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영화
선행을 철저히 감추고 산 우리 시대의 ‘어른 김장하’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
  • 성하훈 영화저널리스트
  • 승인 2023.11.28 00:08
  • 호수 127
  • 댓글 0

자신 선행 알리는 것 관심 없어
언론인터뷰도 모든 상도 거절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정신
60년 동안 남성당한약방 운영

김주완 기자 취재로 세상 드러나
좋은 분들 찾아 사회에 알리자

MBC경남 휴먼 다큐멘터리 제작
시민들의 요청에 영화로 재편집

서부경남의 큰 어른으로 60년간 남성당한약방을 운영하면서 자신이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에 힘쓴 김장하 선생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됐다. <사진: MBC경남>

서부경남의 어른에서 한국 사회의 어른으로, 진주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남성당한약방을 운영했던 김장하 선생의 이야기가 전국적으로 물결치고 있다. 지난 15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는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며 60년간 이웃들을 위해 선행을 이어온 김장하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김장하 선생은 1944년 경남 사천 출생으로 가난한 탓에 사천 동성중학교 졸업 후 학업을 잇지 못하고, 1959년 삼천포 남각당한약방에 점원으로 취업했다. 주경야독 끝에 1962년 한약종상 시험에 합격했으나 미성년자라 일 년 후 면허를 받고, 1963년 사천시 용현면에 남성당한약방을 개업했다.

갓 스무 살 한약방 원장의 실력이 입소문을 타자 전국에서 손님이 밀려들었고, 1973년 진주시 장대동으로, 1977년 진주시 동성동으로 이전해 60년 동안 남성당한약방을 운영하며 자신이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에 힘 쏟았다.

1983년 명신고등학교(학교법인 남성학숙)를 설립해 1991년 국가에 헌납했고, 대한민국 최초의 인권운동인 형평운동을 알리는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초대 이사장을 역임했다.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으며 지역 문화와 언론, 환경, 여성운동에 후원을 아끼지 않았으나 자신의 선행을 알리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언론인터뷰는 물론 상도 모두 거절했다. 2022년 5월 31일 남성당한약방 문을 닫고 은퇴해 평범한 할아버지로 지내고 있다

언뜻 평범한 인물 다큐멘터리로 보이는 <어른 김장하>의 특이점은, 주인공인 김장하 선생의 선행을 드러내고 있으니 당사자의 직접적인 인터뷰가 거의 들어가지 않은 데 있다.

“총 몇 명에게 장학금을 주셨습니까?”

“…….”

자신의 선행에 대해 구태여 알리고 싶어 하지 않기에 대답이 본인의 자랑이 될 수밖에 없는 질문에는 대답조차 하지 않는다.

김장하 선생이 처음부터 부유한 것은 아니었다. 선생의 한약방이 소위 ‘대박’을 치며 문전성시를 이루기 전까지, 동생을 데리고 쑥밥, 고구마밥을 해 먹으며 가난하게 살았다고 한다. 명석한 머리와 배움에의 의지가 있었음에도 가난 때문에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없었던 선생은 이른 나이에 직업인이 되었고, 한약방을 차렸다. 선생의 한약방이 수많은 손님을 끌며 진주의 명물이 된 것 또한 우연의 결과물이 아니다. 손님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남성당 한약방이 싸고 질이 좋다”고. 기술료라는 명목으로 약값이 비쌌던 시대, 선생은 유독 박리다매 정신을 강조했다.

“내가 돈을 벌었다면 결국 아프고 괴로운 사람들을 상대로 돈을 벌었다. (중략) 그 소중한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어서 차곡차곡 모아서 사회에 다시 환원하기 위해 (후략)”.

결국, 김장하 선생은 생업조차도 이웃과 사회를 위해서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60년 간 진주를 치유해 온 한약사 김장하 선생의 삶은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진 오늘날,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의 마음을 건드리고 있다.

김장하 선생은 늘 말한다. “줬으면 그만이지 보답 받을 이유가 없잖아요” 준다는 생각도 없이 줬다는 기억도 없이 타인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것. 불교 용어로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의 정신이 몸에 배여 있는 사람이다.

드러내지 않고 선행하는 김장하 선생의 한결같은 신념 때문에, 영화는 주변 이들의 증언을 모으고, 지역사의 기록을 뒤지며 먼 길을 돌아가야만 했다.

고발보다 좋은 분 찾아 알리자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이 김장하 선생을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사진: MBC경남>

<어른 김장하>를 세상에 알린 사람은 김주완 기자다.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을 역임한 김주완 기자는 한평생을 지역언론에 몸 바쳐왔다. 비판적 사고와 논리적인 시선으로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해 온 김주완 기자는 젊은 시절 투쟁적인 스타일로 활동했다. 한국전쟁 당시 산청과 함양의 양민학살 문제를 집중적으로 취재해 반향을 일으키기도 한 올곧은 기자다.

누구보다 꼰대를 싫어하던 그는, 세월이 지나며 ‘혹시 나도 꼰대가 되어가는 건 아닐까?’ 불안해졌다. 도중,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미친 효암학원 이사장 고 채현국 선생을 인터뷰하여 책 <풍운아 채현국>을 펴냈고, 사회 속 좋은 어른을 알림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그때의 경험으로 김주완 기자는 부조리를 찾아 고발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지만, 좋은 분들을 찾아 이 사회에 알리는 것 또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김장하 선생을 취재하기로 마음먹었다.

1991년에 경남도민일보에 입사한 김주완 기자는 90년대에 김장하 선생을 취재해 보고자 시도했었으나, 김장하 선생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극구 사양한다는 말을 듣고 포기한 적이 있다. 그런 그가 다시금 김장하 선생을 취재하기로 하고 방법을 강구한다. 김장하 선생이 인터뷰는 딱 잘라 거절하지만, 한약방에 찾아와서 인사하는 사람들을 내치지 못한다는 말을 들은 김주완 기자는 매일 같이 한약방에 찾아가 안부를 묻고 눈도장을 찍으며 점차 선생의 마음을 열어간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자랑으로 보일 답변은 일절 거부하는 김장하 선생 때문에, 결국 김주완 기자는 김장하 선생이 아닌 그 주변인들을 취재하는 것으로 방법을 바꾼다. 수백 명의 장학생들부터 지역신문사, 지역서점, 지역사 연구단체, 이웃사촌, 여성보호시설, 환경운동 단체, 연극 극단과 문학가들까지. 진주시와 인근 도시들에 김장하 선생의 선한 영향력이 미치지 않은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절대 자신의 선행을 알리지 않으려는 김장하 선생과 어떻게든 사회의 좋은 어른을 찾아내어 시민들에게 알리려는 김주완 기자의 쫓고 쫓기는 미담 추격전은 수많은 도움 받은 이들의 증언들로 인해 결국 김주완 기자의 승으로 끝난다.

김장하 선생과 함께 수십년 간 경남 진주 지역에서 여성 운동을 이어온 사회복지법인 한울타리 정행길 이사장은 “서부경남에 위치한 진주시는 (사회 분위기가) 고루한 곳이다. 몇 십 년 전 여성의 칠거지악이 거론되며 핍박받던 시기에 여성폭력 반대활동을 하는 남성을 처음으로 봤다”며 “김장하 선생이 어떻게 여성 인권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신기했는데, 알고 보니 형평운동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활동을 하시면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형평정신에 영향을 받으셨고 그것이 여성 인권 운동으로까지 이어진 것 같더라”라고 전했다. 김장하 선생과의 인연을 밝혔다.

김장하 선생이 설립한 명신고등학교에서 근무한 이달희 전 교사는 “김장하 이사장님이 명신고 기공식 당시 ‘학교가 본 궤도에 오르고 나면 국가에 헌납할 예정’이라고 했었는데, 개교 8년 차에 헌납을 했다. 돌이켜보니 개교 6~7년 차 즈음에 체육관, 도서관 등을 새로 짓는 등 학교의 시설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를 개량했는데, 그것이 ‘본 궤도’의 의미가 아니었을까 했다. 혹자가 말하듯 전교조 때문에 권력에 굴복하여 학교를 헌납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전하며 참된 교육자로서의 김장하 선생의 태도를 증언했다. 영화에는 명신고등학교 교사를 역임한 허기도 전 산청군수도 나와 김장하 선생의 선생을 말하고 있다.

경남의 다큐, 전국이 호응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에 나오는 한 장면. 여러가지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장면이다. <사진: MBC경남>

<어른 김장하>는 경남 진주의 참된 어른 김장하 선생을 담아낸 휴먼 다큐멘터리로, MBC경남이 제작했다. 2022년 연말 경남 지역에서 방영된 후 많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은 작품은 2023년 설 특선으로 편성되어 전국 방송도 탔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4월 백상예술대상에서 수상했을 때는 ‘백상 최고의 이변’이라는 반응과 함께 전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바 있다.

<어른 김장하>를 보고 싶다는 시민들의 요청에 힘입어 넷플릭스 등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도 방영되었고, 수많은 추천 후기들이 넘쳐난다. 이렇듯 한 단계씩 차근히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온 <어른 김장하>가 결국 관객들의 부름을 받고 극장 개봉까지 이르렀다. 특히 영화판으로 재구성된 버전에서는 방송 버전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미공개 클립이 추가되고, 영화의 러닝타임에 맞춰 전면 재편집되어 시네마틱한 호흡과 울림이 가득하다.

사회 명사들의 감상평도 진심 100% 감동이 담겨 있다. 배우 김남길은 “‘어른 김장하’를 보고 감명, 좋은 어른 만나고 싶었다”라고 호평하였으며, 가수 이승환 또한 “‘악한 영향력’의 시대에 ‘선한 영향력’의 희망을 봅니다”라는 리뷰를 게재하며 대중들에게 <어른 김장하>를 추천했다. 배우 김지성 또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감동으로 생생하게 전해져 가히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라는 찬사를 남겼다. 또 위근우 칼럼니스트는 “사회를 지탱하는 책임을 다하는 것, ‘평범’의 의미를 일깨운 의인 김장하”라고 호평한 바 있다. 조민수 김종수 배우 등은 김장하 선생의 모습에 큰 감동을 받고 직접 표를 구입해 관객들과 나누는 등, 서부경남에서 발원한 따뜻한 인간미가 전국을 감싸는 모습이다.
 

성하훈 영화저널리스트  doomehs@gmail.com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성하훈 영화저널리스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