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은 주민들 삶의 질 떨어뜨려
농촌주택 1가구 1주택 바뀌어야
시장이 아닌 사람중심으로 전환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2019년말 기준 전국의 농촌 빈집은 약 26만채로 전체주택의 4.9%를 차지했다. 또한 철거가 필요한 빈집은 전체의 69%로, 활용 가능한 빈집(31%)의 2배가 넘는다. 문제는 빈 집 대부분이 철거가 필요할 정도로 열악한 상태이고 떠나간 소유자들은 정비나 활용에 소극적인 점이다.

농촌 빈집은 1년 이상 아무도 거주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는 농촌주택 또는 건축물을 말한다. 농촌마을은 인구가 줄면서 빈집이 늘어나 주거 및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주민들의 삶의 질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여기에 범죄나 안전사고 발생우려도 높다.

빈집 해결책으로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수선하여 활용하는 것과 철거하는 것이다. 활용하는 방법으로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빈집을 장기 임대하는 정책이다. 인구가 줄고 있는 농촌으로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귀농인들이 셍각만큼 많지 않다는 점이 정책의 약점이다.

실제 대부분의 농촌 일손을 귀농인이 아닌 이주노동자와 단기 체류외국인들로부터 얻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빈집을 임대하면 좋을 텐데 집주인도 마을주민들도 그리 반기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또 다른 방안은 농어촌주택을 종합부동산 대상에서 제외해 농어촌 집 보유 2주택자는 ‘1주택 종부세’를 내게 하는 방안이다. 1가구 1주택 정책의 정착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은 농촌의 빈집을 증가시키고 지방도시소멸을 부추기는 원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앞으로 종부세를 산정할 때, 일시적 2주택과 상속주택 및 지방소규모주택 등은 주택수에서 제외시켜야 할 것이다. 1가구 2주택자라도 농촌주택이 공시가격 3억원 이하의 읍면지역의 주택은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시골주택을 가지려는 귀농·귀촌자가 늘어나 농촌소멸 방지에 보탬이 될 것이 확실하다. 늘어나는 관리되지 않고 방치된 시골빈집을 줄일 수 있다. 사람이 모이면 농촌이 활기를 띄게 된다. 주소를 옮기게 되어 자동차세, 담배세 등 지방세 수입이 늘어난다. 지역마트는 생필품 수요증가로 시장이 활성화된다. 농촌은 소멸에서 회생으로 반등할 수 있게 된다.

이제 농촌주택을 1가구 1주택에 포함시키는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 농촌주택은 시장경제적 논리에 의해 지배되는 주택정책에서 사람 사는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농가주택을 종합부동산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은 농촌 빈집 방지와 농촌살리기를 위한 매우 적절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철거형 빈집 처리는 농촌 빈집 대부분이 한옥으로 한옥보존관리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한옥은 우리 문화의 유산이다. 이모저모 따져 지어진 오래된 집은 한 시대의 문화를 대변한다. 일반인들의 생활상을 알려주는 가옥은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 폐가가 되거나 빈집으로 방치되다 허물어져 없어지고 있다.

지자체는 오래된 집과 그 집터가 갖는 역사성에도 불구하고, 미관상 흉하다고 빈집철거를 장려한다. 건축의 정신과 문화는 없고 밀어버리고 새로 짓는 재건축 또는 재개발사업으로 한옥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남아있는 한옥은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 한옥은 인테리어를 하여 민박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로 꾸며서 온돌방에서 하루 이틀 쉬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휴식공간으로 제공하면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의 공간이 될 것이다. 아담한 한옥의 온돌방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은 한때 온돌방이 있는 집에서 유유자적한 삶을 꿈꾸었을 여행자들의 마음을 녹여주고 정서적 정신적 안정감을 주는 미래의 요청과 역사적 요청이 합치하는 뜻있는 일로 여겨진다.

사실상 고건축물들은 거의 목재로 되어 있기 때문에 한 번 사라지면 원형을 되찾는 것이 불가능하다. 제대로 된 방화시설 뿐만 아니라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고치고 보존하는 노력과 관리가 요구된다. 지자체 또는 정부차원에서 정취있는 집은 빈집수리 혹은 리모델링을 통해 주말주택, 체험학습, 집필실 등으로 임대를 해주거나 분양하는 방법이 농촌 살리기의 한 방법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철거해야 할 상당수의 빈집은 사유재산이란 이유로 강제철거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도시에 나가 사는 소유자들이 언젠가 들어와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면서도 관리를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데, 집은 사람이 살면서 관리하지 않으면 금방 허물어진다.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제대로 보존하고 가꾸어 가려는 적극적인 사고와 인식이 요청된다. 사정이 우리보다 더 심각한 일본은 빈집세(稅)까지 물려 강제 매각을 유도하고 있는 점을 참고해 볼 만하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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