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9일은 우리나라 20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경선이 끝나도 선거는 끝나지 않았다. 내년 선거일까지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경선을 거치면서 패자가 양산되었다. 경선에서 우리끼리 따질 것은 따지고, 짚고 넘어갈 것은 미리 반드시 짚고 넘어가자는 것이 흑색선전, 저질공방전의 희생자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승자에게 돌아간 것도 ‘상처뿐인 영광’이다. 예비후보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일도 있어 진정으로 원팀이 되어 대선에 임할 수 있을지 의심도 된다. 승자는 대선과정에 경선결과에 자만하지 말고 정치 피로나 선거 피로에 지친 국민에게 피로회복제를 선사할 때 최후 승자가 될 수 있다.

대통령선거는 당선이 되면 모두를 갖게 되는 제로섬 게임이다. 큰 권력을 잡으면 작은 권력은 따라오게 된다는 권력론에 따라 여야 모두 무슨 일이 있더라도 큰 권력인 대통령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민간에서도 지게 목발을 잘 놓으면 하루가 편하고 줄을 잘 서면 평생이 수월하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후보자가 결정된 정당은 후보를 중심으로 대선을 치르게 된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지지세는 밀물처럼 불어난다. 어제까지 상대방 팀에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다가 오늘 유력후보자 밑에서 다시 그를 칭찬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민주주의가 도입된 이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국민 사이에 팽배해 있지 않은 적이 별로 없었다. 부동산정책·인사정책 등에 실망하면서 정권교체 여론이 높다. 이런 국민 여론을 의식한 여당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같은 당 소속 이재명 정부로 바뀌는 것도 정권교체라고 한다.

집권여당의 경우 현직 대통령과 미래권력인 대선후보 간에 자칫하면 불협화음이 나올 수 있다. 권력의 맛을 아는 사람들이 미래권력에 몰려가 과잉 충성하는 탓에 현재 권력은 고무풍선 바람 빠지듯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인기란 파도와 같은 것으로 밀려나는 파도는 낮지만, 밀려오는 파도는 높게 마련이다.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돌고 도는 물레방아처럼 돌고 도는 게 권력이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전 대표의 싸움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치열했다. 대통령선거 사상 뽑을 후보가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심상정, 안철수, 김동연 제3지대 후보들이 떠오르고 있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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