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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봄일 때 그대는 꽃이더라

봄이다. 춥고 어둡고 낮은 곳을 지나 빛으로 다가왔다. 봄은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봄은 더욱 축복이고 희망이다.

봄이 다가온 순간, 꽃잎 하나가 햇살과 함께 떨어진다. 봄의 전령이다. 피어야하는 것은 끝내 터트린다는 단순한 진리를 잊고 있었다.

아름답다. 이해인 수녀가 “눈이 짓무르도록 이 봄을 느끼며, 가슴 터지도록 이 봄을 즐기며 두발 부르트도록 꽃길 걸어볼랍니다”라고 예찬하지 않았나. 바람에, 가로등 불빛에 꽃비가 쏟아질 때는 너풀너풀 춤이라도 춰야겠다.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오늘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봄꽃이 두고 간 경이로운 선물이다. 사랑만이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라고 기억해야지.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꽃잎에 아롱진 하늘이 더욱 푸르다.

벚꽃 나무 아래, 오늘은 연분홍빛 그늘에 가슴을 맡겨놓는다. 그리움도 애달픔도 심지어 기쁨까지 잠시 벗어둔다. 셀 수도 없이 많은 꽃잎들을 들여다본다. 먼지와 계절과 시절을 넘어 저 멀리 우주의 한 살이도 언뜻 보인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후회하지 않음이다. 봄꽃과 같이 모든 순간을 기꺼이 껴안을 수 있어야 한다. 비록 미완의 삶이라도 사랑해야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그것이 바로 존재의 이유니까.

인생은 짧다. 하지만 충분히 아름다워 질 수 있다. 봄날이, 꽃잎이 쏟아내는 비밀을 이제는 실토해야겠다. 물 위를 걷는 것이 기적이 아니라 두 발로 땅 위를 내딛는 걸음이 기적임을. 우리 자신이 꽃이었음을.

내가 봄일 때 그대는 꽃이더라. 우리들은 서로에게 소중한 순간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우리가 함께하니 온 세상이 아름다운 봄날인 것을.
 

/글: 이영철 기자, 사진: 거창관광사진공모전 당선작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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