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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악인 여현주. ⓒ서부경남신문 | ||
경남에프씨(FC)의 경기가 끝나고 축구팬들의 함성이 끊긴, 넓은 창원종합운동장을 채운 것은 가야금 연주와 판소리였다.
창원종합운동장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영남전통예술진흥회에서 울러 펴진 소리다. 소리를 따라 들어간 연습장에서는 우리의 소리를 가르치는 스승과 배우는 제자가 가야금의 12현을 붙잡고 씨름하고 있다.
도당살풀이 전수자이자 국악인 여현주씨의 목소리는 스포츠 팀 코치보다 더 우렁차고 매서웠다. 그러나 그녀가 뜯는 가야금 연주는 과거 기생이 그러하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을 줄 정도로 당차면서도 요염한 면이 있었다.
경남 창녕군 남지면 유지였던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연회와 행사를 통해 기생들의 춤과 노래를 볼 수 있었던 여씨는 말을 배우서부터 춤을 배웠다. 어린 시절부터 끼가 있었는지 엄마치마를 뜯어 무대 커튼콜을 만들고, 집에 사람들을 모아 대청마루를 무대삼아 춤을 추곤 했다.
춤뿐만 아니라 가야금, 판소리 등 전통악기에도 능한 그녀는 “완벽한 춤을 위해서는 소리를 알아야 하고, 제대로 된 소리를 느끼기 위해서는 악기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며 그녀의 몸짓과 소리가 우리의 얼을 표현한 것임을 보여주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끌리듯 시작한 춤과 악기는 오십 평생 그녀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아침에 일어나 가야금을 먼저 타고, 그 다음 거문고를 타고, 악기 연주가 끝나면 춤을 추고, 이렇게 시작하는 그녀의 하루는 1991년 처음 출전한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무용부(명수) 차하 수상의 영광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여기서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그녀는 3년 후 제20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경남지역 최초로 장원을 수상하게 된다.
전주대사습놀이는 판소리모임으로 조선 영조임금 때를 전후하여 생겨나 전주에서 매년 개최되다 일제시대 잠시 중단된 후, 1974년부터 부활된 대회로 권삼재, 신재효 등 판소리 대가들을 배출하면서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국악인 등용문으로 자리 잡은 대회이다.
권위 있는 큰 규모의 전국대회를 기반으로 한 전라도나 큰 도시들의 국악인에 대한 지원은 경남지역 국악인들의 부러움의 대상일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여현주씨는 지역에서 국악인들이 실력을 인정받고 많은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하나씩 준비해나가기 시작했다. 국악인들이 하나로 뭉치고 제소리를 낼 수 있도록 1984년 창원국악협회를 창립하고, 지역과 재정의 한계를 넘어선 국악대회를 위해 올해로 12회째 창원야철전국국악대전을 개최하였다.
그녀는 “경남국악인들이 지역에서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고 외지로 나가버려 전통문화가 전수되지 못하는 상황에 까지 오게 됐다”며 “창원야철전국국악대전를 개최하여 깨끗한 대회, 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인정받을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씨 또한 1980년 당시 17만원하는 고가의 가야금을 부수면서까지 반대하는 완고한 아버지를 피해 공연을 하러다닐 정도로 좀 더 깊이 춤과 소리를 파고들고 싶었으나, 지역에서 국악분야 명인들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역에서 제작되는 창작 창무극 ‘수로여 대가락이여’를 제작하면서 그녀는 1억2000만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 대도시 못지않은 규모의 공연을 지역에서 보여주고 싶어 실감나는 화산폭발장면을 위한 무대제작과 시대를 보여주는 화려한 의상, 등장인물의 대거 출현 등을 위한 그녀의 열정이었다.
여씨는 “진짜 전통이 없어질까 두려워 제대로 된 전통을 접하게 해주고 싶고 전통무와 전통악기 등 분야의 지도교수법을 남기고 쉽다”며 그녀의 전통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었다.
제자들을 데리고 공연을 할 때 충분히 지원해주지 못할 때가 가장 가슴 아프다는 그녀는 지역의 전통을 지키는 것. 후진을 양성하는 것. 이 두 목표를 위해 운동선수들도 잠시 쉬어가는 추운 겨울 지금도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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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기자 kimjh@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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