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숙 작가, 한국아동문학회 회원.

내가 사는 곳은 지리산의 끝자락, 나지막한 골짜기다. 마을길을 따라 올라가면 사방이 푸른 산이 담처럼 둘러싸인 요새 같은 곳이다. 마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작은 녹색 정원 속의 마을이다. 그래서 더욱 평안하다. 맑은 기운이 모이는 것을 느낀다.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 마당에 나갔는데 뭔가 타는 냄새가 났다. 아주 고약한, 더 이상 맡다가는 쓰러질 것 같은 매스꺼움이었다. 코를 벌름거리며 사방을 둘러봤다. 바로 앞집 마당에서 시커먼 구름 기둥이 하늘을 치솟아 올라가고 불은 벌겋게 타오르고 있었다.

앞집은 다름 아닌 집안 형님 집이다. 대대로 이곳에서 농사지으며 살아온 형님이다. 어떡한다. 말을 조금만 잘못하면 의가 상할 것이고 그대로 두자니 내 기준에서 용납이 안 된다. 하는 수 없이 앞집을 찾아가서 말했다.

“형님, 지금 뭐 태우고 계신가요. 이렇게 시커먼 연기가 나는 것을 우찌 태웁니까?” 형님은 허리 치료하던 매트가 더러워서 밖에 내놓았더니 아주버님이 불을 지른 것이라 한다. “요즘 이렇게 쓰레기 태우시면 큰일납니다. 냄새가 너무 지독해요. 앞으로는 태우지 마세요. 누가 신고하면 30만원 내야 해요. 면에 가서 오천원만 주면 딱지 하나 줍니다. 그거 붙여 내놓으면 돼요.”

그때 아주버님이 약간 빈정이 상한 투로 말했다. “비 오는 날은 쓰레기 태우기 좋아 옛날부터 이런 거나 저런 거나 태웠는데…” 형님 내외는 수십 년 전부터 이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때는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안 된다. 농사짓는데 엄청난 쓰레기가 나온다. 밭은 시커먼 비닐로 포장이 되고 작물이 거둬지면 죄다 쓰레기다. 농약병, 비료포대 등 다양하게 발생한다. 생활 쓰레기도 도시랑 똑같이 나온다. 농촌의 쓰레기 문제는 오히려 도시보다 환경오염이 되고 있고 심각하다. 사람들이 넓은 자연에 흩어져 살며, 쓰레기를 태우는 게 잘못이라는 것을 모른다. 대대로 그렇게 해왔다는 습관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

가끔씩 우리 동네 사람들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하고 있나 궁금했다. 어르신들에게 물어보니 대답이 시원찮다. 물론 자신들이 해오던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을 것이다. 흐린 날이나 때론 이른 아침 퀴퀴한 냄새가 나곤 한다. 심증은 있지만 서로 말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태울만한 것은 태워도 된다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오래 굳어져서 바꾸기 힘들겠지만 벌금을 부여하는 방법은 꽤나 효과적이다. 또 하나는 쓰레기 배출장소까지 가는 게 힘들다는 점이다. 우리 동네에도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는 장소가 한 곳 있긴 하다. 사람이 띄엄띄엄 살아 1㎞는 떨어져 있다. 혼자 살거나 나이가 많아 기동이 불편하고, 차가 없거나 바쁜 사람들에게 그곳까지 못 갈 이유는 많다.

농촌마을에 다양한 문제점이 있겠지만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쓰레기 문제이다. 지자체는 물론 그곳에 사는 우리 모두가 새마을 운동하듯이 쓰레기처리 운동을 해나가야 한다. 지자체에서는 가까운 곳에 분리수거시설을 확대하여 설치하고, 주민을 지속적으로 교육함으로써 인식을 변화시키고 기동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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