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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김광선

이십 년을 넘게 산 아내가
빈 지갑을 펴 보이며
나 만 원만 주면 안 되냐고 한다

낡은 금고 얼른 열어
파란 지폐 한 장 선뜻 내주고 일일장부에
‘꽃값 만 원’이라고 적었더니

꽃은 무슨 꽃,
아내의 귀밑에 감물이 든다

함양 서하면 은행마을 은행나무.

가을 햇살을 가득 담은 노란 은행잎을 만난다.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 멀리서 황금빛 자태를 보는 것이 더 황홀하다. 저 노란 잎이 떨어지고 나면 외로움도 떠날까. 곡선으로 천천히 떨어지는 모습은 경외감이고, 쓸쓸함이고, 새로움을 다짐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만추에 서서 무엇을 느낄까. 이 순간을 제대로 즐기고 싶어 사뿐히 내려앉는 은행잎에 자꾸만 눈이 간다. 시인은 “누구의 아내이든, 누구의 엄마이든, 그 이전의 나는 나였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그래야 한다고 노래하는 것 같다. 마음껏 그리는 추억과 기대는 홍조를 띠게 한다. <우민>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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