 할 수 있는 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특히 이날 토론에 참석한 김종명 경남도 문화예술과장은 도립무용단을 운영하던 중 여러 현실적 어려움으로 인해 시립무용단으로 전환한 예를 들며 “도립극단의 창단은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으로 문화재단 출범 이후 단계적으로 논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민병욱 교수는 “타도와 경쟁하기 위해 모양새를 맞추기 위한 도립극단이 아닌 진정으로 경남연극인을 위한 도립극단이 되어야 한다”며 “성급한 추진보다는 내실 있는 논의를 통한 추진”을 요구했다.

◇도립극단 전망=‘도립극단 창단’에 이르기까지는 앞으로 수많은 난관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일 큰 문제는 역시 경남도의 예술단 창단 의지다. 현재 경남도는 다른 장르와의 형평성 문제를 주요 논거로 내세우며 ‘도립극단 창단 딜레마’를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물론, 아직 어떤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도 못하고 있다. 다만 “장기적인 계획”이라는 무의미한 립 서비스로 연극인들을 달래고 있을 뿐이다.

그럼 연극인들은 어떤가? 도내 연극인들 역시 ‘도립극단 창단’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창단’ 자체에는 이의가 없으나 구체적인 운영 방식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막연한 두려움을 지니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김종원 교수는 “도립극단 창단으로 경남 연극 발전에 어떤 효과가 있을지, 조직은 어떠해야 할 지 등 도립극단도 살고 지역 연극인도 살아남는 운영방안을 치밀하게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공은 연극인들에게로 넘어갔다. 도립극단 창단에 대한 치밀한 작업이 계속 진행될 수 있을지, 세미나 이후 흐지부지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로 남게 되었다. 물론, 연극인들의 요구에 경남도가 어떻게 화답할지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철 기자  leeyc@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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