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1호… 5개 시·군 걸쳐
방장산·듀류산·방호산으로 불려

태고의 원시림 골짜기마다 무성
시인과 묵객들의 역사적 발자취

1972년 주요경관 ‘지리산 10경’
장엄함·웅대함 속에 연신 ‘감탄’

삼대(三代)가 덕을 쌓아야 본다는 지리산 천왕봉 일출은 장엄함과 웅대함으로 자연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사진: 이정화/ 1~10경: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은 해발1915m로 경남·전남·전북의 3개도 5개 시·군에 걸쳐 있다.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라고 해서 지이산(智異山)이라고 쓰고 지리산으로 읽는다.

지리산은 우리나라 명산이요 태산이다. 삼천리 강토에 이름난 산이 많지마는 지리산은 웅대함과 장엄함이 그 자랑이다. 예로부터 동해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방장산(方丈山)·두류산(頭流山)·방호산(方壺山)이라고도 불리어 신성시되어 온 산이기도 하다.

천고(千古)에 도끼와 톱을 모르는 태고의 원시림이 골짜기마다 우거져 있다. 희귀한 동식물이 서식하여 학술적으로 귀중한 자료가 풍부하다. 울창한 자연림과 운무로 뒤덮인 태산이라 그에 어울릴 만한 유서 깊은 벽송사, 영원사, 화엄사, 천은사, 쌍계사 등 계곡마다 불교를 비롯한 종교문화의 유산이 남아 있고 시인과 묵객(墨客)들이 드나들면서 시를 읊은 역사적 발자취가 남아 있는 영산이다.

지리산은 1967년 12월 29일 우리나라 처음으로 지정된 국립공원 제1호이다. 경상남도의 함양·산청·하동의 각 군과 전라북도의 남원시, 전라남도의 구례군에 걸쳐있는 438.92㎢ 넓이의 큰 공원이다. 소백산맥의 남부에 위치하고, 북으로 덕유산(德裕山)이 백운산(白雲山)을 지나 지리산이 되었으므로 동으로 가야산(伽倻山)과 연결된다.

지리산에는 식물의 분포상도 다양하여 총 55과 800여 종이나 되는 나무 종류가 있다. 이 산에는 목재·목기·짐승가죽·옻·표고버섯·석이버섯·감·잣·닥나무·가죽이 많이 나고 있다. 한약 재료로 당귀·작약·도라지·창백출·초오·오가피·마가목·오미자·복분자 등이 산출되고 있다.

신라 희강왕 원년(836년)에는 김대렴(金大廉)이 당나라에서 차(茶)나무를 가져와 지리산에 심었다고 한다. 이 차나무는 지금도 이 산의 이곳저곳에서 자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지리산의 역사는 기원전 89년 마한의 왕이 변한의 난을 피해 달궁으로 쫓겨오면서 시작된다. 지리산은 삼한(三韓)시대에는 변한(弁韓)의 영역이었고, 신라시대에는 국가의 제천(祭天)장소로서 제천당이 있었다. 고려시대에는 제석당(帝釋堂)으로 고쳐 불렀다. 지리산에는 박회성(朴回城)과 추성(楸城)이라는 성이 있었는데 신라가 백제를 방어하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리산은 그 위치가 신라와 백제의 접경지대이었으므로 양측의 공방전의 보루가 자리 잡고 있었음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지리산은 여순반란사건 이후 공비들의 본거지가 되어 동란 전후 8년여 동안을 시달렸다. 당시 지리산 일대는 낮에는 아군이, 밤에는 공비에 의해 장악되는 현상이 두드려지기도 하였으나 토벌작전에 의해 평온을 되찾은 곳이기도 하다. 당시의 실상은 소설 이태의 ‘남부군’, 이병주의‘지리산’에 잘 묘사하고 있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캐러 서불(서시·徐市)를 보낸 곳이 지리산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2008년 시범 개통한 뒤 지리산 둘레길이 만들어져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에서 맞이하는 해돋이와 저녁 일몰은 이 산의 장엄함과 웅대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 절경을 보려고 춘하추동 일 년 사계절 등산객이 계속 모여들고 있다. 지리산은 일제강점기에는 조선8경의 하나로 선정된 바도 있다. 이 산의 상봉·중봉·하봉을 비롯하여 북편은 함양군의 군유지이며 통천문(通天門), 제석당, 세석평전의 철쭉꽃, 칠선계곡, 한신계곡 등의 명승이 널리 알려져 있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 주고 있다.

지리산 등산지도를 처음으로 제작·배포했던 지리산 산악회는 1972년 지리산의 가장 대표적인 자연경관 10곳을 들어 ‘지리산 10경(十景)’을 발표했다.

1경 - 천왕일출(天王日出)

이른 새벽 동틀 무렵 해발 1915m의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에 올라보면 끝없이 펼쳐진 회색 구름바다 저 멀리 동녘하늘에 희뿌연 서기가 어리기 시작한다. 이것도 잠깐, 동녘하늘이 오렌지빛으로 물들면서 휘황찬란한 오색구름 속에서 진홍색 거대한 태양이 눈부신 햇살을 부챗살같이 뻗치며 불쑥 솟는다. 이 천왕봉 일출을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은 삼대에 걸쳐 적선을 해야 된다는 속설도 있다.

2경 - 칠선계곡(七仙溪谷)

지리산 ‘최후의 원시림’지대로 자원자원의 보고다. 계곡전체가 청정한 선경으로 일일이 그 이름조차 명명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3경 - 연하선경(煙霞仙境)

세석평전과 장터목 사이의 연하봉은 기암괴석과 층암절벽사이로 고사목과 어우러진 운무가 홀연히 흘러가곤하여 이곳에 앉아 있으면 마치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고산준령 연하봉의 선경은 보는 이들을 무아의 경지로 몰고 간다.

4경 - 세석철쭉(細石철쭉)

해발 1600m의 세석평전은 30리가 넘는 남녘 최대의 고원으로 드넓은 평원은 수십만 그루의 철쭉이 5월초부터 6월말 까지 온통 꽃사태를 이룬다. 세석평전은 이름 그대로 잔돌이 많고 시원한 샘물도 콸콸 쏟아지는 철쭉의 절정기에는 산악인들의 물결로 세석평전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5경 - 벽소야월(碧霄夜月)

벽소령은 빼어난 경관과 지리산 등줄기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입지조건에서 밀림과 고사목 위에 떠오르는 달은 차갑도록 시리고 푸르다. 시인 고은은 ‘어둑어둑한 숲 뒤의 봉우리에 만월이 떠오르면 그 극한의 달빛이 천지에 부스러지는 찬란한 고요는 벽소령 아니면 볼 수가 없다’고 찬탄하였다.

6경 - 직전단풍(禝田丹楓)

10월 하순경에 절정을 이루는 피아골 단풍은 현란한 ‘색(色)의 축제’다. 조식 선생은 ‘산도 타고 물도 붉게 물들고 그 가운데 선 사람도 붉게 물든다’는 삼홍(三紅)시를 읊었고 피아골 단풍을 보지 않은 사람은 단풍을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한다. 피아골의 단풍은 가을 지리산의 백미다.

7경 - 반야낙조(盤若落照)

해발 1732m의 지리산 제2봉인 반야봉은 멀리서 바라보면 여자의 엉덩이 같이 보인다는 봉우리로 전남과 전북의 경계지역이기도 하다. 노고단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4시간가량의 산행코스인 반야봉에 오르는 기쁨은 낙조(落照)의 장관에서 찾는다. 여름날 해거름에 반야봉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서쪽하늘의 황홀한 낙조는 아마도 자연이 인간을 위해 베푸는 시시각각의 축제 중에서도 가장 경건하고 가장 의미심장한 축제가 아닐까.

8경 - 노고운해(老姑雲海)

노고단 아래 펼쳐지는 ‘구름바다’의 절경은 가히 지리산을 지리산답게 만든다. 5월에 산철쭉이 고원 전체를 분홍색으로 물들이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한 여름철과 가을에 걸쳐 천상의 화원을 이룬다. 봄부터 초여름까지 노고단의 비경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원추리 꽃이다.

9경 - 불일폭포(佛日瀑布)

청학동과 백학동 사이의 험준한 골짜기 속의 깊은 낭떠러지 폭포로 오색무지개가 걸리고 백옥같은 물방울이 서린다. 60m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장쾌한 폭포소리가 온 몸을 파고드는 냉기는 몸과 마음이 얼어붙는 긴장감마저 느끼게 한다.

10경 - 섬진청류(蟾津淸流)

산이 높으면 물도 맑다. 지리산 산자락을 그림자로 한 채 남해로 흘러드는 섬진강의 푸르고 맑은 강물과 하얀 백사장과 더불어 이강에 뜬 돛단배는 지리산 역사와 사연들을 들려주는 듯하다.

이철우 본지 회장  lc34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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