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보 높이 1.39m서 2m로 변경
산업단지 분양가 21% 낮게 책정

산청 특리지구, 계획 없이 추진
도비 지원 허위로 재정투자 통과

산청·함양군이 감사원으로부터 정기감사를 받아 모두 16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지적받았다. 3건(4명)은 징계, 6건은 주의, 7건은 통보조치를 처분 받았다.

감사원은 2018년 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최근 5년간 산청·함양군이 수행한 업무들을 대상으로 감사제보·자료분석 등을 통해 35일간 감사인원 10명을 투입해 실지감사를 실시했고, 지난달 14일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함양군, 가동보 설계 임의로 변경

지난 2021년 설치된 함양읍 가동보 모습. 함양군은 당초 1.39m였던 가동보의 높이를 2m로 높이면서 공사비 6억원을 더 과다하게 지출됐다. 또 가동보에 적용할 호안블럭을 특허품으로 설계해놓고, 일반 전도식 가공보를 사용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사진: 함양인터넷뉴스>

함양군이 특정업체에 가동보 납품과 관련하여 특혜를 부여하고, 설계와 다른 가동보가 설치되었는데도 이를 그대로 준공 승인하면서 약 6억원의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2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사업비 75억7200만원을 들여 ‘함양위천 생태하천 하림지구 조성사업’을 실시하면서 특정업체 A사를 내정한 상태에서 군수의 지시가 있었다는 이유로 가동부 높이를 1.39m에서 2m로 계획을 변경했다.

감사원은 “담당자는 2020년 2월 보를 2m로 높여도 하림지구의 담수량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가동보의 높이를 관련 규정에 맞게 설계하도록 해 줄 것을 건의했지만 이를 군수가 승인하지 않고 2m로 준공처리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가동보를 1.39m로 시공했을 때보다 약 6억원을 과다 지출하면서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강 가장자리에 침식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경사면이나 밑부분에 시공하는 ‘호안블럭’의 수의계약(4억1719만원)을 검토하면서 2단계 경쟁방식으로 B사가 납품업체로 선정 받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계약시기를 늦춰가며 입찰정보까지 알려주며 B회사에 대한 편의를 공무원들이 봐주면서 입찰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업체는 계약체결 된 특허품이 아닌 일반 전도식 가공보를 시공한 것도 감사결과 드러났다.

이에 감사원은 계약과 다르게 특허제품을 납품하지 않은 B사에 대해 입찰자격을 제한할 것을 함양군에 제시했다. 담당공무원은 징계사유에 해당되지만 징계시효로 인해 주의로 처분됐다.

이와 함께 함양군이 2021년 7월과 2022년 9월 일반산업단지를 분양하면서 ㎡당 분양가격인 15만7000원보다 낮은 12만4012원으로 임의 처분하면서 부당하게 입주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 분양가격은 46억6600만원으로 분양가격보다 21%가량 낮게 계약됐다. 이 업체는 분양가격 대비 총 8억6700만원 낮게 토지를 취득했다.

게다가 2021년 7월 일반산업단지 용지를 당초 운송장비제조업에서 창고·운송관련서비스업으로 입주업종 변경을 하면서 15일 이상 공고해야 함에도 이를 재공고하지 않아 다른 업체들이 입주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일반산업단지 입주희망자들이 인하된 분양가격에 따라 입주신청을 하도록 했어야 하는데,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산단 입주질서가 문란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산청군, 특리지구 재정부담 초래

산청군이 구체적인 계획이나 적정한 투자심사 없이 동의보감촌 인근 금서면 특리 일대를 관광휴양단지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162억원 이상의 군 재정 부담을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산청군 특리지구 개발사업(54필지, 21만3634㎡)은 관광휴양단지로 조성할 목적으로 추진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시설을 운영할지에 대한 계획이 마련되지 않아 비용과 수익을 산출할 수 없어 경제적 타당성을 분석할 수 없다고 감사결과 밝혔다.

특리지구 개발사업은 협곡 지형인 특리 일대에 토사 71만4315㎥(실시설계기준)를 부어 대지 6만2250㎡를 만들어 상업시설·놀이체험시설 등을 갖춘 관광휴양단지를 조성할 목적으로 추진했다.

지난 11월말 기준 당초 계획한 부지 6만2250㎡ 중 일부인 3만5000㎡만 주차장으로 조성 중이며, 관광휴양단지 조성을 위한 부지조성계획(공사비 42억6000만원)과 부지조성 이후 운영할 시설 등에 대한 사업계획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특리지구 개발사업에는 162억원 이상(놀이체험시설 등 건립비용 미포함)의 대규모 군 재정이 투입되고, 협곡 지형에 토사를 부어 만든 대지(최대 성토 높이 15~20m)가 안정화되기까지는 적어도 5년 이상(부지조성은 2028년 이후 가능)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등 사업추진에 장시간이 소요됨에도 합리적인 투자심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방재정이 투입되는 투자성 사업, 행사성 사업 등 현물이 투자되는 사업은 지방재정법에 따라 군 단위 지자체의 경우 총사업비 20억원 이상 신규 투자사업은 투자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산청군은 특리지구 부지매입사업은 2019~2023년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반영되지 않아 2019년도 투자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데도, 2019년 11월 군 재정투자심사위원회에 상정하여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군 재정투자심사위원회의 의견을 받기 전인 2019년 8월 부지매입비 예산을 요청하여 같은해 9월 추가경정예산으로 25억원을 편성했고, 편입부지 보상비 22억8000만원을 집행해 지방재정법 취지를 훼손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산청군이 2019년 4월 특리지구 개발사업 총사업비를 355억원으로 추산해 군수의 결재를 받았다고 밝혔다. 2020년 12월 당초 15만9704㎡보다 축소된 6만2250㎡로 반영하여 용역 최종보고서에는 200억원(토지보상비 45억7600만원+순공사비 154억2400만원)으로 산정했다.

특리지구 개발은 당초 21만3634㎡의 토지를 매입하여 관광휴양단지로 조성하고자 했으나 2020년 11월 용도지역 변경 권한을 가진 경남도와 협의한 결과 6만2250㎡로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동의보감촌 내 산림 돔을 조성하는 ‘항노화 산림휴양 명소화 조성사업’(사업비 300억원)과 ‘동의보감촌 케이블카 조성사업’(250억원)이 모두 중단됐다.

이런 상황에서 2021년 11월 당시 산청군수는 55억원 규모의 부지조성을 만들기 위해 군 재정투자심사위원회에 상정했고, 부지조성 사업은 도비를 지원 받기로 한 사실이 없는데도 투자심사를 원활하도록 하기 위해 6억5000만원은 지원을 받는 것으로 사실과 다르게 보고했다.

감사원은 “앞으로 지방재정투자사업을 추진하면서 전체 사업에 대한 총사업비와 사업필요성 및 타당성 등에 대한 투자심사를 거치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고, 관련자에게는 주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동의보감촌은 2019년도(코로나19 상황 이전)의 경우 관리운영비로 15억4100만원을 지출했고, 입장료 등 수입이 6억7700만원 발생하여 비용이 8억6400만원 더 많은 등 2014년 이후 매년 적자로 운영되고 있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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