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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
신복희 산청군 단성면 거주.

퇴직 후 어떻게 나이 들어갈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무엇이든 배워보기로 했다. 문화원에 등록하여 전통무용을 배우고 책보기와 글쓰기도 해보기로 하여 작년에 이어 글쓰기 수업을 듣고 있다. 글을 쓰려고 하니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했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눈여겨봤다. 수필은 재미없는 글이라 생각하고 읽지 않았던 지난날이 아쉬웠다. 소설 못지않게 재미와 감동이 있는 글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예전에는 가끔 보던 책을 작년부터는 도서관 출입이 잦아졌다. 책 속으로 빠져드는 시간이 좋다. 책의 내용을 음미하고 나를 돌아보기도 한다. 특히 심리 관련 책이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운 나에게 도움이 된다.

책을 잘 읽는 방법 중 독서토론에 참여해보라는 추천이 많았다.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기가 어렵고 서툴러 여러 사람 앞에 나서는 걸 피해 왔다. 뒤에서 조용히 따라가는 편이다. 그런 내가 여러 사람 앞에서 읽은 책을 얘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결심했다. 도서관에서 주관하는 모임이 작년에는 인원이 모자라 할 수 없었다. 올해는 모임이 결성되어 첫 모임 후 두 번의 모임을 가졌다. 회원들의 구성은 전직 학교선생님 세 명과 어린이집 원장님, 논어공부를 한 독서가 한 명과 나다.

다들 책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구성된 회원 중에 난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회원들의 토론은 핵심이나 중요 부분을 잘 파악하고 말도 조리 있게 잘했다. 부끄러웠다. 하지만 뻔뻔해지기로 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있으랴. “나도 시간이 지나면 잘할 수 있을 거야! 전직 선생님들과 나랑 어떻게 같겠어?”하며 주문을 걸었다. 두 번의 독서토론 결과는 대만족이다. 한 번 더 읽은 것 같고 기억에 많이 남았다. 독서토론을 꼭 해보라는 의미를 알 것 같다.

문화원프로그램 중에 전통무용반이 있어 작년에 등록해 지금껏 다니고 있다. 예전에 KBS ‘생로병사의 비밀’을 즐겨보았다. 나이 든 사람이 전통무용을 하면 어떻게 좋은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실험자들이 직접 해보고 건강관련 측정을 해서 결과를 내는 모습을 보았다. 퇴직하면 전통무용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용하는 내내 격렬하지 않으면서 온몸을 움직이니 운동효과가 너무 좋다. 전통무용은 둥근 선을 강조하며 하는 운동이다.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러운 몸동작을 익히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몸이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작년 신입회원은 나를 포함 네 명이다. 집이 멀리 떨어진 경련 언니, 우리 집 가까이에 준조, 정선 언니가 있어 같이 다닌다. 다들 다정다감해서 같이 있으면 즐겁다. 웃으며 연습하고 배우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늙음이란 배움이 정체된 상태”라고 한다. 매 순간 배우려는 마음가짐은 “늙지 않는 나”를 위한 나이 듦에 대한 나의 자세다.

청량하고 맑은 공기, 아늑하고 편안한 지리산 산세에 묻혀 살고 있다. 창문에 비추는 아침햇살과 새소리에 잠에 깨어난다. 텃밭 농사나 살림살이에 몸을 부지런히 움직인다. 요즘은 계속되는 가뭄으로 작물에 물주는 시간이 길어졌다. 해지면 일찍 잠자리에 든다. 몸과 마음이 자연의 순리에 따라 움직인다. 여유 있고 편안한 마음으로 배우고 익히며, 좋은 사람들과 같이하는 즐거움이 있는 지금이 정말 좋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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