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중 화산서원 원장.

사람의 몸과 마음에서 풍기는 향기는 몸에서 나는 물리적 향기보다 마음에서 스며나는 은은한 향기가 감동을 준다. 자선 사업 냄비에 동전을 넣는 모습이나 러시아워에 교통신호를 지키며 보행자를 보호하는 운전자의 마음에서 짙은 향기가 묻어난다.

페스탈로치 노선생은 오늘 아침도 휴지 줍기에 여념이 없다. 새벽 예배를 마치자, 오래된 낡은 승용차를 끌고 시내 곳곳을 헤맨다. 쓰레기 더미에서 재활용품을 찾아 가려낸다. 이것을 모아 용돈을 마련하는 모양이다. 평소 부지런한 성격은 익히 알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생활이 어려운 줄은 몰랐다.

이런 모습을 보고 옛 제자들은 얼굴을 돌렸고 동료들은 수군댔다. 궁상맞은 선생의 행동은 읍내의 화제가 되었으며, 빈 상자를 모아 주는 사람도 생겼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못마땅한 눈초리로 지켜 지켜봤다. 이러한 그의 생활이 한 겹 한 겹 벗겨졌다. 어느 교회 장로로 재직 중이며 자녀들도 훌륭하게 성장시킨 다복한 가정의 가장임도 밝혀졌다. 폐휴지 수익금은 전액 교회 헌금으로 교회 발전에 사용되었다.

가르치고, 배우고, 봉사하는 삼락 정신은 그것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생명의 활력소와 기쁨이 솟는다. 거리에서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과정은 힘들지만, 그 노력의 결과는 보람 있고 즐거워 팔순의 나이에도 젊음이 유지되고 있다. 가르치는 일은 힘든 작업이다. 말썽꾸러기 제자를 만나 가르치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지만 결실을 거둘 때 보람을 느낀다. 과정이 힘들수록 보람도 크다.

가르치는 즐거움이란 대상이 변화하는 과정을 관찰하면서 의도하는 방향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는 일이다. 교육의 보람은 모르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기쁨,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을 보는 즐거움이다. 농부가 작물이 성장하여 열매가 맺히는 모습을 보는 느낌과도 같다. 탐스럽게 주렁주렁 열린 과일은 농부에게 즐거움을 준다. 제자의 상급학교 진학 취직, 좋은 직장, 사회생활의 모습은 부모를 기쁘게 하며 스승에게 긍지를 준다.

가르치는 것은 예술가의 창작 활동과 같다. 도회지에 그림을 그리고 악기로 연주를 할 때 예술가의 혼과 정신이 스며든다. 가르치는 일은 노동이 아니라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이다. 가르치는 즐거움, 배우는 기쁨, 봉사하는 즐거움이 삼락의 길이다. 잘 먹고, 편안한 걱정 없는 안락한 길은 아니다.

삼락의 길은 화려한 꽃길도 아니며 단단하게 포장된 길도 아닌 들길이며 땀 흘려 등산하는 사람의 등산길이고, 부지런한 농부의 논길이며 스스로 만들어 가는 개척의 길이다. 땀은 목적은 다르지만 다 같이 즐거움이 있어 등산이나 힘든 노동도 기쁨으로 승화되어 즐거움을 느낀다. 삼락의 길은 참고 인내하는 봉사자의 길이다.

퇴직 후 교회의 장로로 봉사하는 선생은 팔순의 나이가 무색하게 건강하다. 교직에 충실한 바탕으로 이어진 건강의 원천은 아마도 규칙적인 생활과 검소한 마음으로 봉사하는 자세다. 젊은 시절부터 바른생활로 교직에 충실함이 이어져 온 것이다.

작은 교회는 운영이 어렵다. 기본적인 시설 유지비와 인건비가 부족하여 교회 재정을 책임지는 장로는 항상 걱정이다. 목사님은 요사이 바쁜 가정을 돌며 농사일도 거들고 있다. 트랙터 기술을 습득하여 벼 수확에 한창이다. 교회에 오신지 3년이 되었다. 1년을 버티지 못해 다른 교회로 옮겨가는 전임 목사와는 달리 봉사정신과 신앙으로 단단하게 무장되어 있다.

가을 수확 때 가져오는 곡식들이 목사님의 생활에 도움이 되지만 굳이 사양한다. 봉사는 대가를 받으면 보람이 줄어든다. 진정한 봉사가 아니다. 가르치고 배우는 즐거움 봉사하는 삼락의 즐거움 가득한 작은 시골 교회는 선생님의 희생 속에 향기가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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