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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대기란 놈에게 끌려서
백을순 산청 시천면 예치골 거주.

산청지리산도서관에서 만화책 ‘까대기’의 저자 이종철 작가의 강연이 있다는 문자가 왔다. 만화책은 재미없는 책, 학생들이나 젊은 친구들이 읽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까대기란 단어가 무슨 뜻인지 궁금해졌다. 강연을 듣고 싶어 신청했다.

작가는 ‘울산에서 태어나 만화가의 꿈을 안고 서울로 무작정 올라왔다. 생계를 위해서 택배사에서 까대기 알바를 6년 동안 하며 꿈을 키웠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집하장으로 들어온 차에서 물건을 내리는 사람들을 통틀어 ‘까대기’라 부른다. 까대기는 몸으로 짐을 나르는 일을 말하며 노동을 뜻한다. 노동과 근로는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 노동은 주체적이고 자발적이다. 근로는 수동적이고 복종의 의미가 바닥에 깔려 있다. 사회는 노동이 바닥에 탄탄하게 깔려 있지 않으면 경제가 우뚝 설 수 없다. 사회의 시선은 노동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함부로 대한다.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근로자가 아닌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취급한다. 우리나라만 근로자의 날이 있지, 세계 어느 나라도 근로자의 날은 없다. 노동자의 날만 있다.

내 삶도 노동자의 삶이었다. 결혼 전에는 가난한 집안에 보탬이 되고자 평화시장에서 일했다.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좁은 공장에서 원단 먼지를 온몸으로 마시며 밤낮으로 미싱발판을 밟았다. 결혼해서는 자식들 키우고 가르친다고 조그만 전자회사에서 부품 조립하는 일을 했다. 식당에서 음식 나르는 일도 했다. 깔보고 무시하는 뭇시선들을 견뎌야 하는 일은 마음의 고통을 인내하고 상처를 견뎌야 하는 삶이었다, 노동자들의 고된 삶을 잘 알기에 강연을 듣는 내내 가슴에 뻐근한 통증을 느꼈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피해 지역인 포항 지하주차장 침수는 작가의 부모님이 사는 아파트였다. 그 현장에 있던 작가는 자신의 엄마를 업고 물속을 빠져나오며 엄마를 따라 나간 중학생의 죽음을 직접 보고, 이태원 참사를 겪고, 이번 오송 지하차도 사건을 접하면서 만화가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소신 있게 밝혔다.

만화가라는 직업으로 사각지대에 있는, 그늘에 가려져 외면당하는, 근무하는 환경이 좀 더 개선될 수 있는, 억울한 죽음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노동자들을 바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꺼내어 글을 쓸 것이다. 그 글을 읽은 사람들로 인해 좋은 영향력이 퍼지고 사회가 조금이라도 변한다면 세상은 그만큼 따뜻해지지 않을까? 라며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택배박스엔 안전주의, 적재금지, 취급주의, 힘내세요. 등등 많은 이야기가 있다. 많은 이야기 중에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은 몸도 마음도 상처받지 않고 깨지지 않게 모두 ‘파손주의하세요’라며 강연을 끝냈다.

강연을 들으며 자신의 위치에서 삶에 최선을 다하고 포기하지 않는 당당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영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만이 영웅일까? 영웅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의 이상적 가치를 실현하거나 그 가치를 대표할만한 사람’이라고 했다.

자신의 위치에서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을 사랑하며 가치 있는 삶을 산다면 그런 삶을 사는 모든 사람을 나는 영웅이라 말하고 싶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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