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 없이 그대로 유지계획
연극전공 감독 없어 관객 ‘불안’

아비뇽·에든버러축제 견준다면서
아시아1인극·대학극 연계도 없어
관변연극제 틀 안에서 유지될 듯

김향란 거창군의원이 9일 군정질의를 통해 “거창국제연극제가 세계적인 야외연극축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연극전공 예술감독 영입과 국제연극제·아시아1인극제·대학극이 서로 연계할 수 있도록 시기·기간·규모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 거창군의회>

거창군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던 거창국제연극제가 내년에도 올해 행사를 답습할 우려가 높아 벌써부터 걱정을 자아내고 있다.

김향란 군의원은 9일 군정질의에서 “거창군은 거창국제연극제를 프랑스 아비뇽페스티벌, 영국 에딘버러페스티벌과 같이 만든다고 공언했다”며, 이를 위해서는 “아시아1인극제, 거창전국대학연극제와 연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극제가 성공하려면 유능하고 전문적인 예술감독이 축제를 이끌어야 하는데 4년 만에 부활한 국제연극제가 전문예술 감독이 없어 선장 없는 배와 같았다”며 “내년 연극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연극을 전공한 야외연극축제의 예술감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구인모 군수는 “아비뇽·에딘버러페스티벌은 거창국제연극제 예산의 20배가 넘지만, 거창도 30년 넘게 이어온 연극제로의 명성과 정통성을 유지하면서 차별성을 적극 살려 특색 있는 연극제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개의 연극제(국제연극제·아시아1인극제·대학연극제)가 모두 다른 특색을 가지고 나름의 독자적 연극제로 발전해가고 있고, 군민정서를 감안하여 현 시점에서 통합·연계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아 군민적 공감대를 이뤄내는 일이 우선이다”며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또 구 군수는 거창문화재단의 조직개편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공연예술 전문가인 박상원 조직위원장과 연극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위원회와 문화재단 내부 연극제 인력으로 추진하면서 장기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 군수의 이같은 입장은 사실상 내년에도 연극제를 추진하는 기존 조직을 그대로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서 계속적으로 군의회와의 마찰이 예상된다.

지난 7월 열린 거창군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박수자·이재운·김향란·신중양·김홍섭 의원은 “거창군은 4년 만에 치러진 행사에 1만5000여명이 관람하며 성황리에 개최됐다”고 자화자찬했으나, 성공으로 포장된 연극제의 허술한 민낯을 조목조목 짚으며 질타한 바 있다.

그러나 행정사무감사와 군정질문을 통해 연이어 지적이 이어졌음에도 기존 연극제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을 생각이라, 연극제 문제는 계속 진행형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거창문화재단이 주최·주관을 하는 행사지만 관변연극제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1947년 단일축제로 시작된 영국 스코틀랜드 에딘버러페스티벌은 인터내셔널·프린지·군악대·영화·사이언스페스티벌 등 20여종에 가까운 축제를 연중 개최하면서 세계적 규모로 성장했다. 25일간 열리는 축제에는 170여개 공연에 1000여명의 공연자가 참여하며, 해마다 2000여개의 공연단체가 프린지 부문에 참가하고 있다.

거창군도 국제연극제가 열리기 전에 앞뒤로 대학연극제와 아시아1인극제를 연계해 수승대라는 한 장소에서 함께 진행한다면 시기·기간·규모 등으로 인해 ‘국내 최대의 연극축제’로 세계적인 축제로도 손색이 없다. 3개 공연작을 합한다면 작품만 해도 150~200편에 이른다.

하지만 거창군은 이러한 제안에도 “3개의 연극제가 연계해 축제를 진행하는 것은 상표권 분쟁의 직접 당사자가 참여하게 되어 군민 정서에 맞지 않은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연극제가 세계적 축제로 도약하기를 바라면서도 군민 공감대를 앞세워 반대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

김향란 거창군의원이 9일 열린 군정질의에서 구인모 군수에게 거창국제연극제의 조직개편과 내실방향 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진: 거창군의회>

이같은 성격은 지난달 27일 열린 거창국제연극제 평가보고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날 평가보고회는 언론과 시민단체들의 관람 없이 군수, 군의회 총무위원장, 연극제 자문단, 거창문화재단 이사, 연극제 관객평가단, 부서장 및 읍면장 등 60여명이 모여 진행됐다.

평가보고회는 행사개요 등 일부 총평을 제외하고는 관련된 부서와 읍면 개별평가가 주를 이뤘다. 게다가 관객평가단 7명은 모두 거창군 블로그기자단으로 이루어져 편향성이 지적됐다. 올해 거창국제연극제 평가표에 따르면 100점 만점에 전문가 85.7점, 관객 85.3점으로 평균 85.5점의 높은 평가를 내렸다. 이는 현장에서 연극제를 지켜 본 군민들과는 상이한 평가다.

거창군은 공식적으로 올해 열린 연극제에 대해 “개막식은 수승대내 수중 특설무대를 설치하고, 지역민과 예술단체가 참여하여 불꽃드론 등을 활용한 화려한 퍼포먼스로 4년 만에 새롭게 개최되는 연극제의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주고 관람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극제 유료공연 예매율이 51.3%에 그쳐 사전예매 제고를 위한 홍보활성화 방안과 예술성과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연극과 다양한 프로그램 보완이 필요하다”고 개선점을 제시했다.

거창지역 주민 A씨는 “거창국제연극제가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리고 이를 통해 발전방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극제에 대한 지식과 깊이가 있는 다양한 인사들로 구성되어야 하는데 문화재단 이사와 읍면장 등으로 이뤄진 보고회에서 어떻게 쓴 소리가 나올 수 있겠냐”며 “결국 이번 보고회는 관의 입맛에 맞춘 것으로 군민들에게는 보여주기 위한 평가회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김향란 군의원은 “거창국제연극제를 주관하는 문화재단 내에 엄연히 1단과 2단으로 조직과 역할이 구분되어 있음에도, 이를 구분 없이 진행해 뚜렷한 한계가 드러났다”며 “우수한 작품선정과 공연기획이 가능한 전문가를 포함한 운영조직과 독립재단 법인화로 경쟁력을 갖춰야 연극제의 미래가 밝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거창국제연극제는 11억원의 예산으로 △공연비 5억9500만원 △홍보비 2억원 △행사진행비 6600만원 △인건비 1억원 △시설비 1억1400만원 △시상금 2500만원 등을 지급했다. 이 가운데 개막식 하루 비용에만 1억9000만원이 지출됐고, 초청인사 위주로 개막공연이 진행되면서 군민들로부터 비난을 자초한 바 있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