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광 본지 이사장.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해 출현했지만 진보와 보수로 양극화된 정치세력은 민주화 이후의 과제를 변화시키지 못하는 한계점으로 아쉬운 실정이다. 담론과 표현은 점점 과격해지고 있으나 토론과 논의는 민주화 이후의 과제를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의 거대 양당은 지역을 연고로 한 고정 지지층이 있고, 여야의 지지층을 합하면 70%에 육박한다. 이것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무조건 적으로 내편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에서다. 그렇다보니 정치권의 자기반성은 없어지고, 국민이 함께 만들어 낸 87년 체제도 탈선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어떤 연예인을 선호한다고 해서 그 연예인이 추천하는 종목에 주식을 투자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우리들의 자산을 다루듯 좀 더 세세하게 정치를 평가하고, 대한민국이 조금 더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치투자를 하는 것이 민주화 이후의 과제를 완성할 수 있는 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환경은 비전을 갖기 어려운 상황으로 변하면서 민주적 균형이 불안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대화를 통한 개혁과 시민사회에서 제기되는 의제가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논의돼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여전히 진영논리에서 매몰돼 있기 때문이다.

교육에서는 시험 서열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어마어마한 교육비와 아이를 키우기 힘든 보육비는 지난해 합계출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1.59명에 훨씬 못 미치는 0.78명을 기록했다. 자연히 지역에서는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지방소멸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이 소멸하면 결국 국가도 소멸된다는 것을 정녕 모른다 말인가.

사회운동도 마찬가지다. 1970~1980년대 노동운동은 노조 불모지 상황에서 공장시대 처참한 노동자의 목소리를 담아냈고, 국민여론도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현재 노동운동은 노조 중심에서 노총 중심으로 바뀌면서 공고한 기득권 체제로 고착화되고 있어 노동계를 대표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는 전투적 투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때이다.

이뿐인가. 연금개혁, 저출산대책, 한반도 주변 4강의 위협 등 우리 눈앞에 닥친 숙제가 너무 많다. 정치가 우리의 미래를 망치게 해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선출직에 대한 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미래 정치인재들을 체계적으로 키워내야 한다. 아집과 비방, 거짓 선동과 무책임은 퇴출되어야 한다. 이들은 국가의 미래는 보지 않고 눈앞의 승리만 바라보고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세대갈등, 지역갈등, 진영갈등을 넘어서자. 그것이 87년 체제를 끝내는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충분한 힘과 속도를 가지고 있다. 집단의 이익에만 매몰하고,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더 큰 미래로 나아갈 때이다. 탄탄하고 실력 있게 정치가 나아가길 바란다. 정치의 양극화, 더 이상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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