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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평화에 대한 단상
문장순 통일과 평화 연구소장.

평화는 우리 시대의 중요한 화두다. 대체로 전쟁이나 국가 간 혹은 국가 내부에 갈등이 점철되는 시기에 평화에 대한 관심은 고조된다. 지금 남북관계에서 갈등은 지속되고 있고,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시기다. 세계 곳곳에서 민족, 인종, 계층 간 갈등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이런 시기에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인간 사회에서는 평화에 대한 추구는 끊임없이 있었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평화는 요구되어

왔다. 시대적 혼란이 가중되던 춘추전국 시대에서 학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평화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유가들은 공동체에서 인간의 도리를 강조했다. 인간을 교화해서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묵자의 경우는 겸애(兼愛)를 공동체의 덕목으로 내세우면서 전쟁을 죄악으로 보고 침략에 대한 방어전쟁을 평화의 수단으로 보았다. 그는 비공(非功)·비전(非戰)을 통해 평화가 가능하다고 봤다.

고대 그리스 학자들도 비슷한 논리다. 수백 개의 폴리스가 끊임없이 전쟁했던 시기를 살았던 플라톤도 그가 설파했던 이상국가에서 평화를 서로 다른 사회집단 사이의 협조와 우정으로 이루어진 질서로 파악했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폴리스에서 최선의 삶을 유지하는 것이 평화로 보지만 전쟁도 평화를 위한 것이라면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학자들이나 정치가들은 평화를 행복한 인간 삶에서 찾고 전쟁은 이를 파괴하는 것으로 보았다. 동양은 내면적 안정이나 교화를 통해서 평화를 강조하고 서양은 평화를 위해서는 공동체의 질서유지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러한 평화에 대한 이해가 최근 들어와서 경제, 사회, 문화 차원으로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평화학자인 갈퉁(Johan Galtung)은 이를 적극적 평화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평화의 의미가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우리 시대의 평화는 전쟁을 반대하는 의미의 평화를 넘어서 인간 삶의 행복과 안전을 포괄하는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우리에게도 평화체제, 평화협정, 평화통일 등 북한과 관련해서 평화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우리가 남북관계를 이야기할 때 평화는 우리 시대가 이야기하는 평화의 의미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남북관계에서 평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잡한 부문이 있다. 남북관계에서 북한핵 폐기, 남북교류협력, 북한의 경제발전 지원, 정치적 약속으로 볼 수 있는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 등은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런 요소들은 어느 하나만 결실을 가져와도 그것은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평화에 대한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전쟁의 위협을 해소하는 것만 아니다. 현대적 의미의 평화인 구조적인 폭력을 걷어내는 작업도 포함되어 있다. 빈곤, 비위생적 상태, 정치적 억압, 문화적 소외 등의 해소도 평화로 보고 있다.

그래서 남북관계에 평화를 확산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통일을 대비하는 의미까지 담겨있다. 특히 북핵폐기는 평화를 만드는데 핵심적 주제이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어느 한 요소가 해결된다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다른 요소들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핵폐기 만큼 파급력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핵폐기가 현실적으로 쉬운 방식은 아니다. 그러면 어느 부문을 통해 평화를 확산시킬 것인가 하는 것도 우리의 고민이다. 더구나 우리의 평화에 대한 노력에 대해 북한이 어느 정도 호응하느냐도 중요하다. 평화를 위해 남북이 함께 노력하자고 해도 상대가 외면한다면 그것은 의미가 없다. 여기다가 평화 만들기는 남북한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통일관련 이해당사국들의 협력도 필요하다. 그래서 남북관계에 평화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매우 복합적이다.

남북한의 평화는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평화를 입으로만 외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할 경우, 그것은 점점 멀어진다. 남북관계에서 평화는 만들어가는 여정이다. 평화를 위한 실천은 초정파적인 프로그램 속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통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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