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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영화감독, 퇴마사를 그린 ‘추석연휴’ 영화 3편올해 추석은 사극 대신 시대물
  • 성하훈 영화 저널리스트
  • 승인 2023.09.28 12:41
  • 호수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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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사회분위기 볼 수 있어
냉철하게 역사 바라보는 기회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된다
인생을 들여다보는 영화 한 편

지금껏 경험 못한 강력한 사건
정신세계 스토리 팽팽한 긴장감

역사적 실화를 그린 ‘1947 보스톤’. 최근의 사회 분위기를 냉철하게 바라보고 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추석을 맞아 3편의 한국영화가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명절은 극장가의 대목이기도 한데, 연휴가 6일로 길어지면서 흥행 경쟁이 관심이다. ‘명절=사극’이라는 등식이 있으나 올해 추석에는 사극 대신 시대물들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해방 직후인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1947 보스톤>, 1970년대 한국영화 현장 풍경을 그리고 있는 <거미손>, 퇴마와 무속을 주제로 한 작품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 맞붙는다.

독립투사를 바라보는 <1947 보스톤>

하정우, 임시완, 배성우, 김상호 주연의 '1947 보스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해방 이후 정부가 수립되기 전인 1947년 미국 보스톤마라톤에서 금메달은 조금씩 나라의 기틀을 세우고 있던 민중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주역은 서윤복이었고, 당시 감독은 손기정이었고, 코치 겸 선수는 남승룡이었다. 손기정과 남승룡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 금메달과 동메달 수상자였다.

<1947 보스톤>은 익히 알려진 역사적 실화를 그리고 있다. 일제강점기 나라 잃은 설움으로 인해 태극기 대신 일장기를 달아야 했던 손기정과 남승룡. 월계관으로 일장기를 가렸다는 이유로 이후 해방되기까지 손기정은 마라톤 활동을 일절 할 수 없었고, 남승룡은 조선에 마라톤 보급을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 어려웠던 시기 마라톤은 조선 민중에게 어떤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도구였다. 가난했으나 생존을 위해 뜀박질을 하던 청년 서윤복이 손기정, 남승룡과 함께 손을 잡고 여러 난관을 극복하며 마침내 승리하는 여정이 영화의 핵심이다. 해방 이후 정부수립과 한국전쟁까지 다사다난했던 시기, 그 가운데서도 가장 극적이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아는 실화를 영화로 마주할 때는 감동의 포인트가 중요하다. 필요 이상으로 과장되지 않으면서, 극적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연출을 맡은 강제규 감독은 그 미덕을 잘 구현해 냈다. 좌우로 눈을 돌리지 않고 꾸준히 앞으로만 직진하는 영화를 만들어 내면서. 나라 잃은 설움과 나라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무시와 천대 등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영화가 중반부를 넘어가면 중장년 관객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것은 험난했던 시기를 버티던 선대들의 정서가 와 닿기 때문이다. 국가적 자부심을 고취하는 부분이 있기에 일명 국뽕 영화로 분류되지만 억지로 미화가 아닌, 실화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국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기에 착한 국뽕으로 분류된다. 개개인에 따른 차이가 있겠지만.

<1947 보스톤>은 최근의 사회 분위기를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힘겹게 나라를 찾기 위해 독립운동 했던 분들을 폄훼하고 도리어 일본에 굴종하는 듯한 정치의 모습 속에 나라 뺏긴 아픔과 국기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경구를 되새기게 한다.

유모와 풍자가 절묘한 <거미집>

영화 속의 영화를 그리며 풍자가 가득한 작품 ‘거미집’.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된다, 딱 이틀이면 돼!” 1970년대 꿈도 예술도 검열당하던 시대, 성공적이었던 데뷔작 이후, 악평과 조롱에 시달리던 김열(송강호) 감독은 촬영이 끝난 영화 ‘거미집’의 새로운 결말에 대한 영감을 주는 꿈을 며칠째 꾸고 있다. 그대로만 찍으면 틀림없이 걸작이 된다는 예감, 그는 딱 이틀 간의 추가 촬영을 꿈꾼다.

그러나 대본은 심의에 걸리고, 제작자 백회장(장영남)은 촬영을 반대한다. 제작사 후계자인 신미도(전여빈)를 설득한 김열은 베테랑 배우 이민자(임수정), 톱스타 강호세(오정세),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정수정)까지 불러 모아 촬영을 강행하지만, 스케줄 꼬인 배우들은 불만투성이다. 설상가상 출장 갔던 제작자와 검열 담당자까지 들이닥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는데….

<거미집>은 걸작을 향한 감독(송강호)의 욕심과 열정이 난관을 뚫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영화다. 검열과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매우 유쾌하게 그려냈다.

영화 속의 영화라는 것도 특징이다. 영화 촬영 현장을 그리고 있기에 1970년대 한국영화 촬영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를 안겨준다. <거미집>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은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무엇인가, 창작이란 무엇인가. 오리지널리티는 무엇일까?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서 웃기고 슬픈 분투기를 벌이는 ‘김열’ 감독의 질문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영화 한 편을 만든다는 것은 우리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이런 몰이해와 압박의 비관적 세계에서 ‘김열’의 외롭고 고독한 안간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고 싶었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거미집>은 지난 5월 제76회 칸 영화제 공식 비경쟁 부문(Out of Competition)에 초청돼 세계 영화 관객을 먼저 만났다. 칸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리모(Thierry Fremaux)는 “관객들은 영화를 즐겼고, 반응은 뜨거웠다”는 찬사에 덧붙여 송강호를 향해 “칸 영화제의 품격을 높여줬다. 중요한 건 송강호가 여기 칸에 와 있다는 것이고, 칸은 당신의 집이다”라고 경의를 담은 다정한 인사를 건넸다. 해외 영화인들로부터 “유머와 풍자가 절묘하게 버무려진, 영화에 보내는 러브레터” “영화 제작의 혼돈과 광기, 놀라움을 선사하는 영화!”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1970년대 영화의 대사와 의상 등을 통해 당대의 영화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해 주는 것도 특별한 재미다. 복고적인 시대를 그리고 있지만, 시간과 세대를 초월한 영화의 힘은 변함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판타지 액션 모험 <천박사 퇴마 연구소>

정신세계를 그리며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사진: 씨제이 이엔엠(CJ ENM)>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 ‘천박사’가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강력한 사건을 의뢰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기존의 퇴마를 소재로 한 대부분 작품이 오컬트 장르를 표방한 것과 달리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현대적인 설정과 경쾌한 톤으로 참신한 재미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퇴마사지만 귀신을 믿지 않으며, 신빨보다 말빨로 의뢰인을 홀리고, 상대의 생각과 마인드를 꿰뚫어보는 귀신같은 통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천박사’는 기존 퇴마 소재 영화 속 무겁고 어두운 주인공들과 차별화된 캐릭터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순식간에 상대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스캔 완료하는 능력자인 동시에 건당 최소 1000만원의 의뢰비도 꼼꼼히 챙기는 현실주의자이기도 하다. 위기 상황에서도 여유와 자신감을 잃지 않는 특유의 매력을 발휘하는 ‘천박사’는 예측을 뛰어넘는 독창적 캐릭터로 그려졌다.

현대적 설정과 더불어 악귀를 감지하면 울리는 ‘천박사’의 놋쇠방울과 귀신을 관통하는 무기 칠성검, 귀신을 잡아가두기 위해 경문과 문양을 한지에 조각한 설경 등의 설정은 영화 전개에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영화적 세계를 견고하게 만든다. 스릴러, 액션, 모험, 현실과 판타지, 현대적 기술과 전통적 퇴마라는 이질적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 의외의 재미가 돋보인다.

사람의 정신세계를 그리고 있고 스토리에 팽팽한 긴장감을 느껴진다. 반인반귀와 맞서 싸우는 강동원의 모습은 여성 팬들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12세 관람가 영화로 가족과 보기에도 무리가 없다.

성하훈 영화 저널리스트  doomeh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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