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업비 34억5000만원 투입
기념관·생가·테마공원 등 조성

역사왜곡을 자행하는 일본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 담아

거창에서 커다란 족적 남겨
유림대표로 파리장서 작성

산청군이 ‘3·1운동 100주년 기념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유림 독립기념관과 이동서당 인근에 면우 곽종석 선생 생가를 복원하고, 독립운동 체험시설과 테마공원을 조성했다. <사진: 산청군>

최근 일본이 역사왜곡을 감행하는 못된 행태를 되풀이하는 가운데 ‘산청 독립운동 100주년 기념 테마공원’이 조성돼 주목된다. 공교롭게 일본의 도발이 시작된 시기에 “과거의 역사를 잊지 않겠다”며 맞받아치는 모양새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산청군은 지난 3일 ‘독립운동 100주년 기념 테마공원 조성사업’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국제사회에 대한민국 독립의 당위성을 주창한 유림 독립운동가 면우 곽종석(1846~1919) 선생을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산청군이 지난 2019년 행정안전부와 경남도에 특별교부세 사업을 신청해 ‘3·1운동 100주년 기념 공모사업’에 선정된데 따른 것이다.

총사업비 34억5000만원(특별교부세 11억원, 도비 2억원, 군비 21억5000만원)이 투입돼 유림독립기념관과 이동서당 인근에 곽종석 생가를 복원했다. 또 독립운동 체험시설과 테마공원도 조성됐다.

숙박형 한옥체험관도 건립해 관광객들이 유림독립운동의 성지인 남사예담촌에 머무르며 옛 유림들의 독립에 대한 염원을 몸소 체험하고 아름다운 한옥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산청 독립운동 100주년 기념공원은 최근 일본이 조선인 수천명을 강제노역에 동원됐던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겠다며 무리한 행보를 하는 시점에서 조성이 마무리돼 더욱 의미 있게 평가된다.

독립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것에 더해 항일운동의 역사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을 통해 역사왜곡을 자행하는 일본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산청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인 면우 곽종석 선생은 남명 조식의 사상을 계승한 영남 유림의 영수로 붓과 글을 통해 국권회복과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 을사늑약 체결 반대 투쟁도 펼친 인물이다. 산청군 단성면 사월리 출신이다.

곽종석 선생을 대표로 한 한국 유림 137인은 3·1운동 당시 전문 2674자에 달하는 장문의 한국독립청원서를 작성, 파리강화회의에 보내는 등 국제사회에 대한 독립의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 힘썼다.

현재 남사예담촌에는 유림 독립운동을 기리기 위한 유림독립기념관과 파리장서의 내용이 새겨진 기념탑이 건립돼 있다. 유림독립기념관 바로 옆에는 면우 곽종석 선생 사후 후학들이 선생을 기리고 가르침을 전파하기 위해 지은 이동서당도 자리하고 있다.

‘산청 독립운동 100주년 기념 테마공원’은 산청군은 독립운동이라는 역사적인 요소에 더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제1호’ 남사예담촌을 연계한 관광자원화 사업 추진에도 탄력을 더할 전망이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산청군 평화비 건립위원회는 2020년 8월 14일 산청군청소년수련관 앞에서 산청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가졌다. <사진: 최세현 지리산생명연대 공동대표>

산청군은 이번 사업이 단순히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에 그치지 않도록 남사예담촌 일대를 독립운동의 성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남사예담촌이 가진 기존의 관광자원과 연계해 역사 탐방로를 구축하는 한편 유림 독립운동의 이념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체험 장소로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를 없다”고 했다. 일제강점기 온갖 혜택을 누린 친일 반민족세력이 대대손손 호의호식하는 현실에서 항일 독립운동을 기리려는 산청군의 노력이 돋보인다.

산청은 지난 2020년 평화의 소녀상을 제막하는 등 거창·함양·산청·합천 4개군 중 항일 의식 고취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곽종석 선생은 1846년 산청에서 태어나, 1896년 거창 가북면 다전마을로 이주한 이후 3·1운동이 일어나자 거창에서 전국 유림의 궐기를 호소하기도 했다. 제자인 김창숙 선생을 통해 파리의 1919년 만국평화회의에 독립호소문을 보내고 옥고를 치렀다. 1963년 전국훈장 독립장을 추서 받았다. 거창군도 곽종석 선생 유허지 복원사업 1차를 마무리하고, 2차 복원으로 가북면 폐교인 가북초등학교 중촌분교를 전시관으로 탈바꿈시켜 완공을 앞두고 있다.

파리장서 운동의 대표적 인물 ‘면우 곽종석’

지난 2019년 4월 24일 거창군 가조면 장기리 다천서원에서 지역 유림과 후학, 후손들이 면우 곽종석 선생 고유제를 거행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사진: 거창군> 본관 현풍(玄風). 자 명원(鳴遠). 호 면우(俛宇). 경상남도 단성현(현 산청군 단성면) 사월리 초포에서 태어났다. 아호를 ‘면우’라 한 것은 살던 집의 처마가 낮고 좁아서 출입할 때 항상 머리를 숙여야 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평생을 무명옷과 짚신으로 지냈고, 명아주 지팡이를 짚었을 만큼 청빈한 삶을 살았다. 고종 초기 음보로 중추원 의관이 되었으며, 1903년 비서원승에 특진하였고, 이어서 참찬으로 시독관을 겸하였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조약의 폐기와 조약 체결에 참여한 매국노를 처형하라고 상소하였다. 1910년 국권이 침탈되자 고향에서 은거하다가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전국 유림(儒林)들의 궐기를 호소하고, 거창에서 김창숙과 협의하여 파리의 만국평화회의에 독립호소문을 보내고 옥고를 치렀다. 이황의 학문을 계승한 스승 이진상에게서 성리학을 이어받아 주리(主理)에 입각하여 이기설(理氣說)을 주장했으며 저서에 <면우문집(俛宇文集)>이 있다.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이은정 기자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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