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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을 살리기 위한 방법 ‘0.78, 89, 280 그리고 3.0’장원 농촌유토피아연구소 대표

난수표에 나올만한 난해한 숫자
진단의 문제인가 처방 문제인가
이 모든 것은 ‘인구문제’로 귀결

이제는 인구정책 3.0시대로 가야
창조적 상상력을 갖고 있는 민과
돈과 법을 가진 관의 ‘협치’ 절실

함양에서 자리 잡고 있는 농촌유토피아연구소는 농촌유토피아대학원, 벤처농업대학과 함께 13일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와 전국 7개 지자체가 한자리에 모여 ‘농촌유토피아 선도마을 3.0 협약식’을 가졌다. 주거·일자리·경제·문화·교육·의료·복지·에너지·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립을 추구하는 50가구 내외 신규마을을 건설하자는 계획이다. <사진: 농촌유토피아연구소>

무슨 난수표가 아니다. 요즘 들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숫자들이다. 0.78은 2022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0년째 꼴찌를 지키고 있다. 그것도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압도적 꼴찌를 유지하고 있다. 1.0 이하의 출산율을 가진 나라는 2023년 현재 이 지구상에 없다. 문제는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이 숫자는 계속 곤두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12년 출산율 1.3이 2022년에는 0.78로 떨어졌으니, 또 10년 후 2032년 대한민국 출산율은 대체 얼마나 될까? 아이가 안 태어나는 나라? 무서운 일이다.

89? 이건 무슨 숫자일까? 2021년에 정부는 전국의 89개 기초지자체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즉 인구감소로 말미암아 지역소멸이 우려되는 시·군·구의 숫자인 것이다. 작년부터 정부는 이 89라는 숫자가 빨리 커지는 것을 막고자 ‘지방소멸대응기금’이라는 것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감사원이 고용정보원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특단의 대책 없이는 앞으로 30년 후에 전국의 모든 시·군·구 지자체가 인구감소지역이 된다는 것 아닌가.

그리고 280? 훨씬 큰 이 숫자는 또 뭘까? 지난 2005년 무려 대통령이 위원장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했는데, 이후 2021년까지 16년 동안 정부가 저출산 대응으로만 쏟아 부은 돈이 물경 280조라는 것이다. 2021년 한 해 동안에만 46조가 넘는 돈이 투입되기도 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전혀 해결하지 못한 저출산 문제를 포함하여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그동안 정부가 쓴 돈은 얼마나 될까? 그 돈으로 과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을까?

이상 난수표에나 나올 법한 난해한 숫자들을 나열해서 살펴보았는데, 이제 이런 현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솔루션이다. 백약이 무효일까? 백가쟁명이 답일까? 물론 약도 필요하고 쟁명도 필요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약을 썼고 많은 토론이 있었는데 왜 효과가 없었을까? 진단을 제대로 못한 것일까? 처방을 잘못 내린 것일까?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웹 3.0이나 정부 3.0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제는 인구정책 3.0 시대로 가야 한다. 인구가 작금처럼 줄어들면 지역활력은 영원히 물건너 간다. 지역소멸이 더 빨리 진행될 것은 자명하다. 지역의 인구는 줄어들고, 학교는 없어질 것이며, 지역은 활력을 잃어 종래에는 지방이 소멸되고 말 것이다.

사실상 이 모든 것은 인구문제에 다름 아니다. 곧 인구밀도의 문제이며, 인구분포의 문제이며, 저출산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향후 10년간, 0.78은 1.0 이상으로, 89는 50 이하로, 280은 500 이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1·50·500이라는 숫자들을 앞으로 10년간 우리가 구경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인구정책 3.0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말이다.

장원 농촌유토피아연구소 대표가 출산율 3.0 시대를 위한 8가지 방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농촌유토피아연구소>

인구정책 3.0이란 첫째, 출산율 목표를 대담하게 상향 설정하여 그것을 달성하는 것이다. 둘째, 인구를 전 국토에 걸쳐 골고루 분포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셋째, 이민정책을 대담하게 뜯어고쳐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를 위해 창조적 상상력을 갖고 있는 민과, 돈과 법을 갖고 있는 관이 진정한 의미에서 협치를 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주거와 일자리와 근무시간, 이 세 가지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도시에서 지방으로 이주하려면 그리고 청년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려면, 당연히 양질의 주거와 일자리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이거야 다 알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이다. 거기에 더해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근무시간’이다. 근무시간이 짧아야 아이도 키울 수 있고, 문화생활도 할 수 있고, 봉사도 할 수 있고, 궁극으로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이다. 지금처럼 어느 한 쪽에 독박육아가 되거나,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제대로 키울 시간이 보장되지 않으면, 출산을 장려한답시고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 해도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다행히 올해 국토교통부를 비롯하여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가 부처간 칸막이를 싹 없애고, 도시 은퇴자나 청년들의 지역 이주를 위한 ‘지역활력타운사업’을 한다고 하니, 이는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다.

또한 지역의 정주여건 개선과 이주민의 정착지원을 위하여, 맞춤형 주거와 수도권 수준의 생활시설과 서비스 그리고 일자리를 제공하겠다 하니 기대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주거와 일자리, 여기에다 하나 덧붙여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들에게 ‘시간’을 주는 마을공동체를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와 전국 7개 지자체,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민관산학연’ 모델의 추진 협약식을 체결했다. <사진: 농촌유토피아연구소>

최근 들어 정부가 지역활력타운사업, 지방소멸대응기금, 고향사랑기부제 등의 방법으로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관 주도의 사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역에 살고 있는 민간인들의 창의적이고도 자발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지역의 진정한 활력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의 공간 재배치가 아니라,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권을 얼마나 보장해주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아주 많다. 관과 민이 실질적인 거버넌스를 만들어 머리를 맞대면 안될 일도 없고 못할 일도 없다. 답 없는 문제도 없고 대안 없는 현실도 없다. 우리는 현대판 유토피아로 불리는 스페인 마리날레다 자치시의 시장 마누엘 산체스의 말처럼, “현재에 세워지지 않는 미래는 없다”라고 진심으로 믿어야 한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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