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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겨울사이, 지리산 가는 길

온 산은 빨간 은행잎과 노란 단풍잎으로 잔뜩 물들고
산 정상에는 하얗게 수놓은 설경이 여행객을 유혹한다

벽송사의 가을. <사진: 김영훈>

가을과 겨울사이, 함양은 절정의 단풍 속에 갑작스레 내린 눈이 봉우리에 쌓이며 가을과 겨울을 넘나드는 계절의 조화를 만날 수 있다. 온 산이 빨간 은행잎과 노란 단풍으로 물들고 산 정상을 하얗게 수놓은 설경이 여행객들을 유혹한다. 이 계절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특별함이 함양 곳곳에 펼쳐진다. 함양읍에서 오도재를 지나 지리산 벽송사까지 약 20㎞ 코스는 어디에 내 놓아도 뒤지지 않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지리산 가는길’을 떠나보자.

한국의 아름다운 길 ‘지안재’

지안재의 야경. <사진: 임재용>

지리산으로 통하는 길은 많지만 함양을 거쳐 가는 길은 그 어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길이다. 함양에서 지리산 가는 길 첫 번째 경유지는 지안재와 오도재다. 함양읍에서 남원 방면으로 24번 국도를 타고 약 5㎞를 가다보면 지리산 가는길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난 길인 지안재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함양군 최고의 명소로 꼽힌다. 지안재 정상 주차장에 주차한 후 전망 데크에서 내려다보는 경관은 일품이다. 구불구불 굽이치는 도로는 사진촬영 핫 플레이스로 수많은 사진작가들과 관광객들이 찾는다. 여기서부터 오도재까지 약 4㎞는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이다. 시골길의 고즈넉함도 좋고, 차창을 스치는 알록달록 단풍도 좋다. 비교적 가파르고 급커브가 많아 안전운전이 필수이다.

수만그루 단풍나무의 향연 오도재

붉게 물드는 오도재. <사진: 김용만>

오도재 정상에 서면 덕유산 자락 백운산, 계관봉, 천왕봉, 도숭산, 황석산, 기백산 등 해발 1000m 이상 고봉들은 물론 함양읍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단풍나무와 봉우리마다 하얀 눈으로 덮인 설경은 이색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함양군에서 지난 2019년부터 조성을 시작한 오도재 단풍나무숲은 수만 그루 단풍나무들이 가을 색을 자랑하며 지리산과 함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함양읍보다 기온이 낮아 여름에는 시원하지만 겨울에는 따뜻하게 입는 것이 좋다. 오도재는 소통의 길이자 깨달음의 길이기도 하다. 벽소령과 장터목을 거쳐 온 남해, 하동지역의 소금과 해산물이 이 고개를 지나 전라북도, 경상북도, 충청도 지방으로 운송하기 위한 ‘소금길’ 중 반드시 넘어야 하는 주요한 고개였다. 또 마천면 삼정리 영원사 도솔암에서 수도하던 청매 인오조사(1548~1623년)가 이 고개를 오르내리면서 득도한 영유로 오도재라는 이름을 얻었다. 오도재(773m)는 삼봉산(1187m)이 만나는 지리산 관문의 마지막 쉼터로 가야 마지막 왕이 은거 피신할 때 중요한 망루 지역이었고, 임진왜란 당시는 서산, 사명, 청매 등 승군이 머물렀던 곳으로 영남학파 증조인 김종직 선생을 비롯하여 정여창, 유호인, 김일손 등 많은 시인 묵객들이 걸음을 멈추며 지리산을 노래했던 곳이다.

지리산 능선이 한눈에 조망공원

지리산조망안내도. <사진: 서부경남신문>

오도재와 지리산 제일문을 지나 조금만 내려오면 지리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공원이 있다. 하봉(1781m), 중봉(1874m), 천왕봉(1915m), 제석봉(1808m), 장터목(1653m), 촛대봉(1703m), 영신봉(1652m), 칠선봉(1558m), 덕평봉(1522m), 벽소령, 형제봉(1452m), 명선봉(1586m), 토끼봉(1534m), 삼도봉(1499m), 반야봉(1732m)까지 해발 1000m 이상 지리산 능선이 장엄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지리산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전체가 울긋불긋 단풍이 들어있고 봉우리에는 하얀 눈이 쌓였다. 정자 옆으로는 지리산 마고할미상을 비롯하여 지리산과 천왕봉에 대한 다양한 시비들이 있어 잠깐 쉬어가기에 좋다.

단풍 옷 입은 천년고찰 벽송사

벽송사 가는 길. <사진: 함양군>

지리산 조망공원에서 벽송사까지는 약 8.5㎞이다. 구불구불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져 안전운전이 필요하다. 조망공원에서 둘레길 안내센터를 지나 칠선계곡 쪽으로 좌회전하면 된다. 칠선계곡은 설악산 천불동계곡, 한라산 탐라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불리며, 칠선계곡의 북쪽 산허리에 벽송사가 자리 잡고 있다. 벽송사 진입로에는 단풍이 절정을 이루며 관광객들을 반긴다. 벽송사 아래 서암정사 주차장에서부터 산길을 걸어도 좋고 힘들다면 벽송사 주차장까지 바로 올라가도 좋다. 가을 단풍이 절정을 이루며 걷기만 해도 힐링되는 길이다. 지리산의 웅장한 산새와 어우러져 그저 바라만 보아도 아름다운 천년고찰 벽송사. 해발 700m 높이에 위치한 벽송사는 예로부터 벽송사는 도인이 많이 나와 ‘선방 문고리만 잡아도 성불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아름다운 지리산의 산세와 절정의 단풍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펼쳐진다. 갑작스런 겨울 날씨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 오히려 천년도량의 가을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벽송사 바로 위에는 유명한 소나무들이 있다. 도인송과 미인송이 그것으로 도인송의 기운을 받으면 건강을 이루고 소원이 이루어지며, 미인송에 기원하면 미인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계절 아름다운 함양이지만,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이 바뀌는 짧은 기간만 볼 수 있는 함양, 그리고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조선 선불교 최고의 종가 벽송사

벽송사 전경. <사진: 함양군>

함양군 마천면 소재 벽송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 본사인 해인사의 말사이다. 조선 중종 15년(1520년) 벽송 지엄대사가 암자를 짓고 개창한 이후 서산대사와 사명대사가 수행하여 도를 깨달은 유서 깊은 사찰이다. 벽계정심, 벽송지엄, 부용영관, 경성일선 등 기라성 같은 정통조사들이 이곳에서 수행·교화하여 조선 선불교 최고의 종가를 이루었다.

/글·사진=함양군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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