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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이 죽었다
이종영 시인.

“아이고,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 아이고, 아이고.”

11월 늦가을 장마가 3일간 계속되고 비가 온다. 덕산 사리마을 누나 집을 방문하였는데, 혼자 사는 누나가 두 다리 뻗고 대성통곡을 하고 있다. 깜짝 놀라서 “누나 누가 죽었어요?” “그래 우리 집 곶감이 다 죽었다. 다 죽었어, 어쩌면 좋니?” 곶감 건조장에 가보니 매달아 놓은 곶감 3동(3만개)이 홍시죽이 되어 시멘트 바닥에 떨어져 뭉개져 있었다. 팔순 노인네가 어떻게 청소할까? 몸도 마음도 상해져서 홍시죽과 함께 시궁창이 되어 있다. 엉엉 울면서 삽으로 며칠째 퍼내어 청소하는데 녹초가 되어버렸다.

그 집뿐만 아니고 건너 석하마을 큰집 자양 댁 건조장에서도 떨어진 홍시를 퍼내느라 정신이 없고 온 마을 전체가 죽사발 난 곶감 홍시 처리 때문에 난리가 났다. 그런데 우리 집 곶감 2만 개는 몇 개 떨어진 정도로 멀쩡하다. 이웃들과 친구들이 무슨 비결이 있느냐? 정말이야? 어디 가보자며 확인한다. 비결은 있지.

첫째는 청결이다. 곶감막을 대청소하고 곶감에 사용되는 소품들을 깨끗이 씻어서 사용한다. 둘째는 감을 걸 때 감과 감 사이 공간을 알맞게 확보해 준다. 셋째 곰팡이가 싫어하는 빛을 제공한다. 감을 깎아서 매달아 두면 2주까지 홍시가 되고 그 홍시가 4주 정도 되어야 마르기 시작한다. 온전한 곶감이 되기까지는 두 달 정도 매달아 말린 후 따 내려 채반 위에서 밤낮으로 햇빛에 말린다. 대‧중‧소 크기를 선별하여 포장하기까지 20번 이상의 정성과 손길이 가야 지리산 자연산 ‘산청곶감’이 완성된다.

산청 곶감은 당도가 높은 고종시와 단성감 두 종류만 사용한다. 10월 마지막 주부터 11월 첫 주 감을 따고부터 박피기로 깎아 건조막에 매단다. 매단 후 10일에서 30일까지 감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비는 1일 정도 가볍게 내리는 비는 감이 숙성시키는 데 도움을 주지만 3일 이상 되면 비상이 걸린다. 온도 15도 이상과 습도가 60% 넘으면 곰팡이가 좋아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비가 오면 습도를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한다. 창문을 닫고 비닐 막을 내려 습도를 차단한다. 천장에 달아놓은 선풍기를 돌린다. 제습기를 돌리고, 난로를 피운다. 건조막 안의 습도와 온도를 수시로 점검한다. 건조가 심하면 감 숙성이 잘되지 않고 바짝 마른다. 이렇게 된 감은 표피가 쭈글쭈글 마르게 되면서 딱딱 해진다. 숙성이 잘되지 않아 떫은맛을 간직하고 있다. 감의 숙성도에 따라 곶감의 맛이 좌우된다.

인공지능(AI)이 농사일을 돕고 사람과 바둑대회에서 이기는 과학 시대에 곰팡이 때문에 하루아침에 일 년 농사를 망쳐 버리는 일은 없어야겠다. 지구온난화현상으로 우리나라도 열대과일 재배가 한창이다. 많은 비와 온도 상승으로 곶감 농사 방법도 변해간다. 자연건조를 고집하던 시절은 사라져 간다. 자연건조는 일 년 농사를 버려야 하는 위험 때문에 요즘은 집집마다 곶감 전용 건조기를 두고 곰팡이 예방을 위해 낮은 온도에서 수분만 일부 제거하고 막장에 매달아 자연 건조한다. 곰팡이도 피하고 곶감 맛도 자연건조와 같은 맛을 낼 수 있다.

이때 건조기 사용 온도에 따라 곶감 상품은 각각 다르게 생산된다. 20년 전후 청년 감나무 감은 알이 차고 실하고 무게가 많이 나간다. 감으로 판매하는 것보다 곶감으로 가공하여 판매하면 수익은 3~4배 더 올릴 수 있다. 그러나 그 수익은 한 개마다 20번 이상 손이 더 가는 정성과 노동의 임금으로 보고 손가락은 마디마다 굽어지고 아픔만 남았다. 곶감 농사 15년 해보니 남는 장사가 아니더라.

‘곶감은 호랑이보다 곰팡이를 더 무서워한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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