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텅 비어있는 벌통은 양봉농부를 망연자실하게 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적으로 발생한 꿀벌 실종사태가 10~11월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양봉농가에 따르면 월동준비를 하며 벌집 사이 가득해야 할 꿀벌은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벌통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내년에 꿀을 떠내려면 늦어도 3월까지는 꿀벌을 사야하는데, 올해 목돈을 들여 샀던 꿀벌들이 또 사라지고 있어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올 봄에도 꿀벌이 돌아오지 않아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양봉농가는 회복할 겨를도 없이 다시 피해를 반복할 위기에 처해있다.

꿀벌 실종은 일부농가의 양봉장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한국양봉협회 경남도지회에 따르면 도내 양봉농가 40%에서 월동꿀벌이 사라졌다고 하니 가볍게 여기고 넘길 일이 아니다.

지난해 꿀벌 실종 때는 경남 427농가에서 양봉 4만5965군에서 벌이 사라졌다. 대략 꿀벌 2만마리가 1개 봉군을 이루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개월동안 1억 마리 이상의 꿀벌이 사라졌다. 농업진흥청은 지난번 꿀벌실종현상은 해충의 일종인 꿀벌 응애와 말벌로 인한 폐사, 이상기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양봉농가는 꿀벌 실종이 올해에도 연이어 발생하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없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꿀벌 실종’이 발생한 이후 농촌진흥청은 원인을 벌에 기생하는 응애와 응애를 방지하기 위한 과도한 방역 약제사용 등을 꼽았다. 실제적으로는 농가의 관리부족을 전제로 한 귀책을 내세운 발표로 1종 전염병 등 ‘재해’가 아니라 판단했기에 정부지원이 없었다.

꿀벌 실종은 양봉농가만의 위기가 아니다. 꿀벌의 개체수가 감소하면 1차적으로 꿀 농사를 짓는 양봉농가에 타격을 주며, 나아가 채소나 과수 생산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지난해 12만원 가량에 하우스로 제공되던 수정벌 한통은 현재 15~16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꿀벌이 사라진 탓에 꿀벌에 의존해 꽃가루받이를 하는 시설채소 재배농가가 잇따라 피해를 본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이처럼 농업분야에서 꿀벌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꿀벌 관리를 더 이상 양봉농가에만 맡겨선 안 될 일이다. 무엇보다 양봉농가는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으면 이미 큰 피해를 입은 농가의 재기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구에서 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4년을 버틸 수 없을 것이라 예언한 아인슈타인과 노벨문학상작가 모리스 마테를 링크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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