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수승대농협 조합장의 막말로 시작된 파문이 이사·감사의 집단 사직서 제출로 이어지는 등 상황이 악화되었다가 조합장의 사과로 가까스로 사태가 진정됐다.

수승대농협 조합원들에 따르면 지난 4일 조합장이 “임원들이 수당이나 받아먹고 하는 일이 뭐 있느냐” 등의 폭언으로 이사 9명과 감사 2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사·감사 11명은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합장과 상임이사는 함께 동반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조합장의 막말은 조합원들의 표창장과 자녀장학금 지급이 제외된 지역의 일부 이사가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야기됐다.

그러나 조합의 사정을 잘 아는 일부 조합원은 사태의 발단이 상임이사 선출을 둘러싼 후유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평소 조합장의 언행이 다소 고압적이고 군림하려는 태도가 이번에 밖으로 드러났을 뿐 이라고 지적했다. 상임이사의 임기는 2월 28일까지로 지난 1월초부터 후임의 선출절차를 진행해왔다.

2년 임기의 상임이사는 2년 연임할 수 있는 조합의 정관에 따라 농협은 선출공고와 함께 농협자체 추천위원회를 구성하여 입후보자를 추천했다. 이 과정에서 연임을 희망했던 현 상임이사를 제치고 의외의 인물이 4대 3으로 추천위원회를 통과했으나, 확정절차인 대의원 총회에서 찬반투표 결과 53대 14의 압도적 반대로 탈락했다. 상임이사는 대의원 총회의 과반수를 얻지 못해 재선거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선거직에 있는 사람은 힘이 좀 생기면 교만함을 보이고, 힘이 떨어지면 비굴과 애걸로 기우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간혹 엿보인다.

조합장도 선거직으로 입만 열면 조합원을 위해 일하겠다고 한다. 조합을 위해, 농민을 위해 근심하느라 잠인들 제대로 잘까하는 걱정마저 들 정도다. 순박한 조합원, 농민을 핑계로 삼아 오만함을 보이는 조합장도 있다. 조합장의 오만을 핑계 삼아 임원들의 집단행동은 또 하나의 임원들의 횡포가 되지 않았기를 바라고 싶다.

농심은 천심이다. 농민을 위한 농협은 항상 겸허한 자세를 보여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조합장이나 임원들도 자신들의 거동을 다시 살펴야 할 때이다. 조합원을 위한다는 평소의 말을 떠올리면서 조합의 활력을 살려가는 진중한 모습을 보이는 조합장이 우뚝우뚝 서 있으면 좋겠다. 조합장과 임원은 물과 고기이지, 물과 기름의 관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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