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셋째 주가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이다. 올 한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연초에 계획했던 일들을 아름답게 결실을 맺고 내년을 준비해야할 때이다. 지자체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산증액에 심혈을 기울인 예산안을 편성하여 의회에 제출했다. 각 군의회는 12월 21일까지 2022년도 예산안을 확정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서부경남 거창·함양·산청·합천 4개군 가운데 거창 7000억원, 합천·산청 6000억원 시대가 열리고 있다. 전년도 대비 증가율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산청군으로 20.8%(1045억원)가 늘어났다. 산청군의 이 같은 예산증가액 배경에는 각종 공모사업에 응모해 예산을 확보한 것과 2023년 9월 개막 예정인 산청세계전통의약항노화엑스포 준비를 위한 예산이 포함된 점에 기인한다.

함양군의 2022년도 예산은 5612억원 규모로 2020년 5021억원으로 5000억원 시대를 연 이후 2021년 5240억원으로 많이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전체 예산규모가 산청군에 뒤처졌다. 산청군보다 인구가 4000여명이나 많은 함양군으로서는 이유야 많겠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비판자들로 부터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군정의 혈액과 같은 예산을 많이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확보된 예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주민들의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함양군의 경우, 산삼엑스포개최 준비를 위한 것이라지만 상림공원에 몇 번씩 꽃을 식재했다 며칠 후 식재한 꽃을 뽑고 또 다시 심고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이었을까. 예산이 남아도는 것이거나 누군가를 위한 혜택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예산의 집행과 관련하여 군의회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의회는 예산 책정 시에는 관심을 갖는 것처럼 보이나, 책정된 예산의 집행에는 방관하고 있다. 산삼엑스포의 문제점에 대한 KBS 보도나 경남 MBC의 고발프로 ‘불독’에 예산낭비사례가 수차례 보도되어도 군의회는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은 예산집행이 군의원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예산이 남아 도는가 보네’하는 자조 섞인 군민들의 말을 들을 귀가 없는 모양이다. 군정질의를 통해 문제점을 따져보고 개선책을 내도록 하는 조치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관내 언론과 군의원들이 사명과 감시 그리고 비판기능을 다할 때 지자체는 함부로 예산낭비와 허튼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군의원들이 침묵하고 잘못된 행정을 지적하지 못하는 가운데 지역의 행정과 발전은 후퇴하게 된다. 집행부에서는 선량한 관리자로 최선을 다하고, 군민의 대의기관인 의회에서는 군민의 혈세인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예산편성과 결산에 소임을 다해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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