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춥다. 폭설과 함께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종종걸음을 하고 있다. 바깥출입을 가급적 삼가고 실내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추위를 탈어내곤 한다. 이 추위 속에서도 몸을 제대로 녹일 만한 여건이 되지 못하는 경제적인 취약계층이 우리 주위에 있다.

경제적 취약의 원인은 적정한 소득을 확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소득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은 경우에 따라서는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소득활동의 의사가 있어도 구조적으로 경제과정에 충분히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인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11살부터 18세 사이 가족 돌봄 청년은 18만에서 29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문제는 10대뿐만 아니라 가족을 부양하는 어린이도 많다는 것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지원한 가족 돌봄 아동과 청소년 조사결과를 보면 23%가 초등학생이다. 중·고등학생 중에서도 가족을 돌본지 5년 이상 됐다는 응답이 많았는데 이는 초등학생 때부터 가장 역할을 해왔던 것을 의미한다.

서울시가 지난해와 올해 가족 돌봄 청년 95명에게 130만원씩 지원했는데 대상이 만 19~39세였다. 복지부가 정한 가족 돌봄 청년은 만 13~34세로 여기에도 10대 이하인 아동은 빠져있다. 한창 뛰어놀고 꿈을 키울 나이의 아이들이 아픈 가족 씻기고 보살피는 간병 돌봄, 아르바이트를 하가나 생활비를 관리하는 경제활동, 동생돌보는 육아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사각지대에 처한 10대 이하에 대한 대책을 하루 빨리 서둘러야한다.

개인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경제적 어려움은 온전히 개인문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빈곤은 인간존엄,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 빈곤상태에 처한 개인은 사적인 자유뿐만 아니라 공적인 권리 또한 행사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소외될 수밖에 없다. 빈곤은 원인의 측면에서든, 사회적 영향의 관점에서든 더 이상 한 개인의 문제 혹은 개별 가구의 문제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국가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다.

강추위 속에서 떨고 있는 경제적인 취약계층에 대해 국가는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안데르센의 동화 속 성냥팔이 소녀가 추위를 피해 인적 드문 골목길에 앉아 손이라도 녹이려고 성냥불을 켜서 따뜻한 난로, 화려한 만찬, 크리스마스트리, 별똥별과 할머니 품에 안기는 환상을 보는 애잔한 장면은 국가가 존재하는 한 더 이상 현실에선 볼 수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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