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그 새로운 시작이 열리고 있다. 똑똑한 개인이 모이는 집단지성의 힘이 오히려 전문가 집단을 능가하고 있다. 집단지성으로 나보다는 우리가 더 똑똑하기 때문에 신 직접민주주의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40년 전부터 정보화시대가 오면 똑똑한 국민이 자신들의 불만을 표현한다고 예측하면서, 똑똑한 군중이 단지 간접민주주의의 투표만 하는 개인으로 남아있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특히 권력의 이동이 농경시대 종교, 산업시대 국가, 정보화시대 기업, 그리고 2015~2020년에 다가오는 후기정보화시대 즉 인지기술시대에는 개개인이 권력을 가진다고 하였다. 이에 똑똑한 개개인이 스스로 권력까지 가지므로, 그들이 자신과 관련 있는 국가의사결정을 대의민주주의로 뽑은 의회 의원들에게 고스란히 주지 않는다고 예측했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어떤 문제가 터졌을 때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져 순식간에 전국적 이슈가 되는 직접 민주주의적인 요소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똑똑한 군중들의 집단행동은 인터넷 블로그, 핸드폰 문자메시지, 동영상으로 가능하게 되어 의회를 제치고 국민들이 정부와 직접 소통하게 된다.

그래서 의회는 국회가 갖는 권리의 상당 부분을 국민들에게 돌려줘 국민발안, 국민소환, 옴부즈만 제도 등 신 직접민주주의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게 미래학자들의 진단이다.

이처럼 집단지성이 각광을 받고, 그 힘을 발휘하게 된 배경에는 지식인 집단의 소멸과도 관련이 깊다. 지금까지 지식인은 자신의 이해관계 바깥에서 사회적 발언을 했다면, 전문가 집단은 주로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 발언했다.

사회 불의와 불평등을 낳는 사회구조에 맞선 비판과 부정을 위한 무기였던 지식이 점차 사회 모순을 은폐하고, 기존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무기로 바뀐 것이다.

이에 대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홍세화 편집인은 “‘정부-기업 연구소-거대 언론-산업이 된 대학’으로 연결된 구조 속에서 전문가 집단은 회전문식으로 자리를 주고받듯이 전문가의 권위를 주고받는다. 그래서 지식은 독립적인 인간의 것이 아니라 자본과 권력의 소유물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후기 정보화시대, 직접민주주의의 시대로 들어오면서 이런 경향들은 한계를 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네티즌이 민주주의 2.0을 구가하고, 시민공무원들이 무료로 웹 기반으로 한 정보를 주면서 다양한 발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되어, 물이 고여 썩어가든 민주주의가 새롭게 재탄생하고 있다.

집단지성의 힘은 국제사회와 국내에서도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힘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 이상 회전문식으로 자리를 주고받는 전문가 집단을 용인할 수 없는 실정에 다가왔고, 정보화시대에 들어서면서 국민들은 행정부와 직접 소통에 목말라 하기 때문이다. 그 속도는 정부의 사회적 갈등 현상과 반비례할 것이다.

박영숙 유엠미래포럼 대표는 “우리가 세계적인 흐름과 추세에 눈을 돌리면 직접민주주의는 이상주의자들의 꿈이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 성장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현실이자 진행형”이라며 “신 직접민주주의가 고대 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가 시작된 이래 거부할 수 없이 다가오는 미래사회변화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부경남신문>이 새로 문을 열게 된 가장 원인 중 하나는 집단지성을 갈구하는 지식인들에게 적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함에 있다. 그게 시대적 사상과 의무에 책임을 다하는 것이고, 합리적 토론과 대안을 만들어내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또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보금자리이기 때문이다.

오늘, 작은 몸짓 하나가 미래사회와 집단지성의 발자국이 되길 기원한다.

- 2009년 7월 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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