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경남신문>을 열며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魯迅)의 <고향> 중에서 -

이 글은 지난 2003년 7월10일 <서부경남신문>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쓴 글귀입니다. 5년이 흐른 지금 읽어 봐도, 루쉰 선생님의 글은 우리에게 샘솟는 희망을 가져다줍니다.

<서부경남신문>은 집단지성의 힘으로 독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언론입니다. 집단지성의 힘은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국내사회에서도 하나의 큰 흐름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회의 불평등과 구조, 경제의 양극화가 깊어질수록 시민들은 정부나 지자체와의 직접 소통을 목말라 하기 때문입니다.

사회 불의와 불평등을 낳는 사회구조에 맞선 비판과 부정을 위한 무기였던 지식이 점차 사회 모순을 은폐하고, 기존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무기로 바뀐 지 오래. 결국 현실은 집단지성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지식인은 자신의 이해관계 바깥에서 사회적 발언을 했다면, 전문가 집단은 주로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 발언했기 때문입니다. 집단지성은 지식인의 또 다른 이름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이름은 누구에게나 열린 구조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서부경남신문>이 다시 문을 열게 된지 모릅니다. 우리는 자본과 권력에 맞서 불의와 부조리에는 단호히 항거하고, 시민들의 삶에 뿌리 내린 언론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또 지역사회의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고 지역 색이 살아 있는 독특한 지역문화를 창출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블로거들을 소중하게 여길 것입니다. 누구나 1인 미디어가 된 지금, 정직하고 올바른 눈을 가진 이들이 더 세상에 나와야하고, 공정하게 세상을 밝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글이 곧 뉴스가 되는 세상입니다.

깨어있어야 합니다. 시민들이 조직되고 단결된 힘으로 깨어있을 때 세상은 한층 더 공정하고 바르게 돌아갈 것입니다. 아직은 미약하고 나약하지만 세상에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게 나아가고자 합니다.

오늘, <서부경남신문>이 걷는 이 길에 독자 여러분들과 네티즌의 끊임없는 성원과 관심을 바랍니다.

이영철 기자  leeyc@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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