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 출마’ 해당 의원들 촉각
김태호 ‘고향 사수 입장’ 고수
경남 정가는 상황 예의주시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일 서울 여의도 당사 회의실에서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국민의힘>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쏘아올린 ‘영남 중진과 친윤계 의원들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 혁신안에 경남지역 다선 국회의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 위원장이 당의 변화를 강조하면서 영남 중진들의 희생을 강하게 요구하자 부울경(PK) 지역의 해당 의원들의 의견 피력이 쉽지 않아 눈치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혁신위는 지난달 3일 국회의원 공천 혁신안 관련, 논의에서 ‘당 지도부 및 중진 친윤계는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강력히 요구했다. 또 현역의원 평가에서 하위 20%는 공천배제를 건의했다.

앞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영남의 스타들이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며 영남 중진들의 희생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이번 인 위원장의 영남 중진들의 희생 요구에 영남권에서는 불편한 기색인 반면 비영남권 인사들은 ‘국민의힘이 변하고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미 부산 출신의 3선 하태경 의원이 수도권 험지 출마 선언에 이어 인 위원장의 공개적인 압박의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영남권 다선 의원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어 해당 의원들은 당혹감의 기색이 역력했다.

당장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4선의 울산 출신의 김기현 당 대표의 거취가 주목된다. 김 대표는 해당 사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의 곤혹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다른 중진 의원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중앙당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특히 경남의 친윤·다선 의원들도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는 인사는 없다.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대부분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만 겉으로는 혁신안을 무시하며 태연한 모습이지만 내심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경남의원 중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3선의 김태호 의원은 최근 의원총회에 모인 한 중진 의원이 “중진도 차출할 수 있어” “당에서 출마하라면 달나라 별나라에서 출마해야지”라며 “서울 어디서 출마해” “지역구 정했어”라고 묻자 김 의원은 곤혹스러운 듯 허허허 웃으면서 “소는 누가 키우고”로 응수하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포착됐다.

김 의원은 최근 지역구 당원모임에서 “(영남 중진 수도권 험지 출마 혁신안)이건 지역주민들을 무시하는 것이다”며 “결국 실패한다. 절대 고향을 떠나지 않는다. 끝까지 고향을 지킨다”고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또 다른 중진은 “나와는 관계가 없지만 혁신위로서는 국민 시선을 끄는 획기적인 방안을 시도하고 싶겠지만, 덮어놓고 영남 중진 험지 출마, 불출마를 성사시킨다고 민심이 우리 쪽으로 확 돌아서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경남 정가는 향후 상황 전개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지역 여권 한 관계자는 “경남은 3선 의원이 많아 어떻게든지 일부 의원은 물갈이 대상이 되지 않겠냐”며 “이번 혁신안이 미칠 영향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남일보=이용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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